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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박범계 법무부마저 ‘검수완박’에 “시간 두고 의견 수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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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7월 29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출근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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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특별수사청 신설을 통한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법안에 법무부가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검찰 등 다양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현재 법무부를 이끄는 박범계 장관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기도 해 눈길을 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법무부는 이수진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21명이 발의한 ‘특별수사청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 의견을 냈다. 특별수사청설치법안은 지난 2월 같은 당 황운하 의원이 대표발의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법안과 비슷하지만 ‘특별수사청을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둔다’는 조항을 포함했다.

법무부는 의견서에서 “특별수사청 내지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검찰 수사권한 삭제 등 추가적인 검찰개혁에 대한 국회의 다양한 논의를 존중한다”면서도 “새로운 형사사법제도의 안착 및 국가 범죄대응 역량유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올초 검경 수사권 조정, 공수처…제도 안착이 중요”



구체적으로 법무부는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어렵게 이뤄낸 결실을 제대로 안착시키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새로운 제도 시행 이후 형사사법을 담당하는 기관들의 운영상황 등 국가 전반의 범죄대응 역량 변화 추이를 면밀히 살펴 이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지금은 추가로 검수완박을 추진할 때가 아니라 올해 초 시행된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등의 안착에 더 신경을 써야 할 때라는 이야기다. 실제 공수처와 검찰, 경찰은 수사권 조정 등에 따른 각종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공수처와 검찰이 수사권, 기소권 등의 분담을 두고 갈등을 키우는 게 대표적이다. 경찰은 사건이 지나치게 몰리는 탓에 극심한 업무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변호사들은 “경찰이 특별한 설명 없이 고소장을 접수하지 않는 사례가 있어 황당하다”고 하소연한다. 기관마다 담당할 수 있는 수사대상과 혐의가 구분돼 있어 공·검·경이 ‘사건 핑퐁’을 하거나 중복수사를 하는 사례도 일어나고 있다. 이 같은 혼란이 발생하는 사이 ‘정의의 공백’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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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0일 김오수 검찰총장이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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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등 다양한 의견 수렴해야”…강력반대 의식했나



법무부는 또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검찰 구성원들을 포함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는 한편 선진 각국의 제도를 객관적으로 참고해 최선의 방안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며 “제도개선 방향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축적과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려는 노력도 수반돼야 한다”고 했다. 최근까지 검찰이 세계적인 추세를 근거로 강력한 반대 목소리를 내자 법무부가 의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법무부의 의견은 박 장관의 의중과 일치한다고 한다.

대검찰청은 검수완박 법안에 보다 명확한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대검은 “발의된 법률안은 사실상 검찰청을 폐지하는 법률로 중대범죄에 대한 국가적 대응역량 유지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검찰이 70여 년 동안 축적한 역량과 경험을 사장시킬 우려가 있다”고 하면서다. 대검은 또 “‘수사 따로, 기소 따로, 재판 따로’ 구조 아래에선 수사기관과 기소기관의 갈등이 발생하고 수사와 재판이 장기화할 것”이라고 했다.

대검은 “현 시점에서 검찰 수사 기능을 완전히 박탈할 명분이 없다”고도 강조했다. 갓 시행된 수사권 조정 등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게 이유다. 그러면서 “2018년 6월 수사권 조정 합의문이 발표될 당시에는 검찰의 수사기능 박탈이나 검찰청 폐지를 전혀 논의한 바 없고 오히려 중대범죄 등에 대해선 반드시 검찰 수사가 필요한 것으로 강조됐다”고 덧붙였다. 중대범죄에 대해 수사와 기소를 융합하는 세계 추세와도 상충된다는 지적이다.



文검찰개혁 이론가 김인회도 “지금 검수완박할 때 아냐”



학계의 중론도 검찰과 비슷하다.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의 이론가로 꼽히는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앙일보에 “최근 어렵게 이뤄진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등을 현장에 정착시키기도 전에 수사권·기소권 분리를 이야기하는 것은 온당하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추후 분리를 하더라도 수사기관을 하나 더 만드는 방법이 아닌 경찰로 수사권을 몰아줘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의견이다. 수사기관 난립을 우려하는 것이다.

(2021년 3월 2일 『文검찰개혁 이론가 김인회도 "중수청 반대, 국민 큰 혼란"』 참고)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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