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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개막날 목격한 장면... 자영업들 이러고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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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재난 속 소상공인들의 하루... 재료값 오르고 경쟁 심화되고, 매일이 살얼음판

필자는 현재 작은 외식회사에서 근무하며 주말에 대형 외식 브랜드 점포에서 시급제로 일하는 투잡인이며 자영업 단체의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자영업 현장에서 체험한 사실을 바탕으로 한 기사임을 밝힙니다. <기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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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가게에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으로 인한 임시휴업 안내문이 붙어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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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금요일 오전, 소스 공장에서 전화가 왔다. 지방으로 납품할 제품이 어느 정도 준비되고 있으니 배송 준비를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원래 배송 관련 업무는 우리 회사가 유통을 위탁한 전문회사의 업무였다. 하지만 올해 초 가맹점들의 매출 하락으로 유통량이 급감하며 지방의 경우 위탁 회사에 맡길 경우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얼마 전부터 우리가 직접 택배로 보내게 됐다.

그 공장은 소스 등 식품 몇 가지를 생산하는 소규모 신생 업체다. 우리는 이 공장의 소스로 가맹사업을 하고 있었다. 공장에 도착 후 담당 직원인 A대리를 만났다. 그는 언제나 그렇듯 오늘도 바쁜 업무에 정신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그의 모습 이면에는 사연이 있다.

이 공장은 사업주가 직접 개발한 특제 소스를 주력 상품으로 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매출 확대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고 고민 끝에 다른 회사의 식품 제조 하도급을 받기로 한 것이다. 하도급은 특성상 최소한의 자원(인력 등)으로 최대한의 효율을 내야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다. 이걸 직설적으로 말하면, 열심히 일해도 주머니는 항상 '빠듯하다'는 뜻이다. 난 그런 바쁜 A대리를 불러 세웠다.

"A대리, 식자재는 다 준비됐어요?"

내 말에 A대리는 조금 주춤했다.

"아… 만들긴 다 만들었는데 아직 포장을 못 했어요…"

이전에도 이런 상황이 몇 번 있었던 터라 나에겐 새삼스럽지 않았다.

"진공포장만 남은 거요? 그럼 내가 해줄게. 지난번에 한 대로 하면 되는 거죠?"(난 '보건증'이 있어 위생 작업에 문제가 없다.)

"아! 그래 주시면 정말 고맙죠!"

그렇게 식자재 포장과 택배 보낼 준비를 모두 끝내고 공장을 빠져나오면서 난 문득 얼마 전 귀동냥으로 들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내용은 그나마 몇 명 안 되는 직원 중 일부가 일이 고돼서 그만두려 한다는 이야기였다. 이해는 할 수 있었다. 예전 나도 아버지가 운영하는 작은 회사에서 근무할 때 바쁘면 공장에서도 일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영세한 소기업 공장의 여건이 좋을 리 없다. 그러니 사람을 뽑아도 오래 견디지 못했다. 그래서 요즘 중소 제조업체에서 20대 젊은이를 보는 것은 천연기념물을 보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이제 공단에는 주름 가득한 얼굴, 무쇠같이 거친 손, 그리고 하얗게 센 머리를 훈장처럼 지닌 중장년들과 낯선 언어를 쓰는 외국 노동자들만 보일 뿐이다.

자영업자 최고의 스트레스, 알바의 이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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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된 지난달 12일 오후 배달 오토바이 기사들이 점심 식사를 배달하기 위해 분주히 도심을 누비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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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일터에서 퇴근해 집으로 돌아와서 부지런히 옷을 갈아입고 두 번째 일터로 나섰다. 가는 도중 사거리에 십 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어린 배달기사 두어 명이 인도 변에서 얼굴을 잔뜩 찡그린 채 무슨 말을 주고받는 걸 보았다. 그들 옆에는 오토바이가 서 있었고 주변에는 오토바이 파편 같은 것이 보였다. 아마 사고가 났던 것 같았다.

최근 배달업이 중장년들의 생계유지 대안이 되면서 직장에서 명퇴하거나 자영업 시장에서 빠져나온 중장년들이 배달기사로 본격 유입되었다. 그러자 과거 놀이 삼아 배달 오토바이를 타던 십대들은 자취를 감추던 추세였다. 그렇게 한동안 잘 보이지 않던 어린 배달기사들이 최근 도로에 자주 보이기 시작했다. 내 추측이지만 이번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배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배달 대행업체들이 그동안 꺼리던 십대까지 다시 배달기사로 쓰는 것 같았다. 난 사고 현장을 지나치며 '오늘도 조심, 또 조심'이라는 혼잣말로 나 자신을 각성시켰다.

