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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벤처인증 확대 '실리콘밸리식 투자' 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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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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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스타트업 투자 때 돈만 먼저 받고 지분을 나중에 정하는 '조건부지분인수계약(SAFE)'이 지난해부터 가능해진 가운데 정부가 SAFE 투자 활성화를 위해 벤처인증과 SAFE 투자를 연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법인세와 소득세, 취득세를 5년간 감면받을 수 있는 벤처기업이 되기 위해선 투자금 5000만원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데, 현행법상 SAFE 투자금은 '벤처기업 인증을 위한 투자금'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 이를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 같은 조치를 시행하면 첫발을 내디딘 SAFE 투자가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SAFE와 함께 실리콘밸리식 투자 중 하나로 거론되는 '전환우선주 투자방식'도 민간에서 점점 확산되고 있어 국내 투자 환경이 서서히 실리콘밸리식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3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정부는 SAFE 투자 활성화를 위해 SAFE 투자금액을 벤처기업 확인을 위한 요건에 포함시키는 안을 검토 중이다. SAFE(Simple agreement for future equity) 투자란 초기 스타트업에 가치평가 없이 신속하게 투자하되, 후속투자 때 기업가치에 따라 지분을 정하는 투자다. 미국 실리콘밸리 유명 액셀러레이터인 Y컴비네이터가 2010년대에 처음 도입한 제도로, 실리콘밸리에선 초기 스타트업 투자 때 SAFE 방식으로 투자하는 게 일반적이다. 실제로 실리콘밸리에서 SAFE 투자를 받았던 클라우드 비용 최적화 스타트업 그루메틱의 에릭 김 대표는 "SAFE 투자방식에 대한 네 가지 표준계약서(추후 지분과 어떻게 할인해서 매수할지를 정하는 방식)가 구글링만 하면 검색될 정도로 SAFE 투자가 실리콘밸리에선 저변화돼 있다"며 "초기 스타트업으로선 복잡한 서류작업이 필요 없어 SAFE 투자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KDB산업은행이 반려동물 간식 제조 스타트업 아크에, IBK기업은행은 환기·청정 제품 개발 스타트업 씨에이랩에 이미 SAFE 투자를 한 상태다. 다만 이외엔 뚜렷한 투자 사례가 없다. 국내 유망 액셀러레이터인 스파크랩의 김유진 대표는 "SAFE 투자를 받아도 투자금이 벤처인증이 안되는 문제가 있어서 현장에선 그다지 호응이 없다"고 설명했다.

당국도 이를 인지해 법 개정을 검토 중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지난해 벤처기업법과 벤처투자법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SAFE 투자에 대한 조항을 벤처투자법에 신설했지만, 벤처인증과 관련된 벤처기업법에는 미처 관련 내용을 담지 못했다"며 "긍정적으로 법 개정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전환우선주 방식의 투자도 점차 활성화되는 추세다. 그동안 국내 벤처캐피털(VC) 투자 관행을 보면 추후에 이익이 나면 이자를 더해 상환받을 수 있는 '상환전환우선주' 투자를 주로 해왔다. 이달 상장을 준비 중인 인공지능(AI) 기반 채용기업 원티드를 보면 상환전환우선주 방식 투자가 주를 이뤘음을 알 수 있다. 최철민 최앤리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상환전환우선주는 국제 회계기준상 부채로 잡히는 경우가 있어 스타트업에 불리한 조건"이라며 "세계 트렌드하고도 잘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실리콘밸리에서는 상환권을 설정하는 경우가 아예 없고, 대부분 전환우선주 방식으로 투자한다. 이에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전환우선주 방식이 점차 늘고 있다.

스타트업 전문 로펌 디라이트의 안희철 변호사는 "전환우선주에 대한 투자 방식이 늘어야 건전한 스타트업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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