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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아베, 올림픽 개막식에 극우 작곡가 음악 사용 강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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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기야마, 아베에 '사재 털어' 8600만 원 후원

극우 발언 때문에 올림픽 망칠 수 있다는 내부 지적

조직위 사무총장 "아베 요청이니까 그냥 해"

노컷뉴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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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연합뉴스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자신의 최측근이자 극우주의자 작곡가의 음악을 도쿄올림픽 개막식에 사용하도록 사실상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인터넷 매체 데일리비스트는 4일(현지시간)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관계자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문제 음악의 작곡가는 스기야마 고이치. 그는 인기 게임 '드래곤 퀘스트'와 '파이널 판타지' 등의 음악을 만들었고, 도쿄올림픽 개막식의 선수단 입장곡을 담당했다.

비밀유지계약서 때문에 익명을 요청한 조직위 관계자는 "수차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아베의 오랜 측근이자 후원자, 동성애 혐오자, 극우주의자인 스기야마의 음악이 개막식 선수단 입장곡으로 사용됐다"면서 "이 결정은 전 세계적인 분노를 샀지만, 올림픽 명예 최고 고문인 아베가 개인적으로 요청한 것"이라고 폭로했다.

그는 "이 곡은 스기야마의 19개 비디오 게임 음악 중 첫 번째 곡이었다"면서 "아베가 이 곡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스기야마는 온갖 종류의 혐오스러운 정치적 발언과 위치로 악명이 높다. 스기야마는 악랄한 동성애 혐오 정치인들을 지지하고, 일본군의 대량학살과 세계 제2차 대전 당시 일본군이 한국 여성을 성노예(위안부)로 학대했다는 사실을 부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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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올림픽 스타디움(신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도쿄올림픽 개회식에서 선수단 입장이 끝나고 불꽃놀이가 진행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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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올림픽 스타디움(신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도쿄올림픽 개회식에서 선수단 입장이 끝나고 불꽃놀이가 진행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익명의 관계자는 "모든 멍청한 요청은 내부적으로 '무슨 무슨 안건'이라고 불렀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안건', '(도쿄도지사인 유리코) 고이케 안건', '아베 안건' 처럼 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스기야마의 독설 때문에 올림픽을 망칠 수 있다고 지적하자, 토시로 무토 도쿄올림픽 조직위 사무총장은 '아베의 요청이니까 그냥 해'라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66세의 아베 전 총리와 90세의 스기야마는 사상적 동지일 뿐만 아니라 보수적인 견해를 나누는 사이다. 예를 들면 일본의 평화주의자와 전후 헌법을 부정하고, 일본이 전범국가인 사실을 부인한다. 이들은 단순한 친구일 뿐만 아니라 비싼 프랑스식 일본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함께 하거나 자신들을 비판하는 사람이 있으면 직장에서 해고시키는 사이다.

두 사람은 몇 년 전부터 후원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비스트가 검토한 공식 기록을 보면, 스기야마는 2011년부터 아베에게 7만 5000달러(약 8600만 원) 이상을 후원했다. 아베의 정치후원금 관리단체의 입출금 내역서를 보면 스기야마는 2016년에만 1만 4000달러(약 1600만 원)을 지원했다. 스기야마는 2012년 한 잡지 인터뷰에서 "아베 지원에 사재를 털어 넣는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또 올림픽 개막식 언론자료를 보면, 사용된 음악 목록을 적혀 있지만 작곡가의 이름은 빠져있다. "고위층은 언론이 눈치채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면서 "이것은 멍청한 속임수였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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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일본 도쿄 올림픽스타디움.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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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일본 도쿄 올림픽스타디움.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광고회사인 덴츠의 한 내부 관계자는 "이 사건이 시한폭탄이라는 사실을 알았던 닌텐도는 마지막에 손을 뗐다"면서 "닌텐도의 음악은 한 곡도 연주되지 않았다. 닌텐도는 논란에 연루되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닌텐도는 (현재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아베가 마리오로 출연하도록 한 것을 후회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베 전 총리는 2016년 리우올림픽 폐막식에 슈퍼마리오 복장을 하고 등장해 도쿄올림픽을 홍보했다.

드래곤 퀘스트의 제작사도 2018년부터 공식적으로 스기야마와 거리를 두고 있다. 이 회사는 스기야마의 견해가 회사 평가에 영향을 주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한편 아베 전 총리는 데일리비스트가 여러 차례 입장을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았다. 도쿄올림픽 조직위도 묵묵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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