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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단독]법무부 “수사정보 유출의심 보도땐 내사”… 檢내부 “권력수사 막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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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사건 공개금지’ 내사조항 신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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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시행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법무부훈령)’을 법무부가 최근 개정하면서 수사 정보 유출로 의심되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각 지방검찰청 인권보호관이 내사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한 것으로 4일 밝혀졌다. 수사 정보 유출 의혹을 단순히 진상조사 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형법상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수사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법무부는 개정안을 최근 대검찰청에 보내 9일까지 일선 검사들의 의견을 취합해달라고 요구하는 등 규정 개정을 강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 ‘수사 정보 유출 의심’만으로 내사 가능

법무부가 대검을 통해 일선 검찰청에 전달한 개정안에는 각 검찰청 인권보호관이 ‘수사 정보 유출’로 의심되는 세 가지 상황에서 내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공보 담당자가 아닌 사람이 수사 정보를 의도적으로 유출한 것으로 의심되거나 △담당 수사 검사 등이 사건의 본질적 내용을 의도적으로 유출한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사건 관계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큰 경우 등이다. 수사 상황 관련 언론보도에 대한 사건 관계인 등의 진정서가 접수된 때에도 인권보호관이 진상조사에 나설 수 있다. 진상 조사를 마친 뒤 인권보호관은 결과를 검사장에게 보고하고, 검사장이 감찰 등 조치를 취하게 된다.

법무부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재임 당시 관련 규정이 제정된 이후에도 검찰 수사 과정에서 피의사실 공표 등으로 인한 인권침해 논란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며 규정 개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검사가) 수사 동력 확보를 위해 여론몰이식으로 흘리는 행위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박 장관이 언제든지 ‘피의사실 유포 의혹’을 이유로 수사팀을 조사하고, 휴대전화 통화 내역 등을 제출받을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하려는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특히 수사 정보 유출에 대한 내사가 가능해진 것에 대한 검찰 내부 반감도 적지 않다. 통상 사건이 첩보 등을 통한 내사로 시작해 정식 수사로 전환되는 만큼 언제든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어 “잠재적 피의자 취급을 하는 것이냐”라는 불만이 나온다.

○ 檢 내부 “권력 비리 수사팀 협박, 탄압용 개정”

‘수사 정보 유출이 의심되는 보도’라는 내사 착수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검사는 “정권 실세가 연루된 사건의 경우 검찰도 수사에 나서지만 언론도 자체 취재를 한다”며 “언론이 수사와 관련된 내용을 보도했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든지 담당 수사팀을 내사하겠다며 탄압할 길이 열리는 것”이라고 했다. 부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도 “‘피의사실 유포’ 의혹으로 진상조사를 받는 수사팀은 면담, 각종 자료 제공 등으로 시간을 많이 빼앗길 수밖에 없다”며 “그동안 수사는 ‘올스톱’ 되고 결국 동력을 잃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검찰 안팎에선 이번 개정안이 인권보호관 제도 도입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법조인은 “구속영장 청구를 앞둔 피의자를 면담하는 인권보호관은 검사가 아닌 제3자 시각에서 수사 도중 발생할 수 있는 인권침해 사안을 살피는 역할을 한다”며 “그런 인권보호관에게 돌연 ‘피의사실 유포 혐의’ 수사를 하라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인권보호관 업무 경험이 있는 한 법조인은 “사문화될 수밖에 없는 조항”이라며 “인권보호관의 고유 업무가 많고, 산하 인력이 적어 내사할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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