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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로톡 변호사 징계 초읽기 '전운'...이제 소통 해보자는 박범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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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협, 5월 개정한 '변호사 광고 금지' 규정 4일 시행
박범계 "로톡 측에 개선 사항 전달해보겠다"는데
변협 '강경 기조'에 효과 미지수
법무부 규정 '직권 취소' 카드 만지작?
한국일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영상으로 열리는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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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톡’ 등 법률 플랫폼에 가입한 변호사를 징계하는 내용의 대한변호사협회(변협) 규정 시행을 하루 앞둔 3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변협과 로톡 측간 갈등 진화에 직접 나섰다. “변협이 지적하는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지 로톡 측에 묻겠다”며 소통의 징검다리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하지만 변협은 여전히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고집하고 있어, 박 장관의 이 같은 소통 시도는 결국 물거품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징계 착수 코 앞에서 두고서야 소통하겠다는 박범계


박 장관은 이날 법무부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변협이 로톡 서비스와 관련해 우려하는 문제점 중 일부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로톡 측에 점검과 개선을 강구할 수 있는지, (변협의 문제 제기에) 응할 생각이 있는지 알아보도록 법무과장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앞서 변협은 지난 5월 경제적 대가를 받고 변호사와 소비자를 연결해주거나, 변호사를 홍보해주는 로톡과 같은 플랫폼 업체에 광고를 의뢰한 회원(변호사)을 징계하겠다면서 관련한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을 개정했다. 로톡의 변호사 중개 서비스가 ‘홍보·광고’ 차원이 아니라, 위법한 ‘경제적 대가에 따른 변호사 소개·알선’에 가깝다는 판단으로, 변협은 해당 규정이 시행되는 8월 4일 곧바로 징계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선전포고’를 던졌다.

로톡 측은 당연히 반발했다. 운영사 로앤컴퍼니는 곧장 규정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으며, “규정 개정은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변협을 신고하는 등 법적 맞대응에 나섰다. 법정에서 징계의 합법성을 다퉈보겠다는 전면전의 선언이었다.

박범계 말만으론 변협·로톡 갈등 풀기에 역부족


이날 박 장관의 발언은 이 같은 변협과 로톡 측의 갈등 상황을 풀어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현재로서는 4일을 기점으로 ‘변협 징계 시도와 로톡 측 반발’이라는 전면전 발발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당장의 불부터 꺼보겠다는 시도라는 것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박 장관의 의중이 실제 효과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우세하다. 변협 측은 여전히 징계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고, 이미 로톡 가입 변호사에 대한 징계 요청 진정이 서울변호사회 등에 접수가 됐기 때문이다. 서울변호사회는 최근 “징계 요청 진정서가 접수된 변호사 500여명을 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무부가 로톡 측에 특정 사안 개선을 묻는다고 해서 합의점을 곧바로 찾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장관의 발언을 '정치적 수사'로 평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변협과 로톡 간 갈등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지난 3개월 가까운 시간, 법무부가 양 측간 소통 등의 노력에 적극적으로 나선 적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지난달 말 법무부 관계자와 변협 측의 대면 자리에서도 법률 플랫폼과 관련한 구체적 대안은 오가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 발언에서 진정성을 느끼기 어렵다는 지적인 것이다.

법무부, 결국 변협 징계 직권 취소에 나설까.


결국 법조계에선 법무부가 ‘강대강’의 맞대응을 펼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변협이 실제 징계 착수 등의 움직임에 나설 경우 법무부가 취할 수단이 현실적으로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징계 처분을 받은 변호사가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에 이의를 신청할 경우 이를 재검토하거나, 변협 규정에 대해 ‘직권 취소’하는 정도가 거론되는 시나리오다. 실제로 박 장관은 이날 “변협이 실제로 징계를 실행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다”면서 “(법무과장에게 알아보라고 한 지시가) 소통의 일환인 것은 맞으나 ‘중재’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부연 설명했다. 중재보단 변협 규정에 대한 직권 취소 등 감독권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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