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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웅진코웨이'와 닮은 남양유업 노쇼사태...코웨이는 소송 거쳐 강제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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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일가 일방적 계약 해제 현실적으로 불가

불리한 조건 무릅쓰고 노쇼 강행한 명분에 시장 주목

코웨이 매각 앞두고 법정관리 신청한 웅진 사례 재조명

[편집자註] 이 기사는 2021년 8월 4일 14:47 자본시장 나침반 '시그널(Signal)' 에 표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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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003920) 경영권 거래의 진척 상태를 고려하면 오너일가의 일방적 계약 해제는 어렵다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오너일가의 ‘노쇼’로 거절의사를 밝힌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과거 MBK파트너스와 웅진(016880)코웨이(021240)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후 기습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해 경영권을 사수하려 했던 웅진그룹의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은 해약금 지급만으로 경영권 매매 계약을 해지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약금 조항인 민법 제565조 1항에 따르면 계약금의 배액을 물고 계약을 해제하는 것은 ‘당사자 일방이 계약 이행에 착수하기 전’ 가능하다. 하지만 한앤컴퍼니는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심사와 이사회, 매매 대금 지급을 위한 사전 작업을 모두 마쳤다. 계약 선행 조건을 모두 충족해 오너 일가의 배액 배상을 통한 일방적인 계약 해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 많은 이유다.

무엇보다 통상적인 M&A 거래 계약에서는 거래 완결성 등을 고려해 제 565조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법조계의 시각도 있다. 두 회사의 계약 조건에 따라 다르겠지만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해약금 규정과 배액 배상 합의 여부는 이번 사태의 핵심이 아니라는 의미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M&A 거래는 계약이 반드시 지켜질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당사자(남양유업)는 계약 해제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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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의 진척 과정을 고려하면 홍 전 회장이 불리한 형세인데도 이를 무릅쓰고 ‘노쇼’ 방식으로 거부 의사를 밝힌 홍 전 회장의 명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추측만이 난무하지만 매각가를 둔 ‘단순 변심’이 이번 사태의 불씨를 제공했다는 의견에 현재까지는 힘이 실린다. 한앤컴퍼니는 오너일가가 보유한 52.63%를 3,1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주당 가격은 약 82만 원이다. 주식매매계약(SPA)이 체결된 지난 5월 27일 종가가 주당 43만9,000원인 점을 고려하면 시가 대비 두 배다. 또 남양유업의 지난 3년 중 최고가(69만 원)보다 50%나 비싼 가격이다. 그러나 남양유업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유형자산 장부가(3,700억 원)와 부동산 등 자산가치를 고려할 때 ‘헐값 매수’라는 지적이 있었다.

과거에도 오너일가의 '변심'에 따른 M&A 거래 불발 사례는 있었지만 대체로 그룹의 존폐 위기와 맞물린 불가피한 결단이었다. 한화(000880)그룹의 대우조선해양(042660) 인수와 HDC현대산업개발(294870)아시아나항공(020560) 인수가 대표적이다. 다만 이들 두 거래 모두 인수자가 마지막에 딜을 튼 사례다.

실제 한화그룹은 2008년 대우조선해양을 6조 원에 인수하기로 했으나 SPA체결 이후 입장을 바꿨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와 맞물려 무리한 인수가 그룹 전반의 재무건전성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자 거래 무산시켰다. 이후 산업은행과 3,000억 원 규모 이행보증금 반환 위한 법정 공방을 8년 간 진행한 끝에 2,000억 원을 돌려받았다. HDC(012630)현대산업개발도 지난해 산업은행과 아시아나항공 경영권 매각을 위한 SPA 체결을 마쳤지만 계약 직후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환경으로 항공 업황이 타격을 입었고, 실사 자료가 불충분했다는 근거를 들어 계약 파기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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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업계에서는 2012년 웅진코웨이 사태를 더 주목하고 있다. 피해를 입는 회사와 주주를 외면하고 사재에만 관심을 보이는 행태와 연결 지을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당시 웅진그룹은 1조2,000억 원에 웅진코웨이를 매각하기로 MBK파트너스와 계약했으나 약속된 매각 대금 지급일 이틀 전 돌연 법정관리를 신청해 매각을 중단했다. 매각 대금은 대부분 빚을 상환하는 용도로 쓰일 예정이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해관계인 심문을 통해 MBK와의 기존 양수도계약을 원칙적으로 이행토록 했다. 웅진코웨이 경영권 유지를 위한 오너일가의 고육책에 법원도 힘을 실어주긴 어려웠던 셈이다.

IB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모든 딜의 사례는 달라서 100% 같은 기준으로 비교해 판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웅진코웨이와 남양유업은 매각의 마지막 단계를 앞두고 오너가 딜을 무산 수순을 밟았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다”고 말했다.

조윤희 기자 choy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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