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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뉴욕 검찰 “쿠오모 성추행은 사실, 다만 기소하지 않는다” 그 이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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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레티샤 제임스(왼쪽) 미국 뉴욕주 검찰총장이 3일(현지시간)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 지사의 성추행과 보복 위협 의혹을 수사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뉴욕 AFP 사진을 합성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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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쿠오모(64) 미국 뉴욕주 지사의 성추행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친정인 민주당에서도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지도부가 일제히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나선 데다 사퇴를 거부하면 뉴욕주 의회가 탄핵을 추진하려는 움직임까지 있어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몰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3일(이하 현지시간) 쿠오모 지사의 거취를 묻는 취재진에게 “그가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펠로시 하원의장도 성명을 내고 “진실을 말하기 위해 나선 여성들을 성원한다”며 “주지사의 뉴욕 사랑과 주지사직에 대한 존중을 인정하지만 그가 사퇴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앞서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은 쿠오모 지사가 전·현직 보좌관을 성추행하고, 추행 사실을 공개한 직원에 대해 보복 조처를 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국내 언론에서도 이를 선정적으로 묘사한 제목 등이 눈에 띕니다만 굳이 그렇게 적나라하게 표현해야 하는지 의문이 있습니다.)

앞서 쿠오모 지사는 적어도 일곱 명에 이르는 전·현직 여성 보좌관들로부터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됐다. 한 여성 보좌관은 쿠오모 지사가 자신의 휴대전화에 문제가 생겼다는 구실로 자신을 관저로 호출한 뒤 신체 접촉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여성 보좌관은 쿠오모 지사가 자신에게 추파를 던졌고, 자신과 다른 보좌진에게 외설적인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제임스 총장이 지난 3월 임명한 특검은 이들의 주장을 대부분 사실로 확인했다. 또 보좌관들 말고도 여성 경관 등도 피해자로 언급돼 보고서에 포함된 피해자의 수는 모두 11명이다.

제임스 총장은 기자회견에서 “전·현직 보좌관에 대한 쿠오모 지사의 성추행은 연방법과 뉴욕주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다만 뉴욕주 검찰은 기소하진 않을 방침이다. 제임스 총장은 쿠오모 지사의 성추행 사건이 민사 성격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뉴욕주 검찰이 아닌 다른 수사기관이 쿠오모 주지사를 기소할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았다.

검찰은 여성 피해자들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179명을 증인과 참고인으로 조사한 뒤 165쪽 분량의 보고서를 내놨다. 검찰은 뉴욕주 정부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쿠오모 지사가 위압적인 방식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것이다.

수사를 이끈 준 김 전 뉴욕남부지검장 대행은 “일부 피해자는 원하지 않는 신체 접촉을 당했고, 어떤 피해자들은 반복해서 성적으로 부적절한 발언을 들어야 했다”며 “피해자 모두 굴욕감과 불편함을 느꼈고,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수사에 참여한 앤 클락 변호사는 쿠오모 지사의 행동에 대해 “연장자의 친밀한 행동이 아니라 불법 행위”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쿠오모 지사는 이날 검찰의 발표에 대해 “사실과 아주 다르다”며 부적절한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사람들을 포옹하고 뺨에 입맞추는 것은 친근함을 표시하기 위한 행동일 뿐이라면서 상대방의 인종이나 성별, 나이에 상관없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앞서 쿠오모 지사는 검찰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자신에 대한 수사에 나선 제임스 총장이 차기 지사 자리를 노리고 이번 수사를 벌였다는 것이다.

다만 검찰의 이날 발표로 4선을 노렸던 쿠오모 지사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당장 뉴욕주 의회에서 그에 대한 탄핵 주장이 다시 불붙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주 의회는 쿠오모 지사가 속한 민주당이 다수당이지만, 당 지도부도 성추행을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소속인 칼 히스티 뉴욕주 하원의장은 “충격적”이라며 “자격이 없는 사람이 지사 자리에 앉아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쿠오모 지사는 성추행 문제와는 별개로 코로나19 사망자 수를 은폐했다는 의혹으로도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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