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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줌인]7년 묵은 '로톡-변협' 갈등…징계 규정 시행에 진흙탕 싸움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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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톡, 2014년 시작…변호사법 위반 의식해 '광고 플랫폼'으로 운영

변호사 직역단체, 2015년부터 리걸 테크 업체 고발 시작

이종엽·김정욱 당선 후 공세 재개…'변호사 업무 광고 규정' 개정

법무부까지 개입 나서…박범계 "징계 실행 안 했으면"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대한변호사협회와 ‘로톡’ 등 리걸 테크(Legal-Tech) 업계 간 해묵은 갈등이 끝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대한변협이 4일부터 변호사들의 법률 플랫폼 서비스 이용을 사실상 금지한 ‘변호사 업무 광고 규정’ 개정안을 시행하면서 플랫폼 가입 변호사들에 대한 무더기 징계와 이에 따른 소송전이 예상된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급하게 중재에 나섰지만 변협은 법무부와 관계없이 징계를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불과 수개월 만에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대한변협과 로톡의 갈등은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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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톡의 변호사 검색 화면. 광고비를 지불한 변호사들이 랜덤 방식으로 노출되고 있다. (자료=로톡 캡처)


리걸 테크-직역 단체 간 해묵은 갈등

로톡은 태생부터 변호사법 위반 소지를 품고 있는 서비스였다. 지난 2012년 설립한 로앤컴퍼니는 2년 뒤 로톡을 내놨다. 초기에는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조금씩 로톡에 가입하는 변호사들이 늘어나면서 로톡이 변호사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변호사법에선 사건을 중개하고 수수료를 받는 것은 불법이다. 가입 변호사들로부터 광고비를 받고 변호사와 의뢰인을 연결해주는 로톡의 시스템이 사실상 변호사법 위반이라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로앤컴퍼니 역시 이 같은 문제점을 의식해 현재까지 로톡의 수익 모델을 중개 수수료 대신 광고 플랫폼 형태로 설정하고 있다. 사건 중개 수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가입 변호사들 중 광고를 원하는 변호사들에게서 일정 비용을 받고 광고 영역에 노출하는 방식이다.

그러다 지난 2015년 3월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로앤컴퍼니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발했다. 이어 2016년엔 대한변협도 로앤컴퍼니를 비롯한 변호사 소개 사이트 4곳을 고발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변호사 중개가 아닌 광고 수익 모델에 해당한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로앤컴퍼니에 따르면 대한변협은 최근까지도 변호사들의 공식 질의에 ‘로톡의 광고가 합법이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1월에도 서울변회와 직역수호변호사단이 로톡을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했다.

대한변협이 공식적으로 로톡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다시 공세에 나선 것은 지난 2월 이종엽 대한변협회장이 51대 협회장에 당선되면서다. 거의 같은 시기에 김정욱 변호사 역시 서울변회장에 당선됐다.

로앤컴퍼니를 고발한 직역수호변호사단에서 이 협회장은 공동대표, 김 회장은 상임대표를 맡고 있었다. 이들은 연초 회장 선거 운동 기간에도 ‘직역 수호’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로스쿨 제도 도입 이후 급증하기 시작한 변호사 수는 지난 3월말 기준 2만9700여 명에 달했다. 변호사 수 증가로 업계 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생계를 위협 받는 변호사들이 늘어났다. 광고가 굳이 필요 없는 이름난 변호사들은 로톡의 필요성을 못 느꼈지만 사건 수임이 절실한 변호사들은 자연스레 법률 플랫폼을 선택했다. 이에 로톡 등록 변호사는 매년 증가해 현재는 4000명에 육박한다. 로톡의 덩치가 커지자 업계 일각에선 로톡을 통해서 월 수임료가 150억 원 이상 발생하고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면서 대한변협과 서울변회는 급기야 로톡을 ‘법조 브로커’로까지 규정하기에 이르렀다.

결정적으로 지난 5월 대한변협은 온라인 법률 플랫폼에 변호사가 참여하지 못하도록 광고 규정을 개정하고 협회 최상위 규범으로 볼 수 있는 윤리 장전도 개정했다. 개정된 윤리 장전은 변호사들이 전자적 매체 기반의 영업에 참여하거나 가입하지 못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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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왼쪽)과 김정욱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사진=이데일리DB)


‘변호사 업무 광고 규정’ 개정에 로톡도 법적 대응…법무부도 개입 시작

잇단 고발과 규제 강화로 로톡 가입 변호사들이 위축되면서 로앤컴퍼니 역시 법적 대응에 나섰다. 로앤컴퍼니는 지난 5월 변협의 광고 규정 개정에 대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청구인단엔 변협 소속 변호사 60명도 함께 이름을 올렸다. 동시에 개정안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도 냈다. 헌법소원 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개정안의 효력을 멈춰 달라는 내용이다.

쌍방 소송전이 난무하는 가운데 변협의 감독 기관인 법무부도 개입하기 시작하면서 갈등 양상은 심화됐다. 지난 6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로톡을 ‘합법적 플랫폼 서비스’라고 규정하면서다.

박 장관은 전날에 이어 개정안 시행일인 4일 출근길에서도 “가능한 징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앞서 로톡과 변협 간 중재 의사를 밝혔지만 아직 실제 징계 절차에 들어가진 않은 만큼 법무부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박 장관의 입장 표명에도 대한변협은 개정안 시행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징계는 지방변회가 소속 변호사에 대한 징계 개시를 대한변협에 알리면 대한변협이 징계위 회부 여부를 결정한다. 최종적으로 징계위가 6개월 내에 징계 여부를 결정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다만 당장 로톡 등 법률플랫폼에 가입한 변호사들에 대한 무더기 징계가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변회 측은 개정안에 따른 징계가 이뤄지면 최초의 선례가 남게 되는 만큼 면밀히 검토해 징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로앤컴퍼니는 실제 징계가 실행돼 가입 변호사들이 피해를 입게 될 경우 향후 있을 행정 소송 등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법조계에서는 변협과 로톡 양자 간 해결점을 찾기엔 이미 늦었다고 보면서 법무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로톡을 두고 변호사법 위반이나 ‘사무장 로펌’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프레임 씌우기다. 실제 변호사법 위반이라면 두 번이나 검찰에서 무혐의를 받고 박 장관이 합법이라고 할 수 없다”며 “변협 감독 관청으로서 법무부가 분명한 의사 결정을 해줘야 한다. 개정안을 직권으로 취소하든지 징계 이의 신청을 받아들여서 개정안을 사문화 시키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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