두 번째 일터는 유명 브랜드의 외식업체다. 대형업체인 만큼 사장, 점장, 매니저 등 직위 체계가 웬만한 중소기업에 버금갈 만큼 잘 갖춰진 곳이다. 그런데 출근하면서 보니 점장의 표정이 안 좋다. 그는 대학생 알바들과 대화 중이었고 아마 그 대화 때문인 듯했다. 알바와의 대화 중 심각해진다는 것은 그 대화가 '곧 관두겠다'라는 내용일 확률이 높다. 이건 자영업 10년 경험의 촉이며 이 예감은 거의 틀린 적이 없었다. 사람을 쓰는 자영업자에게 최고의 스트레스인 '아르바이트'의 이탈, 이는 언제가 되었든 반드시 찾아오며 다람쥐 쳇바퀴처럼 무한 반복된다. 사람을 쓰는 한 말이다.

그날은 도쿄 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날이었다. 이런 큰 이벤트가 있는 날은 당연히(?) 주문이 많다. 이것도 내 오랜 경험이다. 그런데 이 예상은 빗나갔다. 지난주보다 조금 바쁘긴 했지만, 확실히 예전 같지 않다. 마침 상가 밀집 지역에 배달이 들어왔다. 다른 가게들은 어떤지 살펴볼 기회다. 배달 지역에 도착해 보니 한창 피크 시간대인 지금 이 시각에(오후 8시) 불이 꺼져 있는 가게들이 보인다. 치킨 가게는 지금이 최고의 시즌(7, 8월)이다. 더군다나 5년에 한 번 돌아오는 큰 이벤트인 '올림픽 개막식'까지 있다면 당연히 가게에는 손님으로 차고 넘쳐야 한다. 그런데 어느 유명한 치킨 브랜드의 대형 홀에 손님이라고는 고작 두세 테이블이 전부였다. 물론 배달은 많겠지만 사장 입장에서 이 큰 홀이 놀고 있다면 속은 까맣게 타게 된다.

동병상련 때문일까? 불 꺼진 가게를 지날 때면 안타까운 마음에 '차라리 배달이라도 하지'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조차도 절대 쉽지 않다는 것을 난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얼마 전에 나눈 모 가맹점주와의 통화 내용이 바로 그 '쉽지 않음'에 대한 단적인 일화였다.

그 점주는 직장인이었다. 그런 관계로 평일에는 어머니(60대)가 가게를 대신 운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 가게 오픈 때부터 일한 젊은 직원이 개인 사정으로 갑자기 그만두었다고 한다. 그 바람에 IT 기기 사용에 무척 서툴렀던 자신의 어머니가 각종 배달앱과 배달대행 프로그램을 다루지 못해 전화 주문만 겨우 처리했고, 결국 매출은 바닥을 쳤다고 하소연을 했다.

이처럼 최근 배달 외식사업은 IT 시대답게 동네 자영업자도 PC와 스마트폰을 능숙하게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가게 PC와 스마트폰으로 메뉴 판매 프로그램(POS)은 기본이고 배달앱 두어 개(배민, 요기요, 쿠팡이츠 등), 거기에 배달대행 프로그램까지 연동시키고 다룰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이에 능숙하지 못한 사업주들, 소위 '디지털문맹'인 외식 자영업자의 경우 배달 외식에 뛰어들었다가 업계에서 도태되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동동거리는 소상공인들의 모순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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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13일 서울 송파구 무인 편의점에서 시민이 물건을 고르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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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퇴근 시간이다. 이 바닥 관용어인 '막배'(마지막 배달의 준말)를 마치고 가게로 복귀하던 중 저 앞 사거리에 오토바이 몇 대와 사람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 보였다. 또 사고였다. 그리고 출근 때 목격한 사고처럼 이에 연루된 기사들 또한 모두 어린 기사들이었다.

가게에 들러 퇴근 기록부를 찍고 가게를 나서며 점장에게 "오늘 힘들었어? 표정이 안 좋던데…"라고 하니 "오늘 알바 한 명이 잠수타서 너무 힘들었어요… 거기다 대학생 알바들이 방학 끝나면 관두겠다고 하니..." 하며 한숨을 쉰다. 이 상황, 그 마음, 정말 한때 자영업자로서 누구보다도 공감할 수 있었다.

그의 지친 표정을 뒤로하고 가게를 나섰다. 문득, 며칠 전 우리 가맹점주와의 통화가 떠올랐다. "팀장님 저 가게 내놨어요"라던 그는 "팔아도 남는 게 없다. 식자재 가격이 너무 올랐다"라며 불평과 하소연을 이어갔다. 반 토막이 난 매출, 인건비와 식재료 가격의 인상, 거기에 치열한 경쟁으로 음식 가격은 올릴 수 없는 상황이니 전화를 하는 그도, 그 말을 들어주는 나도 딱히 해결책이 없다. 그저 답답한 마음이라도 전하고 싶은 현 상황만 서로 이해할 뿐이다.

세기적 재난인 코로나19 속에서 거대 기업들은 유래가 없는 돈잔치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시사뉴스가 전해지는 오늘, 백척간두에 서서 동동거리는 소상공인들의 모순된 하루가 그렇게 저물어갔다.

권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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