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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윤석열 술꾼 공격하다 음주운전 걸린 이재명, 되로 주고 말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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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윤석열 캠프엔 친이계가 많나, “MB 때 검사 하기 제일 좋았다”



조선일보

그래픽=김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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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술자리를 공격하던 이재명 경기지사가 호된 역풍을 맞고 있다. 이 지사는 최근 윤 전 총장이 야권 인사들과 잇따라 술자리를 갖는 것을 두고 “윤 전 총장은 술꾼”이라고 비판했다. 이 지사 측에선 “정치 그만 두고 술자리나 가지라”는 말도 나왔다. 그런데 이게 오히려 역풍을 불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 지사는 음주운전을 했지 않았느냐”고 비판했고, 야당에선 “남의 술자리 시비 걸지 말고 자기 음주운전이나 반성하라”고 맞받았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이준석 대표와 치맥 회동을 가졌다. 건대앞 호프집에서 치킨에 생맥주를 시켜놓고 입당 문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윤 전 총장은 생맥주 500cc 6잔, 이 대표는 3잔을 마셨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이후 윤 전 총장은 부산을 방문해 국민의힘 부산 의원들과 가진 점심 식사 자리에서 지역 소주인 대선 소주를 마셨다. 또 금태섭 전 의원과 가진 만찬 회동에서도 술잔을 기울였다. 과거 강릉을 방문해 권성동 의원과 만난 자리도 마찬가지였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유력 주자가 연일 술자리를 갖는 모습을 대중에 공개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그만큼 윤 전 총장이 술을 좋아한다는 방증이다. 다만 윤 캠프에선 “주변 사람들과 소탈하게 어울리며 소통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했다.

이 지사는 윤 전 총장의 술자리를 곧바로 이슈화했다. 캠프의 박진영 대변인은 윤 전 총장을 술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이 국정 운영보다 사람들과 술자리에 더 관심있는 자격 미달의 후보라는 공격이었다. 하지만 이 지사와 박 대변인의 음주운전 사실이 재조명되면서 전세는 역전돼 버렸다. 술자리를 가지는 것은 합법·불법의 문제가 아니지만, 음주운전은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다. 이것이 문제가 되자 박 대변인은 “대리운전비가 아까워 음주운전을 했다”는 취지로 변명해 여론의 집중적 비난을 받았다. 결국 박 대변인은 임명된 지 하루만에 사퇴했다.

파문은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이 지사가 음주운전으로 낸 벌금이 150만원에 이른다는 점이 다시 부각되면서 초범이 아닌 재범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통상 초범은 70만원 정도의 벌금을 내는데 150만원을 낸 것은 재범이거나 인명사고, 면허취소 등 다른 이유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지사와 과거 연인 관계였다고 주장하는 배우 김부선씨까지 나와 “이 지사가 음주운전을 한번 한 게 아니라 최소 2번은 했다”고 했다.

그러자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일제히 “이 지사가 몇번 음주운전으로 걸렸는지 밝히라” “상습 음주운전 아니냐”고 공격했다. 급기야 과거 범죄 경력을 모두 조회해 공개하자는 요구까지 나왔다. 이 지사는 음주운전이 몇번이었는지, 범죄 경력을 공개할 지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피하고 있다. 다만 캠프에선 음주운전이 한 번이었다고 했다. 어쨌든 이 지사가 윤 전 총장을 공격하려다 오히려 본인이 음주운전 약점만 드러내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말 그대로 되로 주고 말로 받은 격이다.

윤 전 총장은 최근 국민의힘 입당 이후 캠프에 야당의 전현직 국회의원들을 잇따라 영입했다. 3선인 장제원 의원이 캠프 총괄상황실장을 맡았고 유상범 정점식 윤주경 이양수 이만희 안병길 이종배 의원 등이 합류했다. 정진석 권성동 의원도 캠프 밖에서 윤 전 총장을 돕고 있다. 박민식 신지호 이두아 이학재 전 의원도 캠프에서 주요 역할을 맡았다. 그런데 캠프에 참여하거나 돕고 있는 인사들 상당수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가까운 친이계 의원들이란 지적이 나온다. 전현직 의원들 뿐 아니라 교수·전문가·실무진들도 과거 친이계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왜 윤 전 총장은 친이계와 가까운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과거 의원 시절 윤 전 총장에게 역대 정권 중에서 검찰이 가장 자유롭게 수사를 했던 때가 언제냐는 취지로 물어본 적이 있다. 노무현·문재인 정부라는 답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의 답은 의외였다. “이명박 정부 때 검찰이 가장 수사하기 좋았다”고 말한 것이다. 가장 간섭을 덜 받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 때 친형 이상득 전 의원과 측근 정두언 전 의원 등 측근 인사들이 줄줄이 검찰 수사를 받고 처벌됐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과 청와대는 이에 강하게 제동을 걸거나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 윤 전 총장이 검사로서 잘 나가던 때도 MB정부 때였다. 박근혜 정부 때는 좌천 당해 검사 생명이 위태로웠다.

문재인 정부에선 적폐수사의 적임자로 발탁돼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승진했다. 하지만 조국 전 장관과 잇단 정권 비리 수사를 시작한 이후에는 여권의 집요한 공격을 받았다. 수사 지휘권이 발동되고 무리한 징계를 당하고 수사권 박탈 위협까지 받았다. 그러다 결국 검찰총장에서 물러났다. 문재인 정부와는 악연으로 끝난 것이다. 그래서 윤 전 총장이 MB 정부에 호감이 있고, 그쪽 사람들과 더 친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반면 윤 전 총장과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경우 친박 성향 인사들이 캠프에 상대적으로 많이 합류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적폐 수사를 지휘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수많은 친박 인사들을 처벌하고 감옥에 보냈다. 좋은 감정일 수가 없다. 하지만 최 전 원장은 친박과 그런 구원(舊怨)이 없다. 따라서 친이계가 윤 전 총장에게 많이 간 상태에서 친박 인사들은 최 전 원장에게 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이다. 다만 최 전 원장은 친박과 친이계에 대한 특별한 선호나 편견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성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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