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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세계적 투자기관의 경고 “신규 석탄발전, 한국경제·미래에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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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0조 네덜란드 연기금 운용 APG

김부겸 총리·탄소중립위 등에 서한

“석탄발전소 신설은 믿기 힘든 현실”

탄소중립위에 ‘조속 사업중단’ 촉구

기후단체 “한국 투자배제 위험신호”

올초 국외사업 한전 투자금 회수도


한겨레

네덜란드 공적연금 운용공사 에이피지(APG) 누리집에는 태양광 발전 패널 사진과 함께 ‘책임투자’라는 글이 함께 올라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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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공적연금 운용 공사 에이피지(APG)가 한국 ‘2050 탄소중립위원회’ 공동위원장인 김부겸 국무총리와 윤순진 민간위원장에게 “2021년에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짓는 것은 차마 믿기 힘든 현실”이라며 국내 석탄발전소 건설을 우려하는 내용의 서신을 보냈다.

세계 3대 연기금 운용기관 중 하나인 네덜란드 에이피지는 지속가능성,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를 중점에 둔 투자에 나서고 있다. 7월 기준 약 850조원 규모의 연금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에이피지는 4일 박유경 아시아·태평양지역 책임투자부 총괄이사 명의로 서신을 보냈다. 기후운동단체 기후솔루션이 공개한 서신을 보면, 에이피지는 “한국은 지난 2년간 기후위기 문제에 대해 가장 전향적인 변화를 보인 국가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 모든 노력에 역행하는 중대한 걸림돌과 같은 사업이 민자 석탄발전사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은) 실질적인 주요 7개국(G7)에 해당하는 생산력을 자랑하는 국가이지만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이 결코 쉽지 않은 에너지 및 산업 구조를 가졌다. (이런 국가에) 석탄발전소가 신규로 들어서고 있다는 것은 차마 믿기 힘든 현실”이라고 했다. 에이피지는 “기후위기 상황 속에서 석탄발전소는 한국 경제와 인류 미래에 독이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지만 구체적인 탈석탄 시기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현재 국내에는 삼척블루파워(2기), 고성그린파워(2기), 강릉에코파워(2기), 신서천 석탄화력발전사업 등 7기에 달하는 신규 석탄화력발전소가 건설 중이다.

에이피지는 탄소중립위원회가 한국 사회의 탈석탄 지렛대 구실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에이피지는 서신에서 “탄소중립위에서 사업자들이 석탄발전사업의 함정에서 하루빨리 빠져나올 수 있도록 강력하고 명확한 정책적 방향성을 제시해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썼다. 이어 “석탄발전사업은 현금 창출 가능성이 없는 좌초자산이다. 신속한 중단이 사업자에게도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인식을 공유할 수 있도록 이끌어달라”고 했다.

한겨레

환경 관련 7개 청년 단체(가디언즈 오브 클라이밋, 기후결의, 기후변화청년단체 GEYK, 기후변화청년모임 Big Wave, 문화연대 ‘스틸얼라이브’, 성공회대 공기네트워크, 청년기후긴급행동)가 지난해 5월27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그린뉴딜 정책에 탈석탄 계획을 분명히 할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청년기후긴급행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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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피지의 경고성 서신에 대해 “한국이 조속한 탈석탄을 이루지 못하면 국내 산업이 세계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세종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글로벌 투자사의 우려 표명은 우리나라 주요 기업을 비롯한 산업 전반이 글로벌 투자 대상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위험 신호”라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은 향후 전국민이 짊어질 막대한 부담으로 확대될 수 있다. 빠른 탈출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글로벌 투자사들 사이에서는 석탄산업이나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려는 흐름이 뚜렷하다. 한국전력 주요 주주였던 에이피지는 한전에 베트남 붕앙2,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 등 해외 석탄발전소 투자 철회를 요구하다가 올해 초 한전에 투자한 모든 자금을 회수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북유럽 최대 자산운용사인 노르데아 자산운용사 등 글로벌 투자사 18곳이 베트남 붕앙2 석탄발전 사업에 참여하는 한국 기업에 사업 철회, 석탄발전 투자 중단 선언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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