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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일본·타이완에 져?" 中 누리꾼들 자국 선수에게 도 넘는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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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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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누리꾼들이 탁구에서 은메달을 딴 자국 선수에게 비난을 쏟아내 결국 선수가 눈물을 흘리며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다. 중국 누리꾼들은 선수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면 '애국심이 부족한 것'으로 간주해 비난을 쏟아내고 있어 선수들은 은메달을 따고도 사과를 해야했다.

영국 BBC 방송은 2일, '중국 민족주의자들, 자국 선수에게 등 돌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민족주의 열풍이 몰아친 중국에서는 올림픽 메달 따기가 단순히 스포츠 분야의 영광이 아니다"라며 "다른 나라와의 경쟁에 실패한 선수는 국가를 배신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26일 탁구 혼합복식 결승에서 일본에 져 은메달을 딴 중국 대표팀의 류스원은 결국 눈물을 흘리며 사과했고, 함께 경기를 치른 쉬신 선수도 "중국팀 전체가 이번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BBC는 특히 '일본'에 대한 패배가 중국 누리꾼들에게 분노를 샀고, 일명 '키보드 전사'라고 불리는 악플러들은 "두 선수가 국가를 망쳤다"면서 웨이보에 비난 글을 올려 선수들을 공격했다고 전했다. 중국이 질 때마다 나오는 심판의 편파 판정 의혹도 제기됐다.

네덜란드의 라이덴 아시아 센터 소장 플로리안 슈나이더 박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올림픽 메달 순위는 국가적 기량과 국가 존엄성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수단"이라면서 1931년 일본이 중국을 점령하고 만주국을 세운 이후 중국인 수백만 명이 죽은 역사적 배경 때문에 반일 감정이 거세다고 분석했다.

선수들에 대한 비난 여론은 탁구뿐만이 아니었다. 지난달 31일, 배드민턴 남자 복식 결승전에서 중국의 류이천과 리쥔후이가 타이완에 패해 은메달을 따자 또다시 온라인이 들끓었다. 중국 SNS 웨이보에는 선수들에 대한 욕설이 올라왔다.

'하나의 중국'을 표방하며 타이완을 독립된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중국이 타이완에 금메달을 빼앗기자 누리꾼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결국 중국 관영언론 신화통신이 나서서 비난을 자제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신화통신은 "금메달과 승패에 대한 합리적인 시각으로 올림픽 정신을 만끽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이오와 주립대학의 정치학 전문가 조나단 하시드 박사는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민족주의자들은 사실 다수가 아닐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시드 박사는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민족주의자들의 숫자는 과장됐다"면서 "이들이 목소리가 크고 같은 주장을 반복하기 때문에 온라인 공론장을 지배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 온라인 민족주의를 이용하려 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시민들이 일단 화를 내면 국가가 이들의 감정을 통제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시드 박사는 "민족주의적 정서를 악용하는 것은 호랑이를 타는 것과 같다"면서 "한 번 타면 통제하기도 어렵고 내려오기도 어렵다"고 경고했다.

YTN PLUS 최가영 (weeping07@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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