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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10조 차이나펀드 괜찮나…"홍콩·美 상장株보다 본토가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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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사 중국 주식 펀드매니저 긴급설문]

정치 리스크에도 높은 성장률 ‘매력적’

“당분간 비중↓, IT주는 저가 매수 기회”

“外인 비중 낮고, 정책 지원 수혜 큰 A주”

[이데일리 김윤지 김인경 기자] 중국 당국이 주요 기술주에 이어 사교육과 게임까지 규제 칼날을 들이대자 국내 투자자들 또한 불안감에 떨고 있다. 중국 주식형 펀드 순자산 규모는 10조원으로 국내에 출시된 해외 주식형 펀드 중 국가별로 봤을 때 가장 덩치가 크다. 서학개미들의 해외 주식 투자액 중 홍콩과 중국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10%가 넘는다. 중국 증시가 개인 투자자들의 주요 투자처인 만큼 최근 중국 정부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중국 주식 시장이 규제 리스크로 변동성을 보여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혁신성과 성장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끌어내는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강조했다.

다만 뉴욕 증시 상장 한 달 만에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디디추싱처럼 중국 정부가 역외에 상장된 주식들에 대해서 어떤 정책을 적용할지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는 점에서 홍콩 증시 상장 중국기업주 중심의 H주나 해외에 상장된 주식예탁증서(ADR) 보다는 A주(본토 증시)가 더 나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데일리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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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위로 확대되는 규제 칼날…한달새 ‘급락’

4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상하이종합지수는 최근 한달새(7월5일 종가 대비, 이날 종가) 1.62% 하락했다. H지수는 무려 8.31%나 급락했다. 최근 중국 당국이 강도 높은 규제를 연달아 내놓은 여파다. 같은 기간 미국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이 1.63% 상승하고 코스피가 0.39% 하락하는 가운데 유독 크게 미끄러진 셈이다.

이에 중국 주식형 펀드 또한 고전 중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일 기준 최근 1개월 기준 설정액 10억원 이상인 중국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6.09%로 해외주식형 평균 수익률 -1.65%를 훨씬 밑돈다. 국가·지역별로 분류했을 때 최하위 수준이다. 세부 상품별로 보면 하락 폭이 더 컸던 H지수에 주로 투자한 펀드들은 더 큰 낙폭을 보여줬다.

이미 중국은 지난해 말부터 빅테크와 사교육에 대해 엄포를 놨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와 텐센트, 중국판 ‘배달의 민족’인 메이투완은 반독점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여기에 당국발 초강력 규제는 사교육과 부동산 등 산업 전방위로 확대되면서 투자심리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날 중국 관영매체 신화통신의 자매지 ‘경제참고보’는 일부 학생들이 텐센트의 게임 ‘왕자영요’를 하루에 8시간씩 하고 있다며 게임을 ‘정신적 아편’이라 비유했다. 이후 텐센트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10% 넘게 떨어졌다. 기사는 삭제됐지만 중국 정부가 게임에 대한 규제를 할 것이라는 전망에 국내를 포함해 전세계 게임주가 움츠러들었다. 중국은 관영통신을 통해 규제나 경제방향을 미리 예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외환거래업체 오완다(OANDA)의 제프리 헬리 아시아태평양 시장 분석가는 “수 주가 지나도 중국 내 규제리스크는 여전히 유효하다”면서 당분간 중국 주식에 주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알렉세이 미로넨코 캐피털컴퍼니 전무 역시 “규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 탓에 중국 주식에 요구되는 위험 프리미엄이 더 높아졌다”면서 “단기간의 불확실성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반적 단기 대응은 보수적, 기술주는 기회”

이에 이데일리가 설정액 1000억원 이상인 중국 공모 펀드를 운용하는 6곳의 자산운용사를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펀드 매니저들은 게임주, 교육주, 부동산주 등 대부분 단기 대응으로 비중 축소를 권했다. 기술주 또한 보수적 접근을 제시했지만, 정책 지원이나 구조적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에 대해서는 비중 확대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백재홍 에셋플러스자산운용 차이나운용팀장은 “미래 성장성이 열려있는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영역은 방대한 제조 능력이 요구되는 분야”라면서 “다양한 중국 제조업체들은 해당 밸류체인에서 강한 주도권을 보유하고 있고 향후에도 주도권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청룬푸 신한자산운용(홍콩) 매니저는 “IT는 중국의 장기적 성장성에 베팅하기 위한 가장 좋은 섹터로, 특히 하드웨어 분야가 선호된다”면서 “미중 갈등으로 인해 중국 정부는 자국 고유 IT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재생 에너지와도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대 변수로는 2022년 시진핑 3기 출범 전 중국 정부의 정책 방향을 꼽았다. 이종훈 삼성자산운용 글로벌운용주식 본부장은 “현재까지 분위기로는 몇몇 주요기업을 압박해 전체적인 통제를 이끌어내는 분위기”라면서도 “언제까지 지속할 수 없어 규제 강도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술주가 유망한 만큼 성장주와 관련된 주요 지표도 지켜봐야 할 요소로 꼽혔다. 고정희 한화자산운용 해외주식전략운용팀장은 “전기차 침투율 10%대 진입과 월간 판매량 호조로 전기차, 배터리, 소재 및 장비의 서플라이체인의 높은 벨류에이션을 유지하고 있어 판매량의 지속호조 여부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면서 “반도체 산업과 태양광 산업의 경우도 가격상승, 수요증가로 실적개선이 진행된 만큼 수요에 대한 전망치 변화가 주의할 점”이라고 짚었다.

“변동성 큰 H주 보다는 A주 주목”

펀드 매니저들은 정치적 리스크로 한동안 진통을 겪겠지만 회복 잠재력이 충분해 결과적으로 경쟁력과 펀터멘털이 강화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연간 경제성장률이 5~6%에 달하는 등 선진국 대비 높은 성장률과 IT와 헬스케어, 신에너지 분야에서의 역량 등도 매력적인 요소다. 때문에 기술주에 대해선 조정을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대영 KB자산운용 아시아에쿼티실장은 “리스크에 있어 마찰적 요소와 본질적 요소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치적 요소 등 투자 외적인 요소보다 중국 기업의 핵심 경쟁력 같은 본질적 요소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H주나 ADR보다 A주가 더 나은 선택이란 점도 공통된 의견이었다. 2014년 선·후강퉁 개방 이후 A주의 외국인 투자 비중이 높아졌으나 여전히 H주의 외국인 투자자에게 더 많이 노출돼 있고, A주의 경우 공매도 자체가 제도적으로 불가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육진수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운용본부장은 “A주에는 전기차 밸류체인, 반도체, 태양광 등 다수의 정부 육성 산업이 포진돼 있고 H주에는 기존에 잘 알려진 중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다수 상장돼 있다”면서 “14차 5개년 계획(2021~2025년)에서 중국 정부는 탄소중립과 기술독립을 중점으로 제조업을 육성하겠다고 발표했고 이는 관련 산업이 더 많이 포진된 A주에 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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