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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중국은, 왜] "새장보다 큰 새는 용납 못한다" 빅테크 군기잡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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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당국, 디디추싱·알리바바·텐센트 등 규제 압박

인터넷 플랫폼기업, 해외 IPO 금지로 자금줄 비상

굴뚝 산업 구조조정으로 등장한 IT 스타기업

민간 기업 통제하는 '새장 경제'로 시험대에

디디추싱(차량 공유 서비스)·텐센트(게임과 SNS)·알리바바(핀테크와 전자상거래)·신동팡교육(온라인교육)….





중국이 인터넷+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육성했던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입니다. 경쟁 극심한 중국 시장을 장악한 스타 기업들이죠. 승승장구할 것만 같았던 플랫폼 스타들이 요즘 죽을 맛입니다.

당국의 군기 잡기가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증시에서 바닥 모를 폭락을 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세계 2위의 경제권이라는 나라에서 공산당 규제 리스크가 엄습하면서 시장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JTBC

〈사진=바이두 백과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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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창업 신화를 쓴 기업들을 향해서 린치급 언어 폭력도 서슴지 않는 분위기 입니다.중국 최대 게임·소셜미디어 회사 텐센트를 향해 “온라인 게임은 정신적 아편”이라고 관영 매체가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 中 인터넷기업, 당국 규제 탓 주가 폭락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7월 26일 “반년에 걸쳐 '인터넷 산업 전담 단속'에 들어간다”며 데이터 안보 위협, 시장 질서 교란, 이용자 권익 침해 등을 겨냥했습니다. 안갯속 상황이 언제 어떻게 끝날지 가늠하기 어려운 이상 시장 참여자들의 섣부른 저점 매수는 자제해야 한다는 경고가 어느 때보다 크게 울립니다.

이쯤되면 중국은 왜 이러는 걸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 사태의 저변에 깔린 이른바 규제리스크·공산당리스크라는 말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궁극적 진면목이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 통신·기기 혁명을 통해 무지막지한 규모와 화려한 성과 등으로 포장됐지만 인수분해 해보면 결국 '새장경제'입니다.

새장은 당·국가의 사회주의적 통제를 상징합니다. 새는 경제 특히 민영 사이드의 경제를 일컫습니다. 새장경제는 사회주의적 경제 통제의 완급과 강약을 둘러싸고 다양한 변주를 거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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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바이두 백과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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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역시 체제 안정의 기반이라는 점에서 보수적으로 통제할 필요가 있다는 관리주의자들의 목소리가 클 때도 있었습니다. 물론 경제의 활력을 통해 파이를 키워나가자는 성장파들이 득세할 때도 있었죠. 새장의 크기를 제한하지 말고 크게 만들어 새가 마음껏 날게 하자는 시장주의자들이었습니다.

1997년 IMF 사태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중국은 인프라 투자와 자재를 만들어내느라 전 세계 철강·시멘트·석탄·구리 등을 빨아들였습니다. 시장에 활기가 돌았지만, 과도한 투자에 의존한 성장은 공급과잉이라는 부메랑을 맞았습니다.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가 이끄는 당·정부는 '공급측 구조개혁' 칼을 꺼내 들었습니다. 이때 새와 새장이 다시 등장합니다. 이른바 '등롱환조 봉황열반(騰籠換鳥 鳳凰涅槃)'입니다.

새장을 들어서 새를 바꾼다는 등롱환조. 그리고 봉황으로 등극하자는 봉황열반입니다.

요지는 구경제를 신경제로 교체한다는 것이었죠. 일종의 산업 구조조정입니다. 낡은 산업 분야를 혁신 산업으로 바꾸고 구조조정하는 리모델링인 거죠. 이 정책으로 굴뚝 산업이 쓸려갔고 저임금 노동집약 산업이 기술집약 또는 자본집약 산업으로 대체됐습니다.

