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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단독] ‘이주민 차별’…5차 재난지원금도 안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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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난해처럼 배제 가닥

영주권자·결혼이민자만 지급

장기체류 외국인 주민 160만

“세금도 내는데…차별” 비판


한겨레

이주공동행동, 난민인권네트워크, 이주인권연대 등 이주민 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5월7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긴급재난지원금을 이주민에게도 평등하게 지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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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이달 말부터 5차 재난지원금(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이 지급될 예정인 가운데 정부가 이번에도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 이주민(외국인)을 포함하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별”이라는 이주민 단체 등의 비판에도 정부가 또 다른 반발을 의식해 기존 정책 틀을 유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4일 <한겨레> 취재 결과,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과 규모를 논의 중인 정부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영주권자와 결혼이민자에게만 재난지원금을 주고 나머지 이주민은 포함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관할하는 정부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영주권을 취득한 외국인, 결혼이민자나 주민등록등본에 등재된 외국인 중 건강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는 경우에 재난지원금을 받게 될 것”이라며 “긴급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내국인을 보호하는 것이 목적으로, 큰 틀에서 지난해와 거의 같은 기준으로 이주민에 대해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이런 방침을 기준으로 하면 장기체류로 등록 중인 이주민 160만명은 대부분이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이들은 이번을 포함해 다섯 차례 지급되는 중앙정부의 재난지원금을 단 한 번도 받지 못하게 됐다.

앞서 지난해 5월 처음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했던 정부는 영주권자와 결혼이민자를 제외한 이주민을 지급대상에 포함하지 않았고, 이에 각계에서 “차별”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국내 62개 이주민 인권단체(이주공동행동)가 지난해 4월 초 국가인권위원회에 “이주민을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인권침해”라며 서울시와 경기도에 대해 진정을 제기했고, 두 달 뒤 인권위는 “외국인 주민이 배제되지 않도록 관련 대책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코로나19로 인한 재난 상황에서 주민의 생활 안정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재난긴급지원금 정책을 수립·집행하면서, 주민으로 등록된 외국인 주민을 달리 대우하고 있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로 평등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권고 이유를 설명했다. 인권위 발표 이후 서울시와 경기도는 뒤늦게 예산을 마련해 이주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다만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중앙정부에 대한 인권위의 판단은 달랐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외국인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차별”이라며 행안부에 대해 진정을 제기했으나, 인권위는 지난해 11월 이를 기각했다. “긴급재난지원금 사업은 일회성이고 정부의 시혜적 정책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여 사업 시행 주체에게 폭넓은 재량권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앞서 서울시와 경기도에 대해 평등권 침해라고 판단한 것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진혜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는 “지방자치단체는 외국인 주민에 관한 조례나 지방자치단체법 등에서 외국인 주민을 평등하게 대해야 한다는 규율이 있지만, 중앙정부에 대해선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이나 판단 근거가 없어 (인권위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 같다”고 짚었다.

다만, 인권위는 당시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에 난민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는데 이에 따라 정부는 현재 난민에 대한 재난지원금 지급 여부를 논의 중이다. 정부는 오는 19일께 지급대상을 최종적으로 결정해 공표할 예정이다.

이주민과 이주 인권단체들은 정부 방침에 대해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은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나서서 이주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중앙정부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 안타깝다”며 “똑같이 노동하고 세금도 내는데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에서 단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는 건 명백한 차별이다. 지금이라도 정책을 바꿔 재난지원금을 똑같이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이재호 김양진 이지혜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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