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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노재킷에 노타이···‘공무원 면접시험’이 이래도 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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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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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가 지난달 15일 공무원 채용시험 응시자들에게 이번 면접시험에서는 복장자율화를 시행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충청남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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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가 공무원 채용시험의 면접에서 복장자율화를 시행한다는 내용을 담은 안내문. 충청남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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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충남도청 공무원 시험 면접장. 면접시험에 응시한 199명 중 재킷을 입거나 넥타이를 맨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면접 응시자 대부분은 셔츠나 블라우스 차림이었다. 이날 면접에서 정장차림이었던 지원자는 2%인 4명에 불과했다.

충남도는 2021년 제1회 공개경쟁 임용시험(1344명 선발)과 제2회 경력경쟁 임용시험(37명 선발)에 ‘옷차림 자유화’를 도입한다고 4일 밝혔다. 도 관계자는 “민간기업에서는 복장 자율 면접을 도입한 적은 있지만 공직사회에서 옷차림을 자유롭게 허용한 면접시험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충남도가 복장 자율화 면접을 도입한 이유는 여러가지다. 우선 공직사회에 이미 복장 규제가 없어진 상황에서 예비 공무원들에게도 정장 면접을 요구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공무원 응시자의 실력과 공직에 대한 마음가짐, 도민에 대한 헌신 자세 등을 판단하는데 복장이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점도 고려했다. 정장 구입에 따른 부담을 줄이고, 자율·개성·실용 등을 중시하는 ‘MZ세대(1980년부터 2004년생까지를 일컫는 밀레니얼 세대와 1995년부터 2004년 출생자를 뜻하는 Z세대를 합쳐 일컫는 말)’의 문화를 존중하자는 뜻도 담았다.

충남도 관계자는 “면접 때에는 검정색 재킷에 치마나 바지, 흰색 블라우스나 와이셔츠, 넥타이와 검은 구두 차림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경직된 조직 문화를 개선하자는 취지에서 이번 시도를 했다”면서 “올 여름 폭염 속에서 정장을 착용하고 나와 고생하게 될 상황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충남도는 면접 복장 자율화 방침을 사전에 응시자들에게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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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가 4일 시행한 공무원 시험 면접시험에서 노재킷, 노타이 차림의 응시자(오른쪽)가 면접시험을 치르고 있다. 충청남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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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응시자들도 복장 자율화를 대체로 반기고 있다. 면접 이후 설문조사에 응답한 195명 가운데 190명(97.4%)가 면접 복장 자율화를 찬성했다. 찬성 이유로는 ‘한여름 무더위 극복과 심리적 안정’이 103명(52.8%)로 가장 많았다. 이어 ‘복장 구입에 따른 정신적·시간적 부담 해소’와 ‘금전적 부담 감소’ 등의 순이었다. 반면 면접 복장 자율화를 반대한 5명은 ‘공직 입문 시험에는 정장이 필요하다’, ‘면접에 복장이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외모에 대한 장·단점 보완을 위해 정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충남도는 옷차림 자유화 면접이 큰 호응을 얻자 오는 13일까지 이어지는 공업, 녹지, 농업, 시설, 세무, 환경, 전산, 해양수산, 행정, 사회복지직 선발 면접시험에서도 같은 방식의 면접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번 면접 대상 인원은 지난달 응시자까지 합해 모두 1505명이다. 김태우 충남도 인사과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공직자들 역시 창의로운 사고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옷차림이 철학까지 좌우할 수는 없겠지만, 예비 공직자들이 처음 공직을 접하는 곳이자 공직 입문 최종 관문인 면접시험에서 자유로운 복장을 통해 심적 부담을 덜고 보다 유연한 사고를 가질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충남도는 이번 복장 자율화 면접의 성과를 분석, 성과를 살펴본 뒤 확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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