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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트럼프, 전국민 앞에서 백신 맞았어야"…에이자 前 보건장관의 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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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알렉스 에이자 전 보건 장관


"나는 워프스피드(미국의 초고속 백신개발 작전) 설계자였다. 여기 모든 미국인들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다. 공화당원인 미국인들이 이렇게나 많이 백신 접종을 주저할 줄 미처 몰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 국민이 보는 TV 앞에서 백신을 맞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마지막까지 보좌했던 알렉스 에이자 전 보건부 장관이 3일(현지시간) 언론 기고문에서 이 같은 성찰과 아쉬움의 목소리를 내 눈길을 끌고 있다.

변호사 출신인 그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최장수 보건부 장관으로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을 이끌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재임 시절에는 보건부 차관으로 활동하며 팬데믹과 생화학 무기 공격 등에 대비한 정부 매뉴얼 관리(이른바 '플레이북')에 정통한 인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올린 글에서 백신 접종이야말로 미국민들을 코로나19 팬데믹으로부터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조치임을 강조했다. 자신이 모셨던 대통령이 마스크 착용 거부, 비과학적인 치료제 홍보 등 온갖 기행으로 보건 정책의 신뢰도를 약화시켰음에도, 그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추진된 워프스피드 작전이 위기 극복의 중대 돌파구를 만들었음을 자부했다.

에이자 전 장관은 "1960년대 존 F 케네디 행정부의 달탐사 프로젝트처럼 우리는 2021년 1월까지 백신 3억회분을 생산하는 담대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작 모더나 백신 등 워프스피드 작전을 통해 백신이 신속히 개발돼 세상에 뿌려졌음에도 미국 내에서 백신 접종율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정쟁의 소재로 변질된 점을 그는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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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바이러스 현안 브리핑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앞줄 중앙)이 기자들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다. 알렉스 에이자 당시 보건 장관(뒷줄 맨 왼쪽부터), 앤서니 파우치 박사,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이 브리핑 자리를 함께 하고 있다. [AP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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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난달 설문에서 공화당원인 미국인들 사이에서 43%가 "백신을 맞지 않았거나 앞으로 맞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점을 거론하며 백신 접종이 정치 문제로 왜곡됐음을 환기시켰다. 해당 설문에서 민주당원인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동일 질문에 대한 응답률이 10%로 낮았다.

그는 "우파 진영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백신 접종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더 열심히 보내야 한다"라며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 국민이 보는 TV 앞에서 직접 백신을 맞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에이자 전 장관은 "코로나19에서 수 많은 논쟁이 있습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은 '그 바이러스는 당파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coronavirus is nonpartisan)'"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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