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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공공성-물량공세’ 모순에도…여권 대선주자들, 부동산 공약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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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이낙연 “서울공항 이전해 3만호 공급”

대선 주자들 줄이어 ‘부동산 공약’ 제시


한겨레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 성남에 있는 서울공항 부지에 '스마트 신도시'를 세우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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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대규모 임대주택 공급 계획에 이어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구체적인 아파트 건설 부지까지 담은 주택 공급안을 제시하면서 공약 경쟁에 불을 붙였다. 집값 급등이 문재인 정부의 최대 실책인 만큼, 여권 대선주자들의 부동산 정책 공약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토지 공개념에 기반한 주택 정책의 공공성 확대부터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한 주택공급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물량 공세를 뒷받침할 수 있는 택지·재원 마련의 현실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른 납세자들의 저항도 돌파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부동산자산에 대한 과세를 더 강화하겠다는 공약은 진정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이낙연 전 대표는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성남 서울공항 기능을 이전해 이곳에 주택 3만채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전용기 운영 및 국빈 이용, 미군 비행대대 주둔 등에 사용되는 서울공항 기능을 각각 김포공항, 오산·평택기지로 옮기고, 이곳에 공공 주도로 아파트 단지를 건설하겠다는 내용이다. 이 전 대표는 “서울공항 부지가 대부분 국유지이고 이미 도로, 지하철 등 기반이 갖춰서 조성원가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며 “공공 주도로 대형 브랜드 건설사와 똑같은 고품질의 아파트를 공급하고, 가장 선진적인 건축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서울공항 인근 지역에 고도 제한을 해제해 추가로 4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덧붙였다.

일정 규모 이상의 택지 소유를 제한하고,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등 토지독점 규제에 방점을 찍었던 이 전 대표가 아파트 공급 제안을 내놓은 것은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규제책만 내놓고 공급에 소홀했다고 하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또한 이날 기자들을 만나 “많은 후보가 공급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어디에 지을지는 말이 없다”며 “처음으로 대규모 부지를 제시했다는 게 가장 큰 차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이재명 지사가 저렴한 임대료로 30년 동안 거주 가능한 ‘기본주택’ 100호 건설 공약을 발표하면서 택지 공급 방법 등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하지 못한 것과도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이낙연 캠프의 김효은 대변인은 이후 “부지 확보 기약 없는 기본주택, 구름 위에 건설할 건가?’라는 논평을 추가로 내놓았다.

지금까지 제시된 여당 대선 후보들의 주택 정책을 살펴보면, 먼저 임대주택 대규모 공급을 꼽을 수 있다. 이재명 지사의 기본주택이나 정세균 전 총리가 약속한 청년·신혼부부·노약자 등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100만호 건설이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국민들의 강렬한 부동산 소유 열망을 진정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임대주택이 아무리 넓고 쾌적하다고 해도 중산층은 민간 주택을 원한다”고 했다.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문제인정부도 2018~2020년 44만호에 가까운 임대주택을 공급했는데 그마저도 땅을 찾기가 어려워 쉽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신규 택지 개발을 통한 아파트 분양 방안도 여럿이다. 이 전 대표가 성남공항 이전을 밝힌 반면, 박용진 의원은 김포공항 부지를 지목했다. 특정 부지를 제시한 것은 계획의 완결성을 위해선 필요하지만 이 역시 현실성 문제가 제기된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서울공항 이전을 저 역시 검토했지만 안보적 측면을 무턱대고 이전할 수 없는 문제였다”고 밝혔다정준호 교수는 “국가가 보유한 토지 중 공항이 가장 넓으니 자꾸 공항이 아파트 부지로 언급된다. 하지만 수도권 아파트 건설은 지역의 서열화를 야기해 국가균형발전을 저해한다”고 했다. ‘공급폭탄’을 브랜드로 내세운 정세균 전 총리도 서울 서초동 대법원과 대검찰청을 충청권으로 이전시켜 공공주택을 짓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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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보유세 신설(이재명), 지대개혁(추미애), 토지독점규제 3법 추진(이낙연) 등은 공공성 강화에 무게를 실은 대책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게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김덕례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4년 동안 시장에서 수용 가능하지 않은 대책을 내놨다가 실패한 경험을 충분히 하지 않았나. 정책 규제 대상자들의 저항을 제어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정준호 교수는 “같은 후보가 이쪽에선 공공성 강화, 저쪽에선 자산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공급 대책을 내놓으니 모순적이다. 진정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서민들의 주택 마련 지원 등을 위한 ‘국책 모기지’ 조성 공약(김두관 의원)도 나와 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은 민주당 후보들의 부동산 공약 중 이재명 지사에게 연일 집중포화를 퍼붓고 있다. ‘기본소득’과 ‘기본주택’을 묶어 ‘포퓰리스트’ 이미지를 각인시키려는 전략이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이날 이 지사를 겨냥해 “국민을 원숭이 취급한다”면서 “임대주택 이름을 바꿔치기해 기본주택이라고 팔아먹다니, 기본 시리즈 하기 전에 기본 인격부터 갖추시라”고 맹비난했다. 전날 유승민 전 의원도 “허위 과장 광고인 데다 갈수록 허경영을 닮아간다”며 “도대체 무슨 돈으로 기본주택을 짓겠다는 건지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다”고 직격했다.

노지원 송채경화 진명선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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