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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통신선 복구 직접 요청한 北김정은…文정부 막판 고심(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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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훈련 최대 변수, 靑 결단했나

3일 국정원 보고 연락선 복구 배경 확인

박지원 "유연 대응", 野 "김여정 하명 기관"

복원 일주일 됐지만 후속조치 답보상태

"일희일비 말고, 서둘러 대응 필요"

[이데일리 김미경 박기주 기자] 문재인 정부가 ‘김여정 하명’ 논란에 또다시 딜레마에 빠졌다. 더군다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직통연락선 복구를 직접 요청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북한이 적대시 정책으로 간주하고 있는 한미연합훈련 실시 여부를 놓고 정부는 막판까지 고심 중이다.

북한은 남북 통신선 복원을 계기로 우리 정부가 제안한 화상회담 시스템 구축에 대한 답신을 6일째 미루고 있다. 이달 중순 치러질 것으로 알려진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한 우리 측 조치를 보고 도발 혹은 호응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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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에서 도보다리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며 대화 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김정은 건강이상 징후無·식량난 사정 악화

국가정보원은 3일 남북 간 통신연락선 복원 조치에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같이 보고했다고 여야 정보위 간사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전했다.

최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한미연합훈련 관련 담화 발표에 대해선 “한미가 연합훈련을 중단할 경우 남북관계 상응 조치 의향을 표출한 것”이라며 “북한은 한미 간 협의와 우리 대응을 예의주시하며 다음 행보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위원장의 건강에 대해선 “뒷머리에 패치를 붙인 것이 식별됐는데 며칠 만에 제거하는 등 건강 이상 징후는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국정원은 보고했다. 김 의원은 국정원 측이 김 위원장 건강이상 징후가 없다고 판단하는 근거로 △가벼운 걸음걸이 △깊숙이 허리 굽혀 인사하는 장면 등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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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4∼27일 사상 첫 전군 지휘관·정치간부 강습을 주재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한 가운데 주석단에 김 위원장의 뒤통수에 손바닥만한 파스(왼쪽 원)를 붙인 모습이 눈에 띈다. 보도 영상의 다른 장면에는 파스를 뗀 곳에 상처로 추정되는 거뭇한 흔적(오른쪽 붉은 원)이 보인다. 앞서 지난달 28일 김 위원장이 북중 우의탑을 참배하는 사진에서는 뒷머리에 파스나 상처가 보이지 않았다(사진=조선중앙TV 화면).


김 의원은 일부 유튜브 채널이 보도한 박지원 국정원장의 사퇴설 관련, “박 원장은 사표를 낸 적이 없다”고 밝혔다. 남북이 판문점 공동연락사무소 설치를 추진한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도 “그런 사실이 없다”고 일축했다.

국정원은 이날 북한의 식량난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보고했다. 여야 간사는 “금년도 곡물 부족 사정이 악화하자 전시 비축미를 절량세대(곡물이 끊어져 굶는 세대)를 비롯해 기관, 기업소 근로자까지 공급하고 있다”며 “주민들이 민감해하는 쌀 등 곡물 가격을 통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량난으로 인한 주민 동요를 막기 위해 북한 당국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국정원에 따르면, 북한 내 쌀값은 지난 6월까지 급등세를 보이며 연초 대비 최대 2배까지 올랐다.

박지원 “한미훈련 유연 대응”…野 “김여정 하명기관” 반발

특히 이날 보고에서는 “한미 연합훈련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박지원 원장의 발언에 대해 여야가 공방을 벌였다. 사실상 국정원장이 한미연합훈련 연기 입장을 밝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야당이 즉각 반발한 것이다.

하 의원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은 이번에 통신선이 연결되기 전에 남북 간 통지문이 수차례 오갔다고 보고했고, 그 내용 중에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이나 연락소 폭파 같은 내용은 없었다”며 “대한민국 안보를 책임지는 국정원이 사실상 김여정의 하명기관으로 전락했다. 박 원장은 국정원의 위상을 아주 창피할 정도로 추락시켰다”고 항의했다.

이에 김 의원은 “국정원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 박 원장의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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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결국 청와대 결단 달려…일희일비 말고 한반도 평과 구축

남북 통신선 복원을 계기로 남북 대화 국면을 조성해보려던 문재인 정부로서는 정치적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게 됐다. 훈련 규모를 축소하거나 일정을 연기하면 ‘지나친 북한 눈치보기’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고, 강행할 경우 모처럼 조성된 남북 대화 국면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군은 일단 후반기 한미 연합지휘소훈련(21-2-CCPT)을 이달 중 예정대로 실시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진다. 한미 군 당국이 합의한 만큼, 일정을 취소하거나 미루기 어렵다는 게 정부 측의 얘기다. 다만 관계 기관은 훈련 규모와 범위를 대폭 축소해 남북관계 개선의 불씨를 이어가려 안간힘을 쓰는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김여정 하명 논란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해 6월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를 빌미로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뒤 정부가 대북전단살포금지법 개정을 추진하자 하명법 비판에 시달린 바있다. 이미 국민의힘은 훈련 연기나 축소를 묵과하지 않겠다며 정치 공세를 퍼붓고있는 상태다.

일각에선 통일부 차원에서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 전직 한 관계자는 “다시 연결된 남북 연락선을 통해 북한에 국내 사정을 전달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결국 청와대의 결단에 달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복귀할 뜻을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연합훈련을 중단하면 남북 대화의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며 “청와대 주도로 훈련에 관한 입장을 빨리 정리할 필요가 있다. 훈련 실시로 인한 북한의 도발 등의 대응 방안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의 메시지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긴 호흡과 대전략을 가지고 일관성 있게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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