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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촉천민’ 9살 소녀 성폭행 살해·강제화장 사건에 침묵한 印 총리…허수아비 화형식 ‘수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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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지난해 10월 인도 뉴델리에서 성폭행 근절과 가해자 처벌을 요구하는 시위대의 모습. 연합뉴스


4일(현지시각) CNN, BBC 등이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불가촉천민(달리트) 9살 소녀가 성폭행 후 살해돼 강제 화장된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지며 이 사건을 비난하지 않고 있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허수아비가 화형에 처해졌다고 보도했다.

숨진 소녀의 어머니는 지난 1일 물을 길어오라고 화장장으로 보낸 딸이 1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자 딸을 찾으러 갔다가 손과 팔에 멍이 들고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숨진 딸을 화장장에서 발견했다고 전했다.

소녀의 어머니는 “(화장장에서 종교 의식을 담당하는)힌두교 신부와 3명의 남성이 ‘경찰에 신고하면 부검을 하고 장기를 꺼내 팔 것’이라며 신고를 하지 말고 화장할 것을 권유했다”며 “화장에 반대하자 나를 가두고 딸을 강제로 화장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녀는 이들이 자신에게 돈을 주겠다며 이 같은 사실을 알리지 말도록 회유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남성 4명을 집단 성폭행과 살인 등의 혐의로 체포했으며 숨진 소녀의 시신이 불타 성폭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부검은 불가능하지만 경찰은 소녀의 옷에 묻은 체액 등 다른 증거들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경찰은 해당 사건을 카스트 폭력 사건으로 수사 중이다. 인도에서 카스트 제도는 공식적으로는 지난 1950년 폐지됐지만 인도 사회에 뿌리 깊이 자리잡고 있어 2억명에 가까운 불가촉천민들이 여전히 심한 차별과 성폭력 등으로 희생당하고 있다.

시위대는 모디 총리의 허수아비를 불태우고 “우리는 인도의 딸들을 위한 정의를 원한다”며 소녀의 죽음에 대한 책임과 정의를 요구했다.

시위에 참가한 남성은 “인도는 완전 무법천지다. 9살 소녀가 성폭행당한 뒤 살해됐는데도 정부는 아무 것도 안 한다. 범인들은 가장 가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여성의 안전은 결코 가볍게 여겨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인도에서는 불가촉천민 여성들이 성폭행당한 뒤 살해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 19살의 불가촉천민 여성이 집단 성폭행 후 목졸려 살해돼 강제 화장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으며 같은 날 또다른 22살 불가촉천민 여성이 집단 성폭행 후 중상을 입어 숨지기도 했다.

또한 인도의 성폭행 피해자 중 4분의 1은 어린 소녀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민선 온라인 뉴스 기자 mingtu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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