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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균의 눈야구] 질까봐 두려운 건 일본, 한국 주눅들지 말고 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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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대표팀, 오늘 일본과 준결승

투타 전력 한 수 아래인 게 현실

타자들 기다리지말고 과감히 배팅

긴장 풀고 실수 줄이면 승산 있어

중앙일보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 환호하는 한국 야구대표팀 선수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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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야구대표팀이 4일 오후 7시 일본과 도쿄올림픽 야구 준결승에서 만난다.

한일전에서 가장 필요한 자세는 ‘한일전을 의식하지 않는 것’이다. 내 국가대표 시절을 떠올려 보면, 한일전을 앞두고 팀 분위기가 비장해졌다. 한 번 볼 자료를 두세 번 보게 된다. 라이벌전이기도 하고, 일본이 객관적으로 강팀이기도 해서 그렇다.

그래도 우리는 일본을 ‘상대 팀 중 하나’로 봐야 한다. 어차피 국가대표팀 경기는 매 게임 중요하다. 일본 야구가 한국보다 한 수 위인 것도 사실이다. 선수들도 ‘이기면 좋고 져도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나섰으면 좋겠다. 그래야 자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물론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걸 나도 잘 안다.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 대표팀엔 다르빗슈 유 같은 메이저리거까지 총출동했다. 정말 화려했다. ‘그래, 일본이 우리보다 강하다. 져도 잘못한 게 아니다’라고 인정해버렸다. 그랬더니 경기가 의외로 잘 풀렸다.

질까봐 두려운 건 오히려 일본이다. 한국 선수들이 악착같이 덤비면, 일본 선수들이 당황한다. 한국이 일본을 꺾을 때, 실력으로 압도한 경기는 많지 않았다. 끝까지 무너지지 않고 잘 버티다가 한 번의 기회를 잡았다.

지난 2일 미국-일본전을 보니 두 팀의 경기력이 거의 비슷했다. 미국이 더 좋아보이기도 했는데, 일본의 세밀함도 돋보였다. 연장 승부치기만 봐도 알 수 있다. 똑같은 10회 무사 1·2루에서 미국은 강한 일본 투수를 상대로 강공을 고집하다가 점수를 못 냈다. 반면 일본은 번트를 잘 대는 선수를 대타로 내서 결승점을 뽑았다.

올림픽에 참가한 일본 선수의 이름값은 이전처럼 높지 않다. 그래도 리그 수준이 높다 보니 나오는 투수마다 대단하다고 느꼈다. 선발 다나카 마사히로의 구위가 예전만 못할 뿐, 불펜 투수들은 전부 강하더라. 특히 경기 막판에 나온 투수들은 모두 시속 150㎞ 이상의 빠른 공을 던지면서도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을 줄 알았다. 미국 타자들이 헛스윙만 연발하는 걸 보고 일본 마운드가 예상보다 세다는 걸 느꼈다.

내 경험을 말하자면, 일본 투수들을 공략하려면 타석에서 더 적극적이어야 할 것 같다. 시속 150㎞ 이상의 강속구를 던지는 한국 투수들은 보통 직구 위주로 승부한다. 반면 일본 투수들은 강속구를 일단 숨기고 변화구로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 간다. 그러다가 빠른 공을 한번 보여준 뒤 포크볼을 쓱 던져서 타자를 잡는다. 1~3구 내에 슬라이더나 커브를 던질 때 타격해야 승산이 있다. 일단 2스트라이크에 몰리면 타자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투수만 강한 것도 아니다. 야수진 구성도 좋다. 특히 수비와 주루가 탄탄하고, 한국 대표팀처럼 필요할 때 적재적소에 투입되는 선수들도 있다. 일본전이 힘든 경기가 될 건 분명해 보인다.

이번 한일전에서도 한국 야구대표팀 특유의 응집력과 결속력이 나왔으면 좋겠다. 잘하는 팀들끼리 붙을 때는 실수 하나에 승패가 갈리니, 정말 집중해야 한다. 일본도 이스라엘, 미국과 똑같은 팀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일본이라 이겨야 한다’는 부담을 갖지 말고, 벤치의 작전을 잘 수행하면서 우리만의 야구를 하다 보면, 좋은 기회가 분명히 올 것이다.

김태균 전 월드베이스볼클래식·아시안게임 국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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