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싱크홀' 참신한 소재가 주는 기분 좋은 활력

제20회 뉴욕아시안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며 기대를 모은 영화 '싱크홀'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빌라 한 채가 통째로 떨어진 싱크홀. 참신한 소재가 돋보이는 재난 생존극이 100만 관객 돌파를 앞둔 '모가디슈'에 이어 극장가에 활력을 더할 전망이다.

'싱크홀'은 11년 만에 마련한 내 집이 지하 500m 초대형 싱크홀로 추락하며 벌어지는 재난 버스터다. 영화 '목포는 항구다'(2004), '화려한 휴가'(2007), '7광구'(2011), '타워'(2012) 등을 연출한 김지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차승원, 김성균, 이광수, 김혜준 등이 주연을 맡았다.

영화는 생계형 가장 동원(김성균)이 11년 만에 내 집 마련에 성공하고 이사를 오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대망의 이삿날, 의문의 이웃 만수(차승원)를 처음 만난 동원은 만수가 자신의 상극일 것임을 직감하고 거리를 두려 하지만, 헬스트레이너부터 사진사, 그리고 대리운전까지 쓰리잡을 실천하는 만수와 사사건건 부딪히게 되는 악연(?)에 휘말리고 만다.

하지만 동원이 걱정해야 할 끔찍한 운명은 따로 있었다. 구슬이 또르르 굴러떨어질 만큼 경사 진 채 위태롭게 서있던 빌라가 별안간 시멘트 바닥 아래로 쿵 꺼지고, 만수와 함께 500m 아래 싱크홀에 빠지면서 함께 살아남아야 하는 운명 공동체에 묶이게 된 것. 내집 마련의 꿈을 이루자마자 절체절명 대위기에 빠진 동원은 절망하는 것도 잠시, 운명의 동반자 만수(차승원)와 빌라에 남아있던 생존자 김대리(이광수), 인턴사원 은주(김혜준)와 함께 싱크홀을 빠져나가기 위한 고군분투를 시작한다.

참신한 소재에서 비롯되는 험난한 탈출극이 '싱크홀'의 백미다. 싱크홀에 빠지기 직전에 서로가 반갑지 못한 이웃사촌이 되기까지의 전사들이 다소 지루하긴 하다만 빌라가 건물에 빠지는 순간부턴 극의 몰입을 높이며 관객들을 끌어당긴다. 하나의 위기를 극복하고 나면 또 하나의 위기에 봉착하고, 또 이를 극복해내며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는 식의 전개는 익숙하나 소재의 참신함이 천편일률적인 공식의 단점을 불식시킬만큼 흥미진진하다.

싱크홀이 빌라, 자동차, 전봇대까지 모조리 삼켜버리는 초반 장면은 압도적이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 후반부까지 이어지는 CG가 엉성한 점은 아쉽다. '싱크홀'은 최근 스크린에 걸린 한국영화 중 최대의 스케일을 자랑하지만 어색한 CG, 그리고 이와 맞물리지 못하는 배우들의 연기만큼은 아쉬움을 자아낸다. 손익분기점이 300만 관객에 달할 만큼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지만 거대 규모의 재난을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인 듯하다.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 역시 다소 밋밋하다. 개성이 특출나지 못한 캐릭터들이 빚어내는 케미스트리도 끈끈하지 못하다. 코미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중간중간 대사에 마가 뜨기도 하고, 의도된 웃음 포인트는 박장대소를 선사하기는 커녕 잔잔하다. 하지만 '싱크홀' 속 인물들이 말미에 맞닥트리는 최대 위기 속에서 탈출을 감행하는 장면만큼은 이들의 앙상블이 빛을 낸다.

가족영화는 뻔하다고들 하지만, 무더운 여름철 가족들과 혹은 사랑하는 이와 함께 시원한 극장에서 즐길만한 엔터테인먼트로 가족영화 만큼 군더더기 없는 게 또 있을까. '싱크홀'의 심장 쫄깃한 재난 탈출극이 끝나고 나면 기분 좋은 엔딩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러닝타임 113분. 8월 11일 개봉.

[사진=쇼박스]

YTN star 이유나 (lyn@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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