JTBC

〈사진=바이두 백과 캡처〉




대표적인 지역이 선전과 상하이 일대였습니다. 저임금 임가공과 조립 공장이 난립했던 두 산업지대는 첨단 산업 단지로 탈바꿈했습니다. 도시 주민 구성도 내륙 출신 농민공들이 밀려나고 빈자리를 중국 전역의 이공계 대학 출신들이 채웠습니다. 젊은 피로 수혈했으니 도시 활력이 급상승할 수밖에 없었겠죠.

이런 인적 구성을 바탕으로 인터넷 서비스업이 빠르게 생태계를 만들어갔습니다. 아이디어와 열정, 미국에서 성공한 사업모델의 발 빠른 토착화 등에 당국의 삼엄한 시장 보호 기류가 화학결합을 일으켰습니다. 인터넷 플랫폼 산업이 폭풍 성장을 했습니다.

■ 中,실리콘밸리 창업 생태계 우후죽순 복제

미국 실리콘밸리의 창업 생태계 복제가 가장 활발하게 일어났었죠. 베이징·상하이·선전·광저우·항저우에 실리콘밸리의 성공 방정식을 무한 복제한 '중국판 실리콘밸리'가 우후죽순 생겼습니다.

지하실을 얻어 사무실을 차리고 VC를 찾아다니며 프리젠테이션을 쏟아내고 기업 가치를 올려 단계별 투자를 받아냅니다. 당장 돈을 못 벌더라도 시장 점유율과 성장 전망을 도약대 삼아 증시에 상장합니다. 창업자들은 일약 돈방석에 앉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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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차이나데일리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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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자유로운 비즈니스 문화도 함께 꽃 피웁니다. 들고 나는 판단이 빨라야 하니 CEO부터 말단 직원까지 순발력 있게 회사를 옮깁니다. 노동 시장이 유연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고도 유연하고 자유롭습니다. 빨라야 하니깐요. 이 바닥에선 그게 비즈니스의 생명력을 보전하는 안전장치니깐요.

인터넷 플랫폼 업계처럼 정보 공유도 빠르고 트렌드 부침도 심한 비즈니스 모델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시장경제'가 품기엔 너무 커버렸습니다. 글로벌 체급이 돼 버린 겁니다.

■ 美증시 상장 성공한 기업에 급브레이크

중국 경제로선 축복이자 '신박한' 경사가 아닐 수 없는 일입니다. 중국에서 체급을 키운 플랫폼 기업이 막강한 자금력과 인재풀, 다양한 노하우를 앞세워 파고들면 우리 시장은 방어가 만만치 않았을 겁니다.

중국과 가장 인접한 우리 경제로선 공습 경보가 울리는 절체절명의 순간이 아닐 수 없었죠. 그런데 급반전이 일어났습니다. 저 글로벌 플레이어 예비 후보들을 당국이 불러 세워 소위 '줄빳다'를 때리고 있는 겁니다. 해외 증시엔 신규 IPO도 못하게 막았으니 자금력을 앞세워 해외시장 진출을 구상했던 기업들은 급제동이 걸린 거죠. 어리둥절할 수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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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시각중국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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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은 이 섹터가 너무 나갔다고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참에 독과점을 손 보려고 합니다. 케이맨 군도 같은 조세회피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워 놓고 미 증시 우회 상장으로 이른바 '꿀을 빠는' 그런 지배구조도 갈아엎을 모양입니다. 이런 야단법석을 피우는 실권자들의 그 깊은 속내야 시간이 지나봐야 알겠지요.

■ 경제 변곡점서 재부상한 '새장경제'

반도체나 2차 전지 쪽 첨단 제조업은 이번 규제 태풍의 영향권 밖에 있어 상대적으로 평온해 보입니다. 당국의 군기 잡기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게 되면 빈 새장에 신규 진입하는 새들이 있을 것이고 봉황급으로 등극하는 새도 있겠지요.

새장보다 커버린 새는 용납 못 하는 중국 경제의 생리 구조가 외부 플레이어들에겐 시간을 벌어주는 기회의 창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중국 경제가 내부적으로 뒤뚱거리는 찰나의 기회를 낚아 채야 합니다. 우리 시장을 방어할 수 있는 경제적 해자를 깊이 팔 수 있도록 산학과 정책의 시너지가 절실한 때입니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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