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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언제까지 카지NO]①한국이 방치한 카지노 게임, 해외에선 '폭풍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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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에 발목 잡힌 한국…세계는 이미 '소셜카지노 시대'

[편집자주]넷마블이 글로벌 소셜카지노 게임업체 '스핀엑스' 인수에 2조5000억원을 쏟아부었지만 한국에선 '소셜카지노'라는 말도 생소하다. '규제'에 막혀있는 탓이다. 한국이 소셜카지노를 '불법' 취급하며 방치한 동안 글로벌 시장은 급성장했다. 중국계 스핀엑스는 창업 5년만에 2조5000억원에 팔리며 '돈방석'에 앉게 됐다. 한국만 규제에 발목잡혀 신산업 기회마저 잃고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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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미국의 구글 플레이 매출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코인마스터'. 슬롯머신을 돌려서 코인 등의 아이템을 획득하는 소셜카지노 기반 게임이다. (구글플레이 캡처) © 뉴스1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카지노'라는 단어를 국내 포털에 검색하면 "청소년에게 노출하기 부적합한 검색 결과를 포함하고 있다"는 일종의 경고 문구가 나온다. 경고를 뚫고 국어사전에 들어가면 두 가지 의미가 나타난다. 하나는 도박장, 또 하나는 카드놀이라는 의미다.

소셜카지노란 실제 카지노에서 진행하는 포커·슬롯머신·빙고 등을 이용한 온라인 게임이다. 한국은 소셜카지노 게임을 '도박'으로 해석한다. 그 결과 정부는 국내 소셜카지노 게임에서 일어나는 모든 '유료 결제'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반면, 미국·유럽 등 글로벌 국가에선 소셜카지노 게임을 '카드놀이'로 본다. 미국의 경우 어떤 주에서도 소셜카지노를 불법 도박으로 판단하지 않으며, 그 결과 소셜카지노 대중화된 게임 장르로 자리 잡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카지노가 주춤하는 가운데 소셜카지노 게임 시장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이 각종 '규제'에 가로막혀 해당 시장을 외면하는 사이, 세계는 이미 소셜카지노 시대를 맞이했다. 거부할 수 없는 시장의 흐름 속에서, 언제까지 'NO'만 외칠 수 있겠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 고포류 게임으로 컸는데"…소셜카지노는 '불모지'

사실 한국 게임사는 '고포류 게임'과 함께 성장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표류는 고스톱과 포커류의 카드게임을 통칭하는 단어다. 1999년 등장한 국내 최초의 게임 포털 사이트 '한게임'의 성장 동력은 단연 고포류 게임이었다. 당시 김범수 한게임 대표가 이용자가 고스톱, 포커에만 집중되는 상황을 우려했을 만큼 반응은 뜨거웠다.

문제는 정부의 '규제'가 시작되면서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지난 2014년부터 사행성을 우려로 고포류 게임물에 '월 30만원'의 결제 한도를 적용했다. 타격을 받은 건 '한게임'만이 아니었다. 국내 3개 게임포털이라 불리는 한게임, 피망, 넷마블의 매출이 모두 반토막 났다. 이후 정부는 규제 완화 목적으로 월 결제한도를 50만원으로 상향했지만, 한 번 엎어진 판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해당 규제의 연장선에서, 국내 소셜카지노 게임 규제는 고포류보다 한층 심하다. 소셜카지노란 카지노에서 할 수 있는 포커, 슬롯머신, 빙고 등의 게임을 온라인으로 옮겨 놓은 것. 하지만 국내 소셜카지노 게임은 사행성을 우려로 유료 상품 결제를 전면 금지하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형태만 허용한다. 게임사가 소셜카지노 게임을 개발해 출시해도 '수익화'를 할 수 없어 한국은 '소셜카지노 불모지'와 다름없는 실정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고포류는 월 50만원까지 결제가 가능하다면, 소셜카지노는 이용자의 유료 결제 자체가 금지돼 있다. 한국에서는 소셜카지노 게임으로 매출을 일으킬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면서 "물론 국내에서 소셜카지노 게임을 운영하는 게임사가 몇몇 있지만, 모두 '모객' 용도로만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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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미국의 구글 플레이 매출 10위를 기록하고 있는 '빙고플리츠' 글로벌 1위 소셜카지노 게임 개발사 '플레이티카'에서 개발한 게임이다.(구글 플레이 캡처)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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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에 발목 잡힌 한국…세계는 이미 '소셜카지노 시대'

반면, 글로벌 소셜카지노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의 앱마켓 순위에선 소셜카지노 게임을 찾아볼 수 없지만,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시장의 앱 마켓에는 매출 상위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 3일 기준, 구글 플레이 미국 매출 순위 2위를 기록하고 있는 게임은 문액티브에서 개발한 '코인 마스터'(Coin Master)다. 슬롯머신을 돌려서 코인 등의 아이템을 획득하는 소셜카지노 기반 게임이다. 매출 순위 10위에 올라있는 '빙고빌츠'(Bingo Blitz) 역시 글로벌 1위 소셜카지노 업체 '플레이티카'에서 개발한 게임이다.

앞으로 소셜카지노 시장은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스타티스타에 따르면 전 세계 모바일 소셜카지노 게임 시장은 지난 2017년에 4조5000억원 규모에서 오는 2022년까지 8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오프라인 카지노 폐쇄가 증가하면서 오프라인 이용자의 수요가 소셜카지노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지난해 4월 홍콩 마카오가 2주간 41개 카지노 사업장을 전부 폐쇄한 이후 영업을 재개했음에도 업계의 부진은 지속됐다. 즉, 글로벌 소셜카지노 게임 시장의 성장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시장성을 확인했지만 '규제'에 묶인 국내 게임사들은 해외 업체 인수라는 '우회로'를 통해 소셜카지노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지난 2일 넷마블은 글로벌 3위 모바일 소셜카지노 게임사 '스핀엑스'를 2조5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국내 게임업계 역대 최대 규모 인수합병(M&A)이다.

국내 게임사의 소셜카지노 시장 도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더블유게임즈는 지난 2017년 미국 소셜카지노 게임 개발사 '더블다운인터랙티브'(DDI)를 약 1조원에 인수한 바 있다. 그 결과 현재 더블유게임즈는 소셜카지노업계 글로벌 점유율 2위를 기록 중이다.

이밖에 미투온·선데이토즈·넵튠·엠게임·원더피플이 진출했고 네오위즈도 최근 강원랜드에서 실제 운영 중인 슬롯머신을 모바일 소셜카지노 게임으로 만들기로 했지만 국내에서 성과는 미미하다. 전 세계 4위 수준의 글로벌 게임 강국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한국은 소셜카지노 게임이라는 '글로벌 트렌드'를 좇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벌어지는 것이다.

업계에선 국내 소셜카지노 게임을 고포류 게임처럼 법의 테두리 안에 두고 시장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소셜카지노 게임도 고포류 게임처럼 결제 한도를 적용해서라도 숨통을 틔워줘야 산업경쟁력이 생겨난다"면서 "사행성을 우려로 유료 결제를 전면 금지하기보다 관리 가능한 수준에서 운영할 수 있게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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