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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화장터서 다리 꺼내 알게됐다…9세 집단성폭행 사망 반전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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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터 근무 힌두 승려 등 4명 체포

피해자 어머니 속여 증거인멸 시도

경찰 사건 축소 의혹까지 불며 시위 확산

인도에서 달리트(불가촉천민) 계급의 소녀가 성직자를 포함한 4명의 남성에 의해 성폭행·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이에 분노하는 시위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이에 따르면 이날 인도 수도 뉴델리 거리에는 수백 명의 시위대가 모여 사흘째 시위를 이어갔다. 이들은 저마다 ‘어린 소녀에게 정의를 돌려달라’, ‘가해자를 끝까지 응징해야 한다’는 현수막을 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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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사흘째 이어지고 있는 9세 여아 살해 규탄 시위의 모습. 수백 명의 시위대가 '어린 소녀에게 정의를' 등의 내용이 적힌 팻말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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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이 주목받는 이유는 9살 여아가 성범죄의 희생양이 됐다는 사실 외에도, 사건 처리 과정에서 카스트에 따른 차별 등 인도 사회의 만연한 사회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난하고 계급이 낮은 여성이기 때문에 폭력의 희생양이 된다. 모든 이들에게 멸시를 받는다.”(달리트 여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1일 저녁 9살 소녀는 뉴델리 남서부 지역 화장장에 물을 구하러 갔다가 변을 당했다. 소녀가 집을 떠난 지 30분 후 어머니는 “아이가 숨졌으니 화장터로 빨리 와달라”는 판디트(Pandit: 힌두교 성직자, 학자)의 전화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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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1일(현지시간)에도 인도 뉴델리 델리대학교 캠퍼스 앞에서 불가촉천민 집단 성폭행 사망 사건 관련 시위가 벌어졌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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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터에 도착한 어머니가 본 건 차가운 바닥에 눕혀있는 딸의 시신이었다. 소녀의 손목과 팔꿈치 등에는 불에 덴 상처가 있었고, 코에선 피가 흘러나왔다. 소녀의 어머니는 “판디트인 라데 샴(Radhe Shyam‧55)은 딸이 감전사했다며 화장을 서두르지 않으면 의사들이 그녀의 장기를 훔쳐 갈 것이라고 말했다”며 “그는 다급해 보였고, 내가 정신을 차리기 전에 일을 은폐하려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라데 샴과 3명의 직원이 화장터 사용료도 받지 않고, 별도의 서류 작업도 없이 서둘러 10분도 지나지 않아 소녀의 화장이 시작됐다. 그 사이 모여든 마을 사람들 가운데 사건을 이상하게 여긴 일부가 불을 꺼 아직 타지 않은 소녀의 다리 부분을 꺼냈다.

이후 4명의 남성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추궁이 이어졌다. 이들은 소녀를 성폭행한 사실을 인정했고, 출동한 경찰이 4명의 남성을 체포했다.

그러나 소녀의 가족은 한 차례 더 눈물을 흘려야 했다. 경찰이 이 사건에 대해 과실치사(과실로 인하여 사람을 사망 또는 상해에 이르게 하는 죄)와 증거인멸 혐의만 적용하고, 성폭행에 대한 별도의 수사를 진행하지 않으면서다. 어머니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계속해서 딸이 성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인정하지 않았다. 우리가 달리트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심지어 우리를 협박했으며, 남편을 때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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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뭄바이 전역의 세탁물을 한 곳에 모아 세탁하는 장소인 도비 가트 (Dhobi Ghat). 색다른 분위기로 관광명소화로 꼽히지만, 불가촉천민 계급이 세탁일에 종사하는 곳이다. 인도에선 1955년 이후 카스트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직업선택 등 모든 생활상에서 차별은 이어지고 있다. 중앙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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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지역 주민들이 경찰 서장 등을 “사건을 축소하려 한다”며 고발하고, 이 일이 널리 알려지며 남성들에게 성범죄 혐의가 추가됐다. 다만 경찰 측은 피해자 가족 폭행 의혹 등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아빈드 케지리왈 인도 델리 시장은 “이번 공격이 야만적이고 수치스럽다”며 “델리의 법과 질서 상황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야권 지도자인 라훌 간디는 자신의 트위터에 “달리트의 딸 또한 국가의 딸”이라고 강조했다.

인도는 지난 1955년 헌법을 통해 카스트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고, 지난 1989년엔 달리트를 대상으로 한 범죄 행위를 가중 처벌하는 법이 제정됐다. 그러나 아직 2억명에 달하는 달리트를 향한 인도 사회의 카스트 관련 폐해는 뿌리 깊게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독일 공영방송 도이치벨레는 “특히 달리트 여성들이 폭행이나 성범죄에 취약한 환경에 놓여있다”고 강조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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