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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에 맛있는거 줘라” 경기장엔 1시간전 도착… 양궁에 진심 보인 정몽구·정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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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올림픽을 마치고 귀국한 양궁 남자 대표팀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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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양궁이 도쿄올림픽에서 5개의 금메달 중 4개를 획득하고, 1988년 이후 여자단체 금메달 9연패를 이어오고 있다. 다시 한 번 세계 최강 실력을 증명한 한국 양궁 뒤에는 1984년부터 시작된 현대차(005380)의 무한사랑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양궁에 대한 관심은 1984년 올림픽에서부터 피어났다. 이도현 한국양궁협회 기획실장은 “84년 LA올림픽에서 우리가 처음으로 금메달을 땄는데 그때부터가 인연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현대차그룹은 1985년부터 한국 양궁 협회를 후원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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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1996년 7월 27일 미국 애틀랜타올림픽 선수촌을 방문해 양궁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이 실장은 “양궁은 서양 스포츠인데 좋은 성적을 보고 명예회장님이 ‘우리가 인프라만 잘 갖춰지면 해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드신 것 같다”며 “그때부터 국내 인프라 상황을 알아보셨고, 부족한 걸 알고 취임 후 본격적으로 투자하시기 시작했다”고 했다.

정 명예회장이 ‘양궁에 진심’이었다는 일화도 쏟아진다. 85년부터 대한양궁협회 회장을 맡게 된 정 명예회장은 곧바로 현대정공 여자 양궁단, 현대제철 남자 양궁단을 창단했다. 당시 스포츠의 과학화는 한국에서 생소한 개념이었는데, 체육단체 최초로 스포츠 과학화를 추진했다. 한국 선수의 체형에 맞는 경쟁력 있는 국산 활 개발을 독려했다. 집무실에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고 시간을 쪼개 해외제품과 국산제품의 비교품평회까지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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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 중인 양궁 선수들과 악수하는 정몽구 현대차 명예회장. /현대차 제공



올림픽 양궁 국가대표팀 총감독을 맡아온 장영술 한국양궁협회 부회장은 “1996년 올림픽에서 처음 지도진으로 정 명예회장과 함께 갔었는데, 그때 정 명예회장이 맛보는 맛있는 음식들은 전부 선수들 갖다주라고 지시했다”며 “팝콘이 맛있어서 ‘애들 주자’고 한마디 하시니 다음날 비서들이 박스 가득 사와서 한국 선수들에게 전해줬다”고 했다.

이어 “또 어떤 초콜릿을 먹어보니 그게 맛있어서 구해서 나눠주셨는데 ‘카페인이 들어있어서 해로울 지도 모르겠다’ 이 한마디를 들으시자마자 그 초콜릿 먹지 말라고 사탕을 다시 나눠주셨다”며 “선수들 몸보신시켜야 한다며 메뉴로 직접 불고기를 지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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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협회장이 2006년 12월 27일 열린 양궁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수단 환영의 밤 행사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박성수 코치, 김정길 대한체육회장, 정의선 협회장, 김성훈 코치. /현대차 제공



정 명예회장은 협회 회장직을 내려놓은 지 한참이 지난 지금도 모든 양궁 경기를 꼼꼼히 챙겨보고 있다. 장 부회장은 “명예회장님이 이번에 손자, 손녀들이랑 김우진 선수 개인전을 챙겨보시는데, 아이들이 ‘아, 9점은 안되는데!’ 이랬나보더라. 그러니까 명예회장님이 다음 개인전 들어갈 때 김 선수한테 전화를 걸어서 ‘우리 애들이 9점은 안된대’라며 10점 쏘라는 격려도 직접 하셨다”고 말했다.

해당 개인전은 김우진 선수가 9번 연속 10점을 쏜 16강전이었다. 장 부회장은 “그렇게 퍼펙트게임, 90점 만점이 나오니 정의선 회장님이 또 ‘우진이가 명예회장님 말씀은 엄청 잘 듣는다’며 기분 좋은 농담도 하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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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여자 양궁 대표팀 등이 도쿄올림픽 남자 양궁 개인전 8강전에 출전한 김우진을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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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명예회장의 ‘양궁 사랑’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이어받았다는 게 양궁협회의 설명이다. 이 실장은 “양궁협회에서 근무하기 전까지 현대모비스에서 근무했었는데, 그때는 20년간 정의선 회장님을 본 적이 없었다”며 “양궁협회에 온 지 2년이 돼가는데 그새 10번은 본 것 같다”고 웃었다.

장 부회장은 아직도 10여년 전 정 회장의 노란 포스트잇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이 2005년 대한양궁협회 회장으로 취임한 후 2009년에 열린 제 16회 발리 아시아양궁선수권 대회에서 장 부회장은 정 회장에게서 노란 포스트잇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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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8월 브라질 리우 올림픽에서 한국 양궁대표팀이 정의선 양궁협회장을 헹가래 치고 있다./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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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부회장은 “그때까지 나는 패션후르츠가 뭔지도 몰랐는데, 그 쪽지에는 패션후르츠, 망고스틴 등 처음 들어보는 열대 과일들이 회장님 글씨체로 잔뜩 써 있었다”며 “그걸 우리 애들(선수들) 나눠준다는 뜻이었는데, 어느 회장이 그런 정성을 보일 수 있을까 싶다, 이번에 도쿄에서는 애들 보고 웃으라고 귀여운 어린이 동영상을 공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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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올림픽 3관왕에 오른 양궁 대표팀 안산이 3일 오전 모교인 광주 북구 문산초등학교를 찾아 후배의 자세를 교정해주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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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부회장은 “그런 진심은 선수들이 잘 안다”며 올림픽 금메달 3관왕에 빛나는 안산 선수와 정 회장의 일화도 소개했다. 안 선수가 불필요한 논란에 시달릴 무렵 안 선수에게 정 회장은 응원을 전해주고 싶었으나 부담이 될까봐 장 부회장에게 먼저 ‘격려해줘도 되겠냐’ 묻고, 심리학 박사에게도 혹시 해가 되지 않을까를 재차 확인했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안 선수의 경기를 직접 보고 격려하기 위해 1시간 반 전부터 경기장을 찾아 연습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다. 장 부회장은 “안산 선수는 멘탈(정신)이 정말 강한 친구인데 그런 선수가 회장님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며 “회장님, 명예회장님의 진심은 선수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민서연 기자(mins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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