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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오모 뉴욕 주지사, ‘11명 성추행’ 사실로…바이든 “사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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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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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미국의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되던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64)의 잇단 성추행 의혹이 검찰에 의해 사실로 확인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상·하원 민주당 지도부, 뉴욕주 의원들이 일제히 그의 주지사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쿠오모 주지사 측은 검찰의 발표에 문제가 있다고 맞서고 있지만, 이날 발표로 그의 정치적 생명은 사실상 끝났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은 3일 공개한 165쪽 분량의 보고서에서 쿠오모 주지사가 전·현직 여성 보좌관 등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하거나 성희롱 발언을 일삼았다고 발표했다. 보고서로 확인된 피해자만 모두 11명에 이른다.

제임스 총장은 “쿠오모 주지사는 연방법과 주법을 위반해 주 공무원들을 성적으로 희롱했다”며 “수사 결과 그는 많은 젊은 여성들을 껴안거나 키스하고, 만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발표에서 지금까지 그에게 피해를 입었다고 밝힌 여성들의 주장을 대부분 사실로 확인했다. 한 여성 보좌관은 쿠오모가 자신에 뺨에 키스하고 포옹을 하는 등 지속적으로 성희롱을 일삼았다고 증언했다. 또 어떤 여성 경관은 쿠오모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등을 손가락으로 만져댔다고 털어놨다. 한 전직 보좌관은 쿠오모가 자신에게 “나이 든 남자와 만나본 적이 있느냐”, “한 사람과만 성생활을 하느냐” 등의 질문을 하며 추파를 던졌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쿠오모가 피해 사실을 공개한 여성에게 보복 조처를 했다는 내용도 담았다. 이어 “공포와 위협이 가득한 직장 문화와 적대적인 근무 환경을 만들었다”면서 쿠오모를 질타했다. 올 3월부터 진행된 이번 수사는 제임스 총장의 임명을 받아 한국계인 준 김 전 뉴욕남부지검장 대행과 앤 클락 변호사가 지휘했다. 수사팀은 그동안 179명의 증인과 참고인을 조사하고 수만 장의 서류들을 검토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다만 검찰은 쿠오모의 성추행 사건이 민사 성격이 있어서 그를 별도로 기소하진 않기로 했다. 하지만 증인과 증거가 너무 많아서 뉴욕주 검찰이 아닌 연방검찰 등 다른 수사기관들이 그를 기소할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 쿠오모는 이날 검찰 수사 발표에 대해 “묘사된 부분이 사실과 많이 다르다”면서 “나는 부적절하게 누군가를 만지거나 성적 접근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치권과 여론의 행방은 그를 절벽으로 내몰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브리핑에서 “그의 사퇴가 필요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렇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는 사퇴해야 한다. 주 의회에서 탄핵을 결정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의회 1인자인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성명을 내고 “어떤 선출 공직자도 법 위에 있지 않다”며 그의 사퇴를 촉구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당) 역시 “앞에 나서서 진실을 말한 여성들을 성원한다”며 이에 동참했다.

쿠오모가 끝까지 사퇴를 거부하면 주의회는 탄핵 절차에 들어갈 공산이 크다. 전체 150석의 주 하원의원 중 과반이 찬성하면 탄핵안이 주 상원으로 넘어가고 63석의 상원에서도 3분의 2가 동의하면 그의 주지사직은 박탈된다. 뉴욕주 상·하원은 모두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지만 이들도 쿠오모의 ‘버티기’에 매우 비판적이다. 칼 헤스티 뉴욕주 하원의장은 성명에서 “쿠오모는 하원 다수당(민주당)의 신뢰를 잃었다. 주지사직을 유지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주 상원 역시 63명 중 최소 55명이 쿠오모의 탄핵에 투표하겠다는 입장을 지금까지 밝혔다고 CNN방송은 보도했다.

쿠오모는 아버지 마리오 쿠오모(1983~1994년 재임)에 이어 부자(父子)가 모두 뉴욕 주지사로 선출된 이탈리아계 정치 명문가 출신이다. 그의 남동생 크리스 쿠오모도 CNN방송의 유명 앵커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쿠오모는 지난해 뉴욕의 팬데믹 대응 과정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방역 영웅’으로 떠오르고 한 때 민주당 차기 대선주자로 입지를 다졌지만, 잇단 성추행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치명상을 입었다는 분석이 많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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