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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한미훈련 때 北 도발하면…"중국도 못 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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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중단' 기조에 무력시위 용인 가능성…"북한 비호" 시선은 부담

뉴스1

경기도 평택 소재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 에서 기동 중인 미군 헬기. 2021.8.2/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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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북한이 우리나라와 미국을 향한 '선공'(先攻)에 나섰다. 지난 1일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명의 담화로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한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이를 계기로 다양한 전략카드를 손에 쥐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북한이 한미훈련 기간 무력시위를 벌이더라도 중국이 말릴 명분이 없다는 관측이 제기돼 주목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4일 향후 남북·북미관계와 관련해 "북한이 한미훈련을 도발의 명분으로 삼는 게 우려스러운 시나리오 중 하나"라며 "북한이 중국 측을 상대로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 등을 들어 '관계 개선을 하려고 했는데 한미가 훈련을 했다'고 주장하며 군사적 도발에 나선다면 중국도 이를 그대로 둘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그동안 '쌍중단', 즉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연합훈련의 동시 중단을 북핵 해법 가운데 하나로 제시해왔다. 즉, 북한이 "우리도 한미훈련에 대응해야 한다"며 무력시위를 벌인다면 중국 측도 이를 용인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우리 정보당국도 "북한이 한미훈련에 맞춰 '레드라인'(한계선)에 해당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진 아니더라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를 할 가능성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반대로 북한이 이번 한미훈련에 맞춰 군사적 도발 카드를 쓰지 않더라도 "추후 남북 또는 북미 간 협상에서 이점을 얻을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즉, 북한이 "북침 연습"이라고 주장하는 한미훈련을 묵과했다는 이유로 한미 양국의 '성의 표시'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부부장이 이번 담화를 내면서 "한미가 정말 훈련을 중단할 거라고 기대하진 않았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아울러 다른 일각에선 김 부부장의 이번 담화가 중국에 대한 '압박' 카드로 쓰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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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군이 작년 10월10일 조선노동당 창건 제75주년 기념 열병식 소식에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추정되는 '북극성-4ㅅ'을 공개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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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중국은 미국에 '북한이 중국의 비호 아래 무력시위를 했다'는 빌미를 주는 걸 가장 경계한다. 북한도 이를 잘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양 위원은 "현재 북한은 식량난 때문에 중국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한미훈련이 오히려 북한 자신들의 입장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식량뿐만 아니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즈(코로나19) 방역, 대북제재 해제 등과 관련해서도 중국 측의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중 양국은 그동안 패권경쟁을 벌이면서도 원론적 차원에선 북핵 문제 해결 등을 위한 '협력' 의사를 밝혀왔다. 특히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의 핵심 '열쇠'가 최대 우방국인 중국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한반도 긴장이 격화돼 미국의 적극적 개입을 불러온다면 중국으로선 불편한 일"이라며 "중국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 같은 다각도 '심리전'보다는 단지 북한이 "한미동맹을 흔들기 위해" 이번 담화를 내놨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미 양국 군과 정보당국은 김 부부장의 이번 담화 이후 북한군 등 내부 동향에 한껏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서욱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주요 군 지휘관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미훈련은) 여러 가지를 고려해 (미국 측과) 신중히 협의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이 김 부부장의 '한미훈련 중단' 담화 이후 한미훈련에 대해 직접 얘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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