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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이 속 털어놨던 日기자 "김정은 10년내 권력 잃을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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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맏형이자 2017년 암살된 김정남. 2010년 마카오의 한 호텔에서 중앙일보 취재진과 인터뷰 뒤 작별할 때다. 남측 언론과는 처음이자 마지막 단독 인터뷰였다.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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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무대에서 사라지는 날.”

일본의 북한 전문가가 내놓은 신간의 제목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그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들으면 펄쩍 뛸 이 책의 저자는 고미 요지(五味洋治ㆍ63) 도쿄(東京)신문 기자 겸 논설위원. 한반도 이슈를 전문으로 쓴다. 그가 지난달 말 펴낸 책 제목대로 김정은 위원장이 뒤안길로 사라지는 날이 올까. 온다면 언제 올까. 그에게 물었다. 그는 “김정은 씨는 아직 30대의 젊은 지도자이기에 갑자기 권력을 잃는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면서도 “10년이라는 긴 세월을 놓고 생각해보면, 그 안에 무대에서 내려올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확언했다. 고미 위원은 서울지국장과 베이징(北京) 특파원을 지내며 한반도 전문가로 이름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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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 요지(五味洋治) 도쿄신문 한반도 문제 담당 논설위원. 서울ㆍ베이징 특파원도 지냈다.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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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는 뭘까. 고미 위원은 “역시 건강 문제”라며 “최근 (김 위원장이) 다이어트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나오지만, 20㎏이나 감량했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며, 이는 자신의 건강에 상당한 위기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이어 “북한의 경제 상황 악화로 인해 상당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것으로 판단되며, 이미 몇 가지 성인병을 앓고 있다는 정보도 들려온다”고 덧붙였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1월 제8차 노동당 대회를 소집하면서 ‘총비서 대리인’을 세우는 조항을 신설한 것을 두고도 건강 악화를 우려한 현실적 대비라고 고미 위원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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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 위원의 신간, 『김정은이 무대에서 사라지는 날』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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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무대에서 김 위원장이 내려온다면 후계는 여동생이 맡을까. 저서 표지로 김정은ㆍ김여정 남매가 함께 있는 사진을 택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고미 위원은 “아무래도 백두혈통으로서 오빠에게 비상 상황이 벌어진다면 권력을 일시적으로나마 계승할 것은 확실하다”며 “그러나 오빠의 역할을 전적으로 대행하는 것은 조금 역부족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최근 김여정 부부장이 직접 자신의 명의로 내고 있는 담화 릴레이 대해 고미 위원은 “그 담화들을 읽어도 (김 부부장의) 독자적 판단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고 풀이했다.



비운의 황태자 김정남과의 우정



김정은 위원장에게 고미 위원은 복잡한 심경을 갖고 있다. 고미 위원은 김 위원장의 친형으로 2017년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김정남과 가까웠다. 2004년 베이징 특파원 시절 공항에서 김정남을 취재 차 만난 뒤, 둘은 e메일을 주고받는 사이로 발전했다. 김정남이 속마음을 털어놓은 유일한 외부세계의 끈이 고미 위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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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마카오의 호텔 카페에서 김정남과 만난 고미 위원(오른쪽). [사진제공 고미 위원,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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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이면서도 후계구도에서 밀려난 비운의 황태자인 김정남과 인연은 150통 남짓의 e메일과 수 차례의 대면 인터뷰로 이어졌다. 고미 위원이 그 내용을 담아 낸 책은 한국에서 『안녕하세요, 김정남입니다』(중앙M&B)로 출간됐다. 김정남은 위조여권으로 일본 입국을 시도하는 등 일련의 사건 후 아버지의 눈 밖에 나고 이어 막냇동생 김정은과의 권력 투쟁에서 밀려났다. 2017년 암살은 김정은 위원장이 배후에 있다는 게 국제사회의 심증이지만 물증은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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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첫째줄 오른쪽)이 유년 시절 아버지 김정일, 이모 성혜랑(둘째줄 왼쪽), 이종사촌인 이한영(둘째줄 오른쪽)과 찍은 사진. 이한영도, 김정남도 암살당했다. [중앙포토]



김정남에 관해 물었다. 고미 위원은 “도울 수 없었다는 마음에 답답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복잡한 심경”이라며 “(김정남은) 사실상 북한에서 쫓겨난 상태였고 한반도 문제에 영향력도 없었다. 그러나,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암살 사건 직후 고미 위원은 말레이시아에 가서 김정남의 마지막 흔적을 찾았고, 관계자들에게 “김정남은 고독한 생활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도 했다.



한때, 김정은=광기의 지도자인가 했지만…



세월은 흘러 올해는 김정은 위원장이 김정일의 2011년 급서 뒤 집권한 지 10년이 되는 해다. 지도자로서의 김정은에 대해 고미 위원은 『김정은, 광기와 고독의 지도자인가』라는 책을 펴낸 적이 있다. 지금 생각은 어떨까. 그는 “지금은 그가 광기의 지도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의 외교 교섭이나 남북관계 개선을 보면 그에게 탁월한 외교 수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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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2018년 6월15일 싱가포르에서 1차 북ㆍ 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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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한반도 정세 진단을 물었다. 그는 “북한은 결국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목적”이라며 “북한으로선 중국에 지나치게 접근할 수도 없을 것이며, 남북 통신망 부활과 같은 신호탄을 잘 활용해 인내의 마음을 갖고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은 현재 식량 부족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해의 삼중고를 겪고 있다”며 “어차피 미국과의 대화에 착수할 수밖에 없다”고 봤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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