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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만 비대해진 코인생태계…투자자 피해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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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로에 선 韓코인시장 (上) ◆

매일경제

코로나19 재확산세로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가 지속되면서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의 강남센터마저도 지난 3일 운영이 중단됐다. 한 시민이 빗썸 강남센터 앞을 지나가고 있다. [박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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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거래소 줄폐업 우려가 불거지면서 우리나라 가상화폐 산업의 기형적인 거래소 중심 구조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가상화폐 생태계는 크게 발행·거래·운용 등 3대 시장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게 정상이지만 우리는 거래시장만 발달하면서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우선 정부의 가상화폐 정책은 시작부터 불균형적이었다. 정부는 2017년 코인 발행(ICO)과 코인 집합투자를 동시에 금지했다. 발행시장이 불법화됐고 운용시장은 개별 투자만 이뤄지는 반쪽짜리로 전락했다.

국내에서 코인 발행이 금지되자 국내 발행사들은 싱가포르, 스위스 등 코인 발행을 허용한 국가에서 발행한 뒤 해당 코인을 국내 거래소로 상장시키는 우회적인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코인 상장의 열쇠를 쥐고 있는 거래소는 △상장 수수료 수취 △시세조종 개입 △무더기 상장폐지 등의 문제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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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시장은 위축됐지만 국내 가상화폐 거래 규모는 주식시장에 육박할 정도로 엄청나게 커졌다. 정부 추정에 따르면, 지난 4월 한 달간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대 거래소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22조원이었다.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무려 8000조원에 달한다. 한국예탁결제원이 집계한 올해 상반기 개인투자자 기준 장내 주식시장(코스피·코스닥·코넥스) 거래대금이 4171조3000억원이니 연간으로는 8342조6000억원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국내 주요 거래소들은 세계적인 규모로 성장했다.

가상화폐 조사기관인 코인랭킹에 따르면, 지난 3일 하루 거래 규모 기준으로 국내 거래소 중 업비트(2위, 53억9000만달러)와 빗썸(12위, 9억4650만달러)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코인원(22위, 1억7147만달러)과 코빗(37위, 2149만달러)도 50위권에 들었다. 1위 거래소 바이낸스(146억7000만달러)와는 격차가 있지만 국내 4대 거래소는 꾸준히 현 지위를 유지해왔다.

매출 기준으로 보면 국내 4대 거래소에서 올해 1분기 실적이 이미 지난해 전체 실적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됐다. 투자은행에 따르면, 업비트는 올해 1분기 매출 5900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전체 매출인 1760억원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지난 4~5월 호황으로 올 2분기 실적은 1분기보다 더 좋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 1분기 매출만으로 추정하면 4대 거래소 올해 연간 매출은 3조6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전년 대비 8배 성장한 수치다.

가상화폐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3일 기준 전 세계 가상화폐 24시간 거래액은 766억달러였다. 국내 4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의 하루 거래액은 72억달러로, 전 세계 거래액 중 약 9.4%에 해당한다.

그러나 거래소를 제외하면 세계 무대에서 한국의 가상화폐 산업은 거의 보이지 않는 수준이다.

가상화폐 발행시장으로 볼 수 있는 이른바 K코인을 찾아보기 어렵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전 세계 가상화폐 시가총액은 1조5634억달러에 달한다. 거래소 391곳에서 거래되는 가상화폐만 1만1149개에 이른다.

전 세계 가상화폐 시총 순위 50위 안에 있는 K코인은 테라(24위)와 클레이튼(43위) 2개뿐이다. 시총은 테라 50억달러, 클레이튼 25억달러다. 전체 가상화폐 시총의 0.4% 수준이다.

가상화폐 운영 부문 역시 한국은 세계 시장에 명함도 못 내미는 수준이다. 전 세계 최대 디지털 자산 운용사인 그레이스케일의 비트코인트러스트(GBTC)는 운용자산만 225억달러(약 25조원)이지만 국내는 업체 수조차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고, 운용자산을 다 합쳐도 1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최화인 금융감독원 블록체인발전포럼 자문위원은 "코인 업계가 기술력 부족 등으로 상장 외 다른 시장 진출에 소극적이고 투자자들 역시 코인 투자에 따른 수익만 노리고 있어 거래소 중심으로 시장이 왜곡돼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9월 말 거래소 신고 이후 국내 가상화폐 시장이 더 거래소 중심으로 공고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대형 거래소들은 제도권 편입에 따라 새로운 서비스를 대거 준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가상자산 예치, 수탁, 운용, 펀드, 선물, 옵션 등이 있다. 또 부동산, 미술품, 게임 등 기존 산업과 연계해 탈중앙화금융(디파이), 대체불가토큰(NFT), 증권형 토큰 발행 관련 서비스를 새롭게 출시할 수도 있다.

[윤원섭 기자 / 이새하 기자 / 김용영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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