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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한 뜻밖의 결과 "25년 꿈 실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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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방 ④] "원하지 않는 책은 한 권도 없는 책방"의 주인 '리브레리아Q' 정한샘씨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방과 연간 500파운드가 필요하다.' 영국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는 자신의 책 <자기만의 방>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나만의 방을 꾸려가는 여성 사장님들을 만나봤습니다. 그들에겐 자기만의 방 그리고 무엇이 필요할까요.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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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서점 '리브레리아Q'의 책방지기 정한샘씨 ⓒ 선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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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로 인해 남편이 일자리를 잃었다. 정한샘씨는 "가정의 큰 수입이 없어진 상황에서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고 한다. 갑자기 닥친 현실 앞에 한샘씨는 '꿈'을 택했다. 오래도록 염원하던 '책방 주인'이 되겠다는 꿈. 처음엔 모두가 말렸다.

"주변의 만류가 있었지만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어요. 내가 좋아하고 잘 아는 걸 팔아야지, 잘 안되더라도 덜 상처받을 수 있을 거 같았거든요."

벽에 손수 초록색 페인트를 칠하고 발품을 팔아 가구와 책장을 구했다. 일부러 사람의 허리께에 오는 낮은 책장을 골랐다. 정성껏 고른 책이 외면받지 않고 제 주인을 찾아갔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한샘씨의 아이들은 책방을 보자마자 "여기 그냥 우리 집 같아!"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렇게 열게 된 책방 이름은 '리브레리아Q', 이탈리아어로 '큐의 책장'이란 뜻이다. 이렇게 한샘씨만의 서재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리브레리아Q'에는 자기 계발서와 문제집이 없다. 베스트셀러라고 무조건 가져다 놓지도 않는다. 한샘씨의 취향과 가치관이 오롯이 담긴 책들로만 책장을 채웠다. 장서 수 1300여 권, 한샘씨는 "이곳에 제가 원하지 않은 책은 단 한 권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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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제주 4.3,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관한 책들을 상설 큐레이션으로 진열하고 있다. ⓒ 선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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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한구석에는 세월호와 제주 4·3 혁명, 광주 5.18 항쟁에 관한 책들이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날들'이란 이름으로 큐레이션(다른 사람이 만들어놓은 콘텐츠를 목적에 따라 분류하고 배포하는 일)돼 있었다. 한샘씨는 "원래는 4~5월에만 진열할 생각이었는데 책방 오시는 분들이 '그날'에 대해 한 번씩 상기해보셨으면 해서 1년 내내 두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서점 한가운데 가장 큰 테이블에는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엄마는 페미니스트> 등 페미니즘 관련 책들이 진열돼있다. 그러다 보니, 이런 서가가 불편하다며 무례한 말을 내뱉고 나가 버리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근데 뭐, 어쩌겠어요. 그런 사람들 때문에 제가 원하는 책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아요."

반면, 책방을 드나들며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하는 손님도 있다.

"한 단골손님은 여기서 환경 관련 책을 처음 접해보셨대요. 그런데 어느 새부턴가 물건을 살 때마다 성분을 살펴보고 있다는 거예요. 이 물건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포장재는 재활용이 되는 건지 꼼꼼히 확인하신다고요. 아무래도 저희 책방을 자주 오다 보니 그 영향을 받은 것 같다는 얘길 해주셨어요."

주인의 취향이 가득 담긴 서재, 그곳을 방문하는 손님에게 그 취향이 조금씩 묻어가게 되는 곳. 지난 13일,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리브레리아Q'에서 정한샘씨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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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미니즘 책이 한 가운데에 놓인 '리브레리아Q' ⓒ 선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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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책방을 열게 되셨나요?

"처음 '책방 주인이 되어보면 어떨까?' 생각했던 건 정말 오래전부터예요. 25년 전 이탈리아에서 살던 때였는데요. 자주 지나는 길에 가게가 하나 있었어요. 책이 가득 있는 가게에 할머니 한 분이 음악을 틀어 놓고 뜨개질을 하던 장면이 기억나요. 책이 엄청 많은 공간에서 손님들과 대화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때 책방에 대한 로망을 갖게 됐어요. 계속 책방을 내려는 시도는 했어요. 두세 번 정도는 거의 계약 직전까지 갔었고요. 하지만 아이 둘을 키우며 현실적인 문제들에 부딪히면서 번번이 어그러진 거예요. 그러다 작년(2020년) 여름, 마침내 책방을 열게 됐죠."

- 코로나 시대에 동네 책방을 연다는 결심이 쉽진 않으셨을 것 같아요.

"모두가 말렸지만 저는 그 만류에 아주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어요. '누가 뭐래도 할 거야! 아무도 말리지 마!'(웃음) 그리고 작년엔 어떤 일이든 새로 시작해야만 했어요. 코로나19 때문에 남편이 일자리를 잃었거든요. 저는 원래 악기를 가르쳤는데 가정의 큰 수입이 없어진 상황이라, 굉장히 빠른 시간 안에 결단을 내려야 했죠. '만약 내가 무언가를 파는 일을 한다면, 책 파는 일을 해야겠다. 내가 좋아하고 잘 아는 걸 팔아야지'라는 생각이었어요. 잘 안되더라도 덜 상처받을 수 있게요."

- 선생님에서 책방 주인이라니, 엄청난 직종 전환처럼 들려요.

