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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공부 부족해 죄송, 지금 말할 상황 아냐”…‘준비 안된’ 최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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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문제·부동산·기업규제 등 질의에

“준비 안돼 죄송…앞으로 더욱 노력”


한겨레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4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한 스튜디오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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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감사원장 사퇴 이후 한달여 만인 4일 “자유와 번영을 누리며 정의가 바로 세워진 나라를 만들겠다”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무너져가는 나라를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며 대선 도전의 정당성을 강변했지만 구체적인 국정현안에 대해서는 “아직 공부가 부족하다. 준비된 답변이 없다”고 인정하며 ‘준비 부족’을 드러냈다.

최 전 원장은 이날 경기 파주의 한 스튜디오에서 비대면 대선 출마식을 열어 “제가 꿈꾸는 대한민국은 법과 원칙이 살아있는 나라, 마음껏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나라, 열심히 일하면 잘 살 수 있고, 내 집도 마련할 수 있는 나라, 우리의 아이들이 더 나은 미래에서 살 것이라는 확신이 있는 나라”라고 강조했다. 이어 △시장경제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는 나라 △무너진 공교육 정상화 △탄탄한 사회안전망 정비 △연금제도 개혁 △확고한 한미동맹을 축으로 강력한 안보 태세 구축 △투명한 국정운영을 공약했다.

또 “잘못된 이념과 지식으로 절차를 무시하고 추진해 온 탈원전 정책을 포함한 에너지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정책의 합리적 추진을 제도화하겠다”며 감사원장 재직 시절 문재인 정부와 갈등했던 ‘탈원전 정책’도 겨냥했다.

최 전 원장은 감사원장 사퇴 뒤 대선 도전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이를 반박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대통령의 한 마디에, 오로지 이념과 정치적 목적에 따라 국가의 근간이 되는 정책이 적법한 절차도 거치지 않고, 무엇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없이 결정되고 집행되는 것을 보았다”며 “그 속에서도 저는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서 직무를 수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벽에 부딪혔다”고 말했다. “감사원 업무영역의 한계”로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고, 국민의 삶에 직결되는 여러 정책을, 감사원으로서는 사전에 막을 수 없었다”며 이를 위해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섰다는 것이다. 최 전 원장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 무너져가는 대한민국을 지켜만 보고 있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라며 대선 출마를 합리화했다.

출마 선언문을 읽은 뒤 질의·응답이 이어졌지만 그는 문재인 정부의 각종 정책을 비판하면서도 구체적인 정책이나 대안은 내놓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에 비판적 입장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반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구체적 로드맵이 있냐’는 질문에 최 전 원장은 “남북 대화와 통일을 위한 구체적 로드맵은 정치입문 얼마 되지 않아서 지금 말씀드릴 상황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기업에 대한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는 주장과 관련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이 기업옥죄기법이라는 재계 의견이 있는데 꼭 철폐해야 하는 법안이 무엇이냐’고 묻자 “중대재해처벌법은 과도하게 기업활동을 위축시키고 책임의 범위를 확장하는 법”이라며 “나머지 법들에 대해서는 공부가 부족한데 열심히 해서 문제가 뭔지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기자의 질문 속에 있던 중대재해처벌법만 ‘문제적 법률’이라고 반복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내 집 마련의 꿈, 좀 더 좋은 집 살고자 하는 꿈을 무시하고 이념적으로 정책 밀어붙여 부동산 지옥을 만들어냈다”고 비판하며 “부동산에 쏠리지 않고 다른 곳으로도 돈이 흘러갈 수 있는 산업구조의 재편도 함께 고민해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산업구조 재편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이어지자 “준비된 답변이 없어서 이 자리에서 정확한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 정치 시작한 지 며칠 안 된 거 감안해주시라”며 웃었다. 최 전 원장의 ‘솔직한’ 답변에 “아직 준비가 안 됐는데 출마 선언한 것 아니냐고 말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그는 연신 “충분한 준비가 안 돼서 죄송하다. 준비가 안 된 점을 인정하고 앞으로 더욱 노력하겠다”며 자세를 낮췄다.

비교적 선명하게 나온 답변들은 대부분 강경보수적 목소리였다. “한미연합훈련이 왜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발언에 의해 연기·중단돼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여 현장에 있던 지지자들에게서 박수를 받았다. 주 52시간제의 “탄력적 적용”을 주장했고 “귀족노조가 기업 활동에 많은 어려움을 주고 있고 청년들의 취업도 가로막는 하나의 원인”이라고 했다.

‘헌법 가치를 가장 잘 지킨 대통령이 누구냐’는 질문에는 “공과가 있지만 대한민국이 나아갈 자유민주주의에 의한 기초를 놨다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셨다”며 이승만 대통령을 꼽았다. 최 전 원장은 “저를 보수적 인사로 국민이 생각하고 계시지만 그렇게 보수적인 사람은 아니다”라며 자신이 “국민통합에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그는 경쟁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비교해 강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저는 이런 분열 상태를 야기한 여러 과거의 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다. 정치적 부채가 없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윤 전 총장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적폐청산’ 수사를 에둘러 꼬집은 것이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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