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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44년 만에 ‘빵’ 가격 인상 추진…시민 반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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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2020년 11월11일 그리스 아테네의 막시모스 저택에서 열린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 아테네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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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의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이 44년 만에 서민들의 주식인 빵 가격을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A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3일(현지시간) 현지 언론 일간 알아흐람을 인용해 엘시시 대통령이 이날 운영을 시작한 식품 산업 단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엘시시 대통령은 “정부 보조금이 투입되는 빵값은 지난 20~30년간 변함이 없었다. 빵 20개를 담배 한 개비 가격에 판다는 건 놀라운 일”이라며 “이런 상황이 계속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빵값 인상은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급식 비용을 충당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상황 변화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겠다”고 덧붙였다.

이집트인들의 주식은 넓적하고 속이 비어있는 발라디라는 이름의 빵이다. 정부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가게에서는 이 빵을 시세보다 훨씬 싼 개당 0.05이집트파운드(약 3.7원)에 살 수 있다. 1억명이 넘는 이집트 인구 중 6000만명 이상은 보조금이 투입된 빵을 하루 5개씩 살 수 있다.

이집트 정부가 빵값 인상을 시도하는 것은 안와르 사다트 전 대통령 재직 당시인 1977년 이후 44년 만이다. 당시 이집트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 협상에서 긴축조치로 빵을 포함한 주요 식료품 가격을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수만 명의 이집트인이 이에 항의해 거리에서 ‘빵 폭동’을 일으키면서 빵값 인상 시도는 무산됐다. 이집트 정부는 1980년대와 1990년대 점진적으로 식료품에 대한 정부 보조금 규모를 삭감했으나, 빵값을 직접적으로 올리지는 않고 빵의 중량만 조정했다.

IMF로부터 2016년과 지난해 각각 120억달러(13조7556억원), 52억달러(5조9597억원)의 구제금융을 받은 엘시시 정부도 긴축조치를 약속했다. 정부는 단계적으로 정부 보조금을 줄여왔고 이에 따라 물가는 올랐다.

코로나19로 관광객이 끊기는 등 경제 상황이 열악해진 가운데 보조금 축소가 단행되면서 이집트 시민들의 불만은 커져가고 있다. 트위터에는 ‘빵은 (물가 인상 대상에서) 제외하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이 전날 오후 4000개 이상 올라왔다.

이집트는 2021∼2022년 회계연도 예산에 878억이집트파운드(약 6조4260억 원)를 원자재 공급과 농민 지원 보조금으로 할당했고, 이 가운데 448억이집트파운드(약 3조2789억원)가 빵 보조금으로 잡혀 있다. 이집트 정부는 이번 회계연도 밀 구매 예상가를 t당 255달러(29만2255원)로 예상해 보조금 예산을 편성했으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공급 우려로 밀값이 오르면서 가장 최근 구매가는 t당 293달러(33만5748원)가 넘었다.

로이터는 “세계 최대의 밀 수입국에서 식량 지원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매우 민감한 문제”라며 “빵은 지난 2011년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을 축출한 시위에서 나온 슬로건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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