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굿 리스너' 작가 쥬드 프라이데이
따뜻한 이야기와 수채화풍 그림에 큰 호응
웹툰 작가 쥬드 프라이데이 [자료 네이버웹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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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미처 제대로 전하지 못한 사연을 안고오는 사람들과 이것을 들어주는 인기 없는 만화가의 이야기.
네이버 웹툰 '굿 리스너'의 구성이다.
사내 커플이던 여자친구가 회사 선배와 교제하는 직장인, 고부 갈등을 겪고 남편과 헤어진 주부, 학급 내 왕따와 절친이 되는 바람에 고초를 겪는 초등학생… 우리 주변에서 한 번쯤 봤을법한 내용들. 하지만 사연의 주인공이 망자라는 '반전'이 숨어있다. 망자의 사연에 길을 나서는 만화가는 남은 이의 해원(解冤)을 맡게 된다.
매일 밤 달님이 작은 다락방의 가난한 화가에게 찾아와 자신이 본 풍경을 이야기해주는 안데르센의 『그림없는 그림책』을 연상케하는 이 작품은 5월 8일 첫회 이래 평균 9.96(10점 만점)이라는 높은 평점을 기록 중이다. 최근 인기 웹툰에서 나타나는 달달한 연애담, 자극적인 서사 또는 독특한 세계관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매회 펼쳐지는 잔잔하면서도 따뜻한 이야기에 "담담한 문체와 은은한 그림체가 마음을 울렁이게 한다" "누워서 보다가 베개를 다 적셨다" "눈물이 나는데 너무나 위로가 된다" 등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작가 쥬드 프라이데이(43·본명 현종욱)는 2011년 '길에서 만나다'로 데뷔하고 이번이 세번째 작품. 1일 쥬드 프라이데이와 이메일을 통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
쥬드 프라이데이의 웹툰 '굿 리스너' [자료 네이버웹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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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드 프라이데이의 웹툰 '굿 리스너' [자료 네이버웹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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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리스너’ 작품을 기획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독자의 고민을 들어주는 같은 제목의 팟캐스트를 2016년 2월부터 1년 5개월 동안 운영했다. 고민상담과 해결이 아닌 사연을 읽어만 주는 기획이었는데 언젠가 옴니버스로 이런 종류의 만화를 그려도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주인공인 '인기없는 만화가'는 본인인가.
=맞다. 만화가는 관찰자의 시점을 가진 채 사연을 전하는 이에게 감정을 이입하기 쉬운 캐릭터다. 독자가 각 에피소드의 주인공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선택하다보니 내가 됐다.
쥬드 프라이데이의 웹툰 '굿 리스너' [자료 네이버웹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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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텔톤의 그림체와 서정적 이야기로 죽음을 다룬다는 점이 독특하게 느껴진다.
=어느 날 TV를 보는데 젊은 나이에 사망한 아들의 죽음 때문에 평생을 괴롭게 살아가는 부모님의 삶을 보며 과연 죽은 아들이 그것을 원할까 생각했다. 다만 그런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래서 망자를 볼 수 있는 만화가를 만들어, 망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려서 편지처럼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낼 수 있다면 어떤 위로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수채화로 그리는 그림체가 기존 웹툰과 달라 독특하다는 평이다.
=미대에 진학하긴 했지만 그림보다는 영화에 관심이 컸고, 단편영화를 찍기 위한 콘티를 많이 그리다 보니 이것이 만화로 발전한 것 같다. 2011년 첫 작품 '길에서 만나다'는 서울 곳곳을 소개하며 걷는 로드무비 형식의 만화였는데, 서울의 아름다운 풍경과 길을 수채화로 표현하다 보니 그림을 그리며 먼저 힐링이 됐다. 웹툰에서 수채화로 만화를 그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차별성을 갖는 메리트도 있었다. 당시엔 지금처럼 휴대가 용이한 태블릿이 없었고, 회사를 다니고 있어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원고를 해야 했기 때문에 언제든 펼쳐서 그릴 수 있는 스케치북, 그리고 건조가 빠르고 휴대성이 좋은 고체물감 세트가 제격이었다. 그런데 '진눈깨비 소년'을 5년간 수채화로 그리다보니 몸에 무리가 많이 왔다. 그래서 이번 작품부터는 협업이 가능한 디지털 작업으로 바꿨다.
웹툰 작가 쥬드 프라이데이 [자료 네이버웹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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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충무로를 꿈꿨나
=그렇다. 대학을 졸업해 꿈꾸던 충무로의 시네마키드가 됐고 영화 '청연'의 조연출과 미술 파트를 맡았다. 하지만 연봉 200만원의 삶을 무작정 버티기는 어려워 일반 회사에 취직했다. 회사를 다니며 시나리오를 계속 써서 감독으로 데뷔할 작정이었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5년 동안 단 한 편의 시나리오도 팔지 못했는데, 제 시나리오를 봐주던 영화사의 지인이 차라리 만화를 그려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처음엔 거절하는 방법도 참 다양하다 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엔가 정말 네이버 도전 만화에 만화를 올리고 있더라.
-웹툰 작가로 자리를 잡았다. 아직도 영화를 꿈꾸나
=그렇다. 지금도 혼자 조용히 영화를 찍는 기분으로 만화를 그리고 있다. 그래서 내 만화가 영화 콘티 같다는 의견도 듣곤 한다. 시나리오도 계속 준비하고 있고, 회사를 다니면서 만화를 시작한 것처럼 언젠가 만화를 그리며, 소박한 영화를 찍을 수 있는 계절이 곧 오리라고 꿈꾸고 있다.
쥬드 프라이데이의 전작 '진눈깨비 소년'은 수채화 그림체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자료 네이버웹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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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적인 풍경과 대사에 위로받는다는 독자들의 평이 많다
='중경삼림' '동사서독' '타락천사' 등 독백이 많고 캐릭터의 내면을 다룬 왕가위 감독의 영화를 좋아했는데, 여기서 영향을 받았다. 또 다른 만화에 비해 대사나 내레이션이 길고, 수채화로 그려진 많은 풍경을 보여주다보니 독자들이 감성적이라고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제 만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말과 행동에 공감하고 연대감을 느끼며, 이들의 선택과 고민, 때로는 대결과 실패, 성장을 통해 위로와 용기를 얻기를 희망한다. 촌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지금처럼 차갑고 건조한 시대에 이런 만화 하나 정도는 따뜻한 이야기를 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쥬드 프라이데이라는 필명은 어떤 의미인가
=토마스 하디의 소설 『비운의 쥬드』의 주인공과 『로빈슨 크루소』에 등장하는 토인 ‘프라이데이’를 합쳤다. ‘프라이데이’라는 이름은 고등학교 절친의 별명이었다. 얼굴이 까무잡잡해서 내가 프라이데이라는 별명을 지어줬는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교통사고로 죽었다. 그 친구의 잔영이 오랫동안 제게 남아있어서, ‘쥬드 프라이데이’가 만들어졌다.
쥬드 프라이데이의 그림 [자료 네이버웹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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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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