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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소비자 외면에 4세대 실손보험 판매 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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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손보사 지난달 실손보험 판매량...전년동월比 63.2%↓

기존 가입자 전환도 미미...3세대 실손으로 가입자 몰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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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지난달 1일 4세대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상품이 도입된 후 실손보험 판매량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국민의 75%인 3900만명 이상이 실손보험에 가입해, 4세대 실손에 신규가입하려는 소비자가 많지 않은데다 3세대 실손보험으로 수요가 몰린 것이 주요인으로 꼽혔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손해보험사(삼성·현대·DB·KB·메리츠)의 지난 7월 실손보험 신규 판매량은 5만210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월대비 63.2% 줄어든 규모다. 다른 생명손해보험사들도 지난 7월 실손보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4세대 실손보험이 외면받은 건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이고, 비급여에 대해 의료이용에 따라 보험료가 할인·할증되는 상품구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실손보험은 작년 말 기준으로 약 3900만명이 가입하고 있어 시장 성장성 측면에서 포화상태"라며 "통상적으로 보험상품과 제도가 변경될 경우 기존 상품으로 수요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년 7~8월은 보험설계사의 활동력이 떨어지는 시기"라며 "더위때문에 설계사들 영업활동이 어려운데다, 소비자들의 휴가철과 겹치기 때문"이라고 했다.

2003년 공적 건강보험을 보조하는 형태로 처음 도입된 '실손보험'은 보험 가입자가 쓴 의료비 중 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부분을 실비로 보장해주는 보험으로, 판매 기간에 따라 구분된다. 2009년 10월 표준화 이전에 판매된 구(舊)실손보험(1세대), 2009년 10월부터 2017년 3월까지 판매된 표준화 실손보험(2세대), 2017년 4월부터 올해 6월까지 판매된 신(新)실손보험(3세대·착한 실손보험), 올해 7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4세대 실손보험이 있다.

비급여 진료를 특약 보장 대상으로 분리하고, 비급여 의료 이용량과 연계해 보험료를 할인·할증하는 것이 4세대 실손보험의 핵심이다. 비급여 진료를 많이 받으면 보험료가 많게는 4배 오르고 병원 이용이 적은 가입자는 보험료 할인을 받게 됐는데, 이같은 특징을 지닌 4세대 실손이 기존 1~3세대 상품보다 불리하다고 소비자들이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통은 의료비 부담을 덜고 싶어서 실손보험에 가입하는데, 4세대 실손은 병원에 자주 가서 비급여 진료로 보험금을 많이 타면 보험료가 오른다"며 "그렇다보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4세대 실손보다 기존 상품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4세대 실손보험 출시 직전에 3세대 가입자수가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4세대 실손으로의 전환이 미미한 수준이다. 상위 5개 손해보험사(삼성·현대·DB·KB·메리츠)의 지난달 실손보험 판매건수를 살펴보면, 1세대 실손보험에서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탄 계약건수는 5678건, 2세대 실손에서 4세대 실손으로 갈아탄 건수는 4545건, 3세대 실손에서 4세대 실손으로 갈아탄 건수는 276건으로 집계됐다.

또다른 관계자는 "실손보험에 가입했던 고객들이 4세대 실손으로의 갈아타기 여부를 고민했을텐데, 사람 누구나 나이를 계속 먹게 되면 아프고 병원에 갈 확률이 높아진다"며 "예전 상품이 치료받을 때 환자가 부담하는 '자기부담금'이 적고 더 많이 보장되다보니 고객들이 4세대 실손으로 갈아타는 것에 신중을 기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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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금융당국이 4세대 실손보험을 내놓은 것은 무분별한 의료 쇼핑을 막기 위해서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실손보험은 2016년 이후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지난해 보험사들은 실손보험 상품에서 2조5000억원 적자를 냈다. 금융당국의 상품구조 개편만으로는 실손보험을 정상화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험금 누수가 큰 비급여 항목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보험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백내장 수술의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백내장 수술로 청구되는 보험금이 1조1528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손해보험사가 백내장 수술 환자에게 지급한 실손보험 보험금은 6480억원으로 2016년 779억원에 비해 무려 731% 급증했다. 일부 안과병원이 비급여 항목인 다초점렌즈 비용을 부풀리는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해진 영향이다.

기존 가입자는 보장종목을 확대하는 경우 등 일부 사항을 제외하고 별도의 심사없이 4세대 실손으로 전환할 수 있다. 전환 후 6개월 이내 보험금 수령이 없는 경우에는 계약 전환을 철회하고 기존 상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 다만 기존 상품으로 복귀 후 4세대 실손으로 재전환하고자 할 때에는 별도 전환 심사를 거쳐야 한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실손보험이 계약전환제도가 있어서 우선 3세대 실손에 가입한 후에 상품별 유불리를 판단해 4세대로의 전환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이를 고려해 일단 3세대 실손에 가입한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4세대 실손보험 판매 전망은 최소 3~6개월 이상의 실적을 보고 판단하는 게 필요하다"며 "현재 1개월 수치로는 의미있는 추정이 어렵다"고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4세대 실손보험이 소비자들에게 외면받는 건 사실이 아니다"며 "상품구조가 개편되면서 새롭게 출시된 보험상품 가입자가 줄어든 것은 당연한 일이다. 보험사들의 절판 마케팅으로 3세대 실손보험 가입이 많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3세대 실손보험도 2017년 4월 처음 도입됐을 때 판매가 저조했다"며 "보유 계약 기준으로는 실손보험 전체에서 0.3%를 차지했는데,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25%까지 올라가면서 자리를 잡았다. 4세대 실손보험의 상품구조를 워낙 잘 바꿔놓아서 계속 이어나가면 나중에 대표보험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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