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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文 “한·미훈련 美와 신중 협의”… 범여(汎與) 의원 60명 ‘연기 연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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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軍 주요지휘관 회의 주재

서욱 국방에 “여러 가지 고려하라”

김여정 담화 이후 첫 공개 언급

與 진성준 “현 모멘텀 이어가야”

성추행·청해부대 감염 등 관련

“쇄신 통해 신뢰 회복하라” 주문

정권 말 안정적 軍관리 수면 위

세계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군 주요 지휘관 보고 회의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보고받고 있다.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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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보고를 받고, ‘신중한 협의’를 주문했다. 공군 여중사 성추행 사망사건과 청해부대 장병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등으로 여론의 비판을 야기한 군에는 ‘심기일전’을 통한 쇄신을 강하게 요구한 것이다. 서 장관과 원인철 합참의장, 육해공군 참모총장 등 군 주요 지휘관들은 이날 청와대에 모여 주요 현안을 보고했다.

◆“한·미 연합훈련, 신중하게 협의” 지시

이날 현안보고에서 서 장관은 16일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코로나19 상황 등 현실적 여건을 감안해 방역당국 및 미국 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문 대통령은 “여러 가지를 고려해 (미국 측과) 신중하게 협의하라”고 말했다고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기자들과 서면 질의·응답에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전날 국회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하면 (북측의) 도발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것과 관련된 청와대 내부 기류 변화 여부를 묻는 말에 “없다”고 짧게 답변했다.

지난 1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한·미 연합훈련 비판 담화 이후 연합훈련과 관련된 문 대통령의 언급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러 가지를 고려한 신중한 협의’가 북한의 반발 등을 감안해 훈련 축소 또는 연기를 의미하는 것인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훈련을 진행하되 적절히 조정 가능한 부분이 있으면 적정한 선에서 (훈련을)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의미”라며 “국방부도 한·미 동맹과 남북관계를 고려해서 훈련의 방법이나 수준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범여권 의원 60여명이 한·미 연합훈련 연기를 촉구하는 연판장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남북 간 통신선 복구가 된 상황에서 이 모멘텀을 이어가려면 훈련을 연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참여 의원은 오후까지 60여명”이라고 말했다. 진 의원은 5일 오후 ‘한·미연합훈련 조건부 연기 촉구'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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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4일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군 주요 지휘관 보고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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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군, 쇄신 통해 국민 신뢰 회복해야”

문 대통령은 이날 모두 발언에서 “근래 몇 가지 사건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고 큰 위기를 맞게 됐다”며 “분위기를 일신해 신뢰받는 군으로 거듭나기 바란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보고와 관련, “공군 성폭력 피해자 사망 사건과 청해부대 코로나19 감염 등이 발생했고, 코로나19 유행 및 폭염 상황에서 장병 안전이 각별히 요구되는 상황이어서 관련 현안을 점검하고 당부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최근 잇따른 군내 사건·사고로 서 장관 책임론이 불거진 상황에서 군 수뇌부에 대한 청와대의 시각이 드러난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서 장관은 북한 귀순자 경계실패, 부실급식·과잉방역 논란, 공군 여중사 성추행 사망사건, 청해부대 집단감염으로 대국민 사과를 6차례 했다.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대선 국면에서 현 정부가 국정 동력을 유지하려면 안정적인 군 관리가 필수지만, 서 장관 취임 이후 국민들이 예민하게 생각하는 장병 복지와 인권 문제가 거듭 불거졌다. ‘장관 책임론’이 나온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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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욱 국방부 장관이 4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군 주요 지휘관 보고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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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권 말기 상황에서 국방장관 교체 카드를 사용하기는 쉽지 않다. 문 대통령의 국방현안 보고를 놓고 청와대가 서 장관 등 군 수뇌부를 다독이며 쇄신을 독려하는 ‘채찍과 당근’ 방침을 내놓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군의 쇄신을 강조하면서도 “군이 안보와 국방에서는 북한과의 군사적 충돌 없이 한반도 평화를 유지해왔고, 자연재해나 코로나 상황에서도 많은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군 소식통은 “군 수뇌부에게 ‘잘해보라’라는 메시지를 보낸 셈”이라고 해석했다.

이와 관련해 군 내부에서는 10월 전후로 실시될 하반기 군 인사에서 큰 폭의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을 주목한다. 주요 지휘관 인사를 큰 폭으로 단행하면 군 조직의 변화를 단기간 내 보여주는 효과가 있다.

박수찬, 배민영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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