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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플랫폼’ 갈등에… 로톡 변호사 징계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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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협, 5일부터 징계 착수

광고·홍보 행위 금지 규정 들어

서울변회 “위반 500명 징계 요청”

가입 3000명 넘어 늘어날 수도

법무부 ‘중재자’로서 역할 주목

전문가들은 “상생 묘수 찾아야”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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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톡’과 같은 변호사 광고 플랫폼에 가입한 변호사들을 징계하는 대한변호사협회 규정이 5일 0시부터 시행됨에 따라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들의 무더기 징계 사태가 현실화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에까지 간 변협과 로톡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는 양상이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변협은 지난 5월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 5조 2항을 개정해 변호사로부터 금전적 대가를 받고 법률상담이나 사건을 알선하거나 변호사를 광고·홍보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로톡과 같은 변호사 광고 플랫폼에 변호사가 자신을 광고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5일부터 적용되는 이 규정을 위반해 변호사가 플랫폼을 이용하면 지방변호사회가 중지 등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고, 조치를 따르지 않으면 변협에 요청해 징계를 내릴 수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징계를 강행할 태세다. 김정욱 서울변회 회장은 최근 “5일부터 변호사 광고 규정에 따라 법률플랫폼에 가입한 변호사들은 원칙대로 변협에 징계를 요청하겠다”며 “법률 플랫폼상 허위·과장광고로 변호사법을 위반한 회원 500명에 대한 징계 요청 진정서가 접수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말 기준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는 3000여명으로 알려져 징계대상이 더 늘어날 수 있다.

변협이 ‘무더기 징계’ 카드를 꺼내든 배경엔 택시업계와 ‘타다’ 논란 등에서 보듯 법률 서비스 시장 주도권 다툼이 있다. 변협은 “법률 플랫폼 사업자와 이에 투자한 거대자본이 법률시장을 잠식하여 영리화하고 나아가 법률가들을 예속화하는 것을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로톡은 오히려 법률서비스의 대중화로 의뢰인, 변호인, 플랫폼이 모두 상생하는 긍정적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맞선다.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는 앞서 변협이 개정한 광고 규정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고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제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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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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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 종속이냐, 소비자 편익 극대화냐를 두고 양쪽이 첨예하게 대립함에 따라 전문가들은 ‘상생’의 묘수를 찾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서희석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로톡이 소비자들의 법률서비스 접근성을 높였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며 “이를 인정하고 상생을 도모해야 한다. 징계라는 극단적 방식으로 법률가들이 갈등을 극대화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플랫폼 시장 특성상 변협이 독점을 우려하는 건 당연하다”며 “다만 로톡 외 여러 플랫폼이 건강히 경쟁할 수 있는 풍토가 만들어지면 서로 상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법무부가 양측을 중재해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변호사 시장이 자칫 플랫폼에 종속될 수 있다는 일부 우려에 합당한 측면이 있다”며 “변협이 지적하는 몇 가지 부분을 로톡 측에 보완할 용의가 있는지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다만, “징계를 강행한다는 것을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 실제로 징계를 실행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다”며 에둘러 변협 측에 징계 자제를 당부했다. 그동안 박 장관은 로톡과 같은 법률플랫폼의 기능에 긍정적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그는 이날도 “우리 법률소비자들의 변호사 수임 과정이 얼마나 낙후돼 있는지를 감안하면 (로톡과 같은) 리걸테크 플랫폼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변회가 징계를 밀어붙인다고 해도 징계가 바로 확정되는 건 아니다. 변협이 진정서를 토대로 사실관계 등을 먼저 조사한 뒤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징계가 결정나도 해당 변호사는 법무부 징계위에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 법무부 판단까지 받으려면 징계 확정까지 수개월가량 걸릴 전망이다. 그 사이 로톡 가입 변호사들이 줄줄이 로톡을 탈퇴하면 징계대상도 줄어들게 된다.

이지안 기자 ea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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