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서울대총장 만난 청소노동자 유족…"존중문화 없어"(종합)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대 총장 "고인과 유가족 등에 위로와 사과"

"근로기준법 넘어 근로자 인권도 생각하겠다"

고인 남편 이홍구씨 "무시하는 분위기" 지적

학생·노동조합 "실질적 처우개선책 마련" 요구

뉴시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오세정 서울대 총장을 비롯한 학교 관계자가 5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청소노동자 사망 유족 및 노동자들과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08.05. scchoo@newsis.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시스] 이준호 기자 = 서울대학교에서 청소노동자로 근무하던 50대 여성이 교내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과 관련, 오세정 서울대 총장이 직접 유가족을 만나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된지 40일 만이다. 오 총장은 아울러 직장 내 존중 문화가 미흡하다며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오 총장은 5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행정관에서 유가족을 비롯한 청소노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고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관련 재발방지대책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오 총장은 "일찍 이러한 자리를 마련하고 했으나 그동안 고용노동부와 인권센터 조사가 진행되고 있었다"며 "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전화를 드리고 자리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이어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한 고인과 이번 사안으로 피해 입은 근로자 여러분께도 다시 한번 진심의 위로와 사과 말씀 전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오 총장은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는 근로기준법에 어긋난다는 것인데, 좀 더 넓게 근로자의 인권도 생각하겠다"며 "조직문화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장기적으로 보겠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한 고인의 남편이자 서울대 노동자로 근무하고 있는 이홍구씨는 존중없는 문화를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인사를 해도 받지 않는 등 (노동자들을) 무시하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임금교섭에 들어갈 때마다 느끼지만 (노동자들을) 학교 구성원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대 당국에 증언했던 근로자들이 어떠한 불이익도 받지 않았으면 한다고 요구했다.

이씨는 "저희 아내와 같이 일했던, 용기를 내 증언했던 동료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학교 조치가 급하다"며 "그분들이 정년까지 어떠한 불이익도 받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고인이 된 아내와 가정의 아픔을 이야기하면서 한 차례 울먹거리기도 했다.

이씨는 "저희 아내가 하늘나라로 가고 자녀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는 게 잠을 못 잘 정도로 고통이었다"며 "평생 짊어지고 가야된다"고 했다.

이어 허양남 근로자는 "그동안 겪었던 일들은 말 안 해도 잘 알 것"이라며 "육체적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서로가 존중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앞으로 기숙사 일원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오 총장은 "이번 사태에서 느낀 것 중 하나가 타인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며 "제도적 안정뿐 아니라 같이 일하는 분들이 동료이고 같은 구성원이라는 태도로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 "시간이 걸리는 일이고 노력도 필요하다. TF를 통해서 이행 사항을 점검하고 계속해서 개선해 나갈 것"이라며 "이번 일을 통해 서울대 전체가 반성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뉴시스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단체 회원들이 5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의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요구하고 있다. 집회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대 청소노동자 처우 개선 요구 연서명에 총 8천 3백여 명, 312개 단체가 참여했으며 기자회견 후 오세정 서울대학교 총장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연서명 결과를 직접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1.08.05 livertrent@newsis.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간담회에 앞서 전국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노동조합)과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비서공)은 교내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인력 확충과 생활임금 지급 등 실질적인 처우개선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들은 "극심한 노동강도와 직장 내 괴롭힘, 갑질이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서울대 관계자는 갑질 행위를 두둔했으며 서울대 당국은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사과도 책임 인정도, 실질적인 대책 제시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심지어 노사 공동 산업재해 조사단을 구성하자는 노동조합 측의 요구에도 거절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서울대 당국에 ▲학교의 책임 인정과 사과 ▲산업재해 공동 조사단 구성 ▲책임 있는 관리자 징계 ▲협의체 구성 ▲인력충원 등 다섯 가지 요구안을 제시했다.

이날 첫 번째 발언에 나선 정성훈 노동조합 서울대시설분회장은 "인력충원을 해 그에 따른 노동강도를 낮춰 달라는 것"이라며 "또 예산을 대폭 늘려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서울시 생활임금을 지급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비서공 집행위원인 정초하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학생은 "주말근무 폐지는 결코 답이 될 수 없다"며 "이는 학생들의 불편을 초래할 뿐더러 노동자의 휴일근무수당을 삭감하고 노동강도만 증가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송호현 전국대학노동조합 서울대지부장은 "여전히 채용한 부서별로 인력관리, 예산관리를 하고 있다"며 "비정규직 문제의 원인이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원화된 고용구조를 없애고 일원화된 인사 관리 체계를 통해 총장님께서 직접 책임을 져야 문제가 해소된다"고 덧붙였다.

지난 6월26일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서 50대 여성 청소노동자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급성심근경색으로, 현장을 확인한 경찰은 극단적 선택 및 타살 혐의점은 없다고 밝혔다.

A씨 사망 이후 유족과 노동조합 측에서는 A씨를 비롯한 청소노동자들이 서울대 측의 지나친 업무 지시 및 군대식 인사 관리 등 직장 내 갑질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이후 지난달 30일 고용노동부는 이 사건과 관련해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이 있었다고 최종 판단했다.

업무상 지휘·명령권이 있는 행위자가 청소노동자에게 업무와 관련 없는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필기시험 실시와 시험성적 근무평정 반영 의사표시, 복장에 대한 점검과 품평 등이다.

고용부는 이같은 조사 결과를 서울대 측에 통보하고, 즉시 개선과 재발 방지를 지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uno22@newsis.com

▶ 네이버에서 뉴시스 구독하기
▶ K-Artprice, 유명 미술작품 가격 공개
▶ 뉴시스 빅데이터 MSI 주가시세표 바로가기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