"그렇긴 하죠. 하지만 평생 책 곁에서 멀어진 적이 없고, 책방을 여는 건 어릴 적부터 꿈이었으니까 제게는 자연스러운 일처럼 느껴져요. 책방을 하겠다고 말했을 때 가족은 별로 놀라지 않았어요. 여기가 집안 분위기랑 많이 다르지 않거든요. 아이들도 '그냥 우리 집 같아' 그래요. 오히려 음악을 한 건 하나의 생계수단이지 않았었나? 이런 생각이 들어요. 이제야 비로소 내가 있고 싶은 곳으로 돌아간 느낌이에요."

- 갑작스럽게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되었는데 부담은 없으셨나요?

"당연히 부담이 컸어요. 상상도 못 했거든요. 특히나 전염병 때문에 이렇게 되리라고는 더더욱. 부담은 엄청났지만, 한편으론 왠지 될 것 같았어요! 아주 철없는 생각이었죠. 원래 꿈은 '여유롭게 뜨개질하는 할머니'였지만 현실은 그러지 못했고… '자기만의 방'은 차렸는데 이제 500파운드가 없는… 그 500파운드를 벌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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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브레리아Q ⓒ 선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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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미니즘 책이 가장 큰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고, 그 옆으로 노동, 인권, 환경에 관한 책들이 많아요. 책방 주문서에 참고서와 자기 계발서는 팔지 않는다는 안내도 있고요. '팔리는 책과 팔고 싶은 책' 사이에 갈등은 없으신가요?

"주변에 학교가 많아서 그런지 문제집 찾는 분들은 꽤 있지만 그래도 제가 읽고 싶은 책, 읽을 책만 들여요. 문제집은 이곳과 안 어울리지 않나요? 장서 수가 지금 천삼백권 정도 되는데요. 제가 원하지 않는 책은 단 한 권도 없어요. 제가 잘 아는 책들이어야 팔 수 있다고 생각해요. 환경, 페미니즘, 노동, 인권 관련 분야의 신간을 주로 살피면서 구입하고요. 문학은 작가를 보는 편이에요. 토니 모리슨, 버지니아 울프, 마거릿 애트우드 … 좋아하는 작가의 구간, 신간은 다 입고하려고 하죠."

- 혹시, 페미니즘 책에 불만을 드러내는 사람은 없었나요?

"아무래도 페미니즘 책이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있고, 또 사회적 의제를 다룬 책도 많으니까요. 무례한 말을 내뱉고 홱 돌아가는 사람도 있었어요. 하지만 뭐, 나가는 사람 붙잡아서 제가 뭐라 할 수도 없고요. 그렇다고 제가 팔고 싶은 책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아요. 다행히 아직 우려할만한 일은 없었어요. 책방 들어오는 입구에 미용실도 여자 사장님 혼자 하시는데 이런 농담을 했어요. '우리 둘 안전을 위해서 비상벨을 연결하면 어떨까?'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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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브레리아Q ⓒ 선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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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방 일을 전부 혼자 하고 계신 건가요?

"기본적으로 혼자 하고 있지만 도움 주는 분들이 있어요. 제가 '스부장'이라고 부르는 친구 '스프링'이에요. 유일하게 책방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죠. 가끔 서점 일을 도와주고 있어요. 청소년 서가는 청소년 서점원이 꾸리고 있어요. 청소년 문학과 성인 문학을 명확히 구분 짓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청소년 서가에 어떤 책을 큐레이션 할지는 당사자인 청소년 서점원의 의견을 100퍼센트 존중하는 편이에요."

- 책방에 종일 사람이 북적이지는 않다 보니 수익 걱정도 안 할 수는 없겠어요. 카페를 겸해야겠다는 생각은 안 했나요?

"아직은 온라인 판매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요. 수익을 위해 카페를 겸하는 책방은 많이 있지만 제가 커피를 안 팔기로 한 이유는 간단해요. 제가 잘 모르기 때문이고 카페가 주가 되는 공간은 안 되길 바랐어요. 대신 제가 좋아하고 잘 아는 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책을 매개로 이야기하면서 책을 많이 보고 가셨으면 해요."

- 하지만 또 책만 파는 곳은 아니기도 해요. 다양한 모임을 한다고 들었어요.

"책 읽고 이야기하는 모임을 하려고 일부러 큰 테이블을 놓았어요. 대면 모임이 어려운 시국이라 활용도는 아쉽죠. 지금 온라인 모임으로는 소설만 읽는 '소설클럽Q', 페미니즘 책을 함께 읽는 북클럽, 그리고 오프라인에서 환경 도서를 읽는 '시바 북클럽'을 작년부터 하고 있고요. '책 읽는 엄마 모임'은 최근 마무리됐어요. 아, 이탈리아어 동화책을 읽는 취미 이탈리아어 수업도 있어요. 방금 수박 주스를 주고 가신 손님이 수업 수강생이세요."

- 지금 하는 것 외에 또 계획하고 있는 모임이 있나요?

"모여서 두 시간 정도 아무 말 하지 않고 책만 읽는 모임도 생각해봤어요. 적극적인 토론은 부담스러워 하는 분들이 편하게 여기시도록요. 헤어지기 전에 잠깐 어떤 책 읽었는지 소개하는 시간만 갖는 거예요.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상황이 여의치는 않아요."

- 손님들에게 '리브레리아Q'가 어떤 공간이었으면 좋겠나요?

"다시 오고 싶은 공간이요. 단 한 권도 그냥 놓인 책은 없으니까, 내가 사려던 책만 보는 게 아니라 그 옆에 놓인 책들도 보고 천천히 차분하게 둘러보셨으면 해요. 오늘 와서 여기 있는 책들을 다 눈에 담지 못했다면, '다음에 또 와야지'라는 마음이 드는 공간이 목표에요."

선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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