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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직장인 절반 "퇴직연금 DB형? DC형?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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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금 지능지수 높이자 ◆

40대 직장인 최형식 씨(가명)는 5년 전 주거래은행에서 개인형퇴직연금(IRP)에 가입했다.

세제 혜택과 노후 준비를 함께할 수 있다는 은행 직원의 말을 듣고 매달 10만원씩 불입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최씨는 계좌를 확인해 보니 연평균 수익률이 1%밖에 되지 않아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IRP는 가입자가 원하는 대로 상품 운용이 가능하지만 최씨는 그냥 놔둔 결과, 적립금이 예금으로 운용된 탓이다.

최씨는 IRP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요즘 인기인 전기차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투자하려 했지만 은행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따라 그는 올해 초 한 증권사로 계좌를 옮겨 ETF와 해외 주식형 펀드, 타깃데이트펀드(TDF) 등에 투자해 벌써 3% 안팎의 수익을 내고 있다.

최근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30~50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54.3%가 50점 미만의 점수를 받았다. 30점 미만의 점수를 받은 사람도 21.4%에 달했다. 이 결과를 퇴직연금 가입자 640만명(2019년 말 기준)에게 대입하면 많게는 300만명, 적게는 100만명 이상이 퇴직연금에 대한 기초지식이 거의 없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퇴직연금 적립금 255조원 중 90%가 예·적금 등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방치돼 있고, 수익률도 연 1~2%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매일경제는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와 함께 가입자가 스스로 퇴직연금지능지수(PQ·Pension Quotient)를 측정해 볼 수 있는 자가 진단 체크 리스트를 만들었다. 동시에 한국금융투자협회,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등 퇴직연금 교육·컨설팅 전문기관과 손잡고 상장사 최고경영자(CEO)·재무책임자(CFO)부터 노동조합 간부는 물론 가입자인 직장인까지 맞춤형 교육을 전방위로 펼치기로 했다.

"알아서 운용하겠지" 퇴직연금 묻어둔 당신, 노후준비 생초보

내 연금 지능지수는?…매경·미래에셋 공동개발 체크리스트

자금운용 어떻게 하며
내게 맞는 세금 혜택은…

7개 이상 맞혀야 양호 수준
4~6개 맞히면 '개선 요망'

금융이해력 키워야 노후 든든
낮은 점수 땐 긴급점검 필요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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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에 가입한 우리나라 직장인의 제도 전반에 대한 이해도는 낙제 수준이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최근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3050 직장인의 퇴직연금 이해력 평균 점수가 51.7점에 그친다. 점수가 30점 미만인 직장인도 21.4%에 달했다. 80점 이상 고득점을 받은 근로자는 13.7%밖에 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매일경제는 투자와연금센터와 공동으로 독자들이 스스로 '퇴직연금 지능지수(PQ)'를 측정해 볼 수 있는 자가진단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 체크리스트는 총 10개의 ○× 질문으로 구성됐다.

박영호 투자와연금센터 이사는 "퇴직연금이 만성적인 수익률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다양하지만 제도에 대한 저조한 이해와 낮은 관심에 가장 큰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가입할 수 있는 퇴직연금 제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점검과 더불어 퇴직연금 계좌 운용과 금융투자 관련 지식을 시급히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체크리스트에서 정답을 맞힌 개수가 7개 이상이면 '양호'한 수준이며, 연금저축과 개인형퇴직연금(IRP), 국민연금 등 다른 연금과의 유기적 관계 및 기능에 대한 이해력을 키우면 든든한 노후 자산을 마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4~6개는 '개선 요망' 수준으로, 퇴직연금 운용 및 관련 금융 이해력에 대한 보강 학습이 필요하다. 3개 이하는 '취약' 수준으로, 퇴직연금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력 제고가 시급하다. 본인의 퇴직연금 가입 현황 등 기본적인 사항에 대해 긴급 점검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체크리스트에서 정답률이 가장 낮은 문항은 퇴직연금 자금 운용에 대한 부분일 것으로 추정된다.

