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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물가·천장 뚫린 집값 …금리인상 '외통수'에 몰린 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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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 외통수에 몰린 한국은행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종현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어깨가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면서 하반기 빠른 경기 회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물가는 뛰고 있고, '영끌'·'빚투' 열풍에 가계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시스템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이를 두고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바다 뱃길의 한쪽에서는 거대한 빙산이 움직이고, 그 맞은 편엔 괴물이 입을 벌리고 다가오고 있는데 그사이를 한은이 노를 저어 통과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떠안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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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소비자물가 추이
(서울=연합뉴스) 장예진 기자 = jin34@yna.co.kr



◇ 장보기가 무섭다…치솟는 소비자 물가

통계청이 3일 내놓은 7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는 2.6% 상승해 9년여 만에 최고치였던 5월(2.6%) 오름폭과 같았다.

올해 들어 3월까지 0.6∼1.5%에서 움직이던 소비자물가는 4월 2.3%로 올라선 뒤 4개월째 한국은행의 물가 관리 범위인 2% 위에서 움직이고 있다.

실제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이보다 훨씬 심각하다. 생활물가지수는 4월(2.8%), 5월(3.3%), 6월(3.0%), 7월(3.4%) 연속 고공행진하고 있고, 밥상 물가를 좌우하는 농·축·수산물 물가는 최근 4개월간 상승 폭이 10% 안팎에 달한다.

농·축·수산물 중에서는 주식인 쌀이 전년 같은 달보다 14.3%, 수급이 불안한 달걀은 57%, 고춧가루는 34.4%, 마늘은 45.9% 각각 뛰었고 돼지고기도 9.9%나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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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주요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률
(서울=연합뉴스) 장예진 기자 = jin34@yna.co.kr


공업제품 가운데서는 국제유가 급등 영향으로 휘발유 가격이 19.3% 뛰었고, 빵값도 5.9% 상승했다.

이게 다가 아니다. 오뚜기는 밀가루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지난 1일부터 국민 식품인 라면값을 평균 11.9% 올렸고, 농심도 뒤를 이어 오는 16일부터 라면 가격을 평균 6.8% 인상하기로 했다.

낙농업계가 이달부터 원유 가격을 ℓ당 926원에서 947원으로 21원 올리면서 흰 우유와 커피, 치즈, 아이스크림 등 연관 식품 가격도 들썩일 전망이다.

통계청은 작년에 물가가 낮았던 기저효과가 걷히면서 하반기엔 물가가 다소 안정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높은 수준에서 움직이는 데다 정부가 재난지원금 등 34조9천억원 규모의 추경을 집행할 경우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올해 초만 해도 식료품 중심으로 물가가 상승했으나 최근엔 전방위적으로 오르고 있다"면서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과 수출 부문의 수요 확장 등 공급과 수요 양쪽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 집값도 상승일로…금리 인상 압력 가중

집값 상승세도 가파르다. KB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아파트값은 9.97% 상승하며 지난해 연간 상승률(9.65%)을 넘었다. 수도권 아파트값도 12.97% 올라 작년 연간 상승률(12.51%)을 추월했다. 이는 상반기 기준으로 2002년(16.48%) 이후 19년 만의 최고 상승률이다.

올해 경제 성장률이 4%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물가 수준이나 부동산 시장의 광풍을 감안하면 기준 금리 인상 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 한은도 이미 금리 인상을 위한 정지 작업을 마무리한 상태다.

이주열 총재는 기회 있을 때마다 '금융 불균형의 누적'을 언급하며 금리 인상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이는 고삐 풀린 가계부채의 급증이 집값, 주식 등의 자산 버블을 일으키면서 시스템 리스크를 키우고 있기 때문에 긴축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지난달 15일 금통위에서는 이미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소수의견이 나왔다. 이주열 총재는 당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다음 회의 시부터는 (금리 인상 여부를) 검토할 시점이 되지 않았나 한다"고 했다.

한은 내부에서는 기준금리 1%는 긴축이 아니라는 얘기도 나왔다. 현재 0.5%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두 차례 정도는 올릴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문제는 확산세가 가라앉지 않고 있는 코로나19와 자영업자 등 취약 계층의 고통이다. 3일 공개된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다수 금통위원이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경기 불안과 금리 인상에 따른 취약계층의 부담을 우려했다.

채권시장에서도 코로나 재확산의 경제 충격을 들어 이달 금리 인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와 한은과 정부가 가계대출 급증과 부동산 광풍을 화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인식하고 있어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재확산이 변수이긴 하지만 정부나 한국은행이 가계부채 억제를 통한 금융시장 안정을 발등의 불로 인식하는 만큼 이달에 한차례 올리고 연내 추가로 한 차례 더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하지만 박태근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은 "코로나 확산의 전개 상황이나 경기에 미칠 영향을 한은이 좀 더 확인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 데다 금통위 내부 의견도 조기 인상 쪽으로 쏠린 것은 아니어서 10월 금리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했다.

안동현 교수는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정부가 재난지원금 등으로 대규모 재정을 풀 경우 통화정책 효과가 제대로 나타날지 의문"이라면서 "지금부터가 한은이 진짜 실력을 보여야 할 때인 만큼 유능하면서도 독립적인 통화정책으로 속도 조절을 잘해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kim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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