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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AI 챗봇이 성폭력 피해자 돕는다…증거수집·조서작성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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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이준환 교수팀, 경찰청 연구과제로 상담 챗봇 개발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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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신윤하 기자 = 7년 전 술자리에서 직속 상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A씨. 그는 당시 부모님과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러니까 왜 둘이 만났냐' '회식에 치마를 왜 입고 나갔냐'는 반응이라 더이상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5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올해 하반기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통합 정보 제공 웹페이지를 구축, 이준환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팀이 개발한 AI 상담 챗봇을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찰청 연구발전담당관실은 지난 2018~2020년 2억65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성폭력 피해자 상담형 챗봇을 연구과제 사업으로 추진했으며, 현재 내부 홈페이지에 AI챗봇 기능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성폭력 피해 상담소나 신고 방법 등 통합 정보를 제공하는 웹페이지에 챗봇 기능을 만들어 피해자가 상담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준환 교수팀은 성범죄 피해자들이 다른 범죄에 비해 사회적 낙인을 이유로 신고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AI 상담 챗봇 개발에 착수했다. 연구팀이 AI 챗봇의 전반적 설계를 맡고 AI·데이터과학 전문기업 솔트룩스에서 개발을 진행했다.

이준환 교수는 "성폭력 피해자의 경우 피해 사실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는 것조차 굉장히 힘들다"며 "또 전문가에게 찾아가 상담을 받으려면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초기에 필요한 정보들이 있는데 이를 얻기까지 진입장벽이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I챗봇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고 실제 피해자들이 상담을 받고 경찰에 신고를 하도록 유도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고 했다. 실제 2016년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전국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성범죄 신고율은 1.9%에 불과하다.

새로 개발된 AI챗봇이 기존 챗봇과 다른 점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피해자와 자유롭게 이야기를 하다가 숨은 의도가 포착되면 시나리오의 특정한 부분에 연결을 시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연구팀은 연구 초기 피해자와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챗봇(대화 모델 챗봇)을 만들려 했다.

그런데 성폭력 피해자는 정신적 충격을 입은 상태라 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지체장애인이나 미성년자, 어린이 피해자도 있어 피해 사실을 정확하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이에 연구팀은 모든 시나리오를 정리해 시나리오로 연결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챗봇을 만들었다. 기존 대화 모델형 챗봇에, 정해진 루트에 따라 답변을 제공받는 시나리오형 챗봇을 결합한 형태다.

AI 챗봇은 수사절차나 증거 수집 방법, 판례 정보 등 수사지원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도 제공한다.

성폭력 피해로 정신적·신체적 상해를 당했을 경우 어디에 찾아가 어떤 식으로 해야하는지도 알 수 있다.

AI 챗봇이 제공하는 성범죄에는 성폭행과 성추행은 물론, 최근 늘고 있는 불법촬영물 공유·온라인 스토킹 등 디지털 성범죄도 모두 포함된다.

이 교수는 "성폭력 피해자들은 상대방이 나에게 한 행동이 죄가 되는지 아닌지, 죄가 된다면 어느 정도 처벌을 받는지 등을 가장 궁금해한다"며 "AI챗봇은 과거 판례를 통해서 이런 부분들을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또 처벌 수위에 영향을 미치는 범죄 발생 시점, 가해자와의 위계관계, 피해자의 나이 등을 입력하면 AI 챗봇이 마지막에 '간이 조서'를 만들어 주는데, 이를 상담소나 경찰에 제출하면 된다.

연구에 참여한 이준환 교수 연구실의 맹욱재 석박사통합과정생은 "AI 챗봇은 성폭력 피해를 겪고도 대면 부담 등의 이유로 신고를 어려워하는 피해자에게 상황에 맞게 대처할 수 있는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고 피해 내용에 관해 챗봇과 함께 대화로 정리해 추후 신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가 감정적으로 힘든 점을 이야기하면 챗봇이 이를 알아듣고 감정적 지지를 해주는 답변을 해주고 피해자가 원하는 정보를 알려달라고 바로 입력할 경우 정제된 정보로 바로 연결해주는 것도 가능하다"면서 "저희의 연구가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다만 일부 한계점도 있다. 피해자 정보는 개인정보 보호 등의 이유로 실제 피해자의 데이터를 얻기 어려워 데이터 수가 많지 않은 만큼 정확도가 70.2%로 높은 편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부분은 챗봇이 운영되며 실제 입력된 데이터를 쌓아 인공지능의 정확도가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하고 있다.

이 교수는 "성범죄 피해자의 경우 챗봇이 말을 알아듣지 못하면 부정적 효과가 날 수 있다. 아직 개발 중인 기술이라 실제 환경에 쓰려면 주의가 필요하다"면서도 "앞으로 데이터들이 많이 모이면 계속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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