박 이사는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계좌에서는 원리금 보장 상품, 주식형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리츠(REITs) 등 위험 자산에 최대 70%까지 투자할 수 있다"며 "국내외 상장 주식, 사모펀드, 후순위채권 등에는 투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퇴직연금은 안정적 운용이 중요하기 때문에 레버리지나 인버스 상품 투자도 금지된다.

퇴직연금 계좌에서는 개별 종목 투자가 안 되지만 상장 리츠는 2019년 12월 제도 개선으로 한 종목당 적립금 잔액의 30%까지 투자할 수 있다. 은퇴 시점이 가까워오면 주식 투자 비중을 줄이는 타깃데이트펀드(TDF)의 경우 일정 요건을 충족한 상품은 30% 또는 70% 한도 적용을 받지 않고 하나의 펀드에 퇴직연금 적립금 전부를 투자하는 것도 가능하다.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세제에 대한 이해도 또한 전반적으로 떨어진다. 우선 회사에서 퇴직한 후에 받는 퇴직급여는 일시금으로 수령할 수도 있고, IRP 계좌로도 받을 수 있다. 일시금으로 수령하면 퇴직소득세가 원천징수된다. 20년 근무한 뒤 1억원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각종 공제를 제외했을 때 퇴직소득세로 대략 268만원이 부과된다.

반면 퇴직급여를 IRP로 받으면 원천징수 없이 전액 계좌로 들어온다. IRP에 들어온 퇴직연금은 만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하면 퇴직소득세의 30~40%를 할인해준다. 만약 IRP에 들어온 퇴직금을 운용해 수익을 거두면 수익금을 연 1200만원 이하로 인출할 경우 수령 연령에 따라 △만 55세 이상~만 70세 미만 5.5% △만 70세 이상~만 80세 미만 4.4% △만 80세 이상 3.3%의 연금소득세가 분리과세된다. 수익금을 1200만원 초과해 인출하면 전액 종합과세된다.

확정급여(DB)형과 DC형의 근본적인 차이에 대해서도 모르는 가입자가 많다. DB형은 퇴직 이전 3개월간의 평균 임금을 기준으로 근로자의 퇴직금이 결정되고, 회사가 적립과 운용을 책임진다. DC형은 회사가 매년 근로자 연간 임금의 12분의 1 이상을 부담금으로 납입하고, 근로자가 직접 적립금을 운용한다. 이에 따라 DC형은 근로자의 적립금 운용 성과에 따라 퇴직 후 연금 수령액이 증가 또는 감소한다.

IRP는 근로자나 개인사업자, 퇴직금 수령(예정)자 등이 자율적으로 가입할 수 있다. DC형 추가 납입금과 합쳐 연간 1800만원까지 불입할 수 있고, 최대 700만원까지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연금저축에 가입한 경우라면 연금저축(400만원 한도)을 합산해 총 700만원 세액 공제 혜택을 받는다.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정답·해설

1번 O, 2번 O, 3번 O, 4번 O, 5번 X, 6번 X, 7번 O, 8번 O, 9번 X, 10번 X

5번:퇴직연금 미가입자는 무주택자가 주택을 구입하는 등 법에서 정한 사유에 해당해야 퇴직금을 중간 정산할 수 있다. DC형 퇴직연금 가입자도 법정 사유에 해당하면 퇴직연금 적립금을 중도에 인출할 수 있다. 하지만 DB형 퇴직연금 가입자는 중간 정산이나 중도 인출을 할 수 없다.

6번:DB형에서 적립금 운용 주체는 회사이며, 운용 책임도 회사가 진다. 근로자는 법에서 정한 산출기준에 의한 퇴직급여를 수령하게 된다.

9번:DC형 퇴직연금 계좌에서는 예적금 등 원리금 보장상품, 주식형펀드, TDF, ETF, 상장리츠 등에 투자할 수 있다. 하지만 상장주식, 사모펀드, 후순위채권 등에는 투자할 수 없다.

10번:퇴직연금에서 위험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비율은 적립금의 최대 70%까지다.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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