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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너무 비쌌나”… 크래프톤, 중복청약에도 ‘흥행 참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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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비쌌던 탓일까. 하반기 기업공개(IPO) 대어로 기대를 모았던 크래프톤이 일반 공모 청약 마지막 날인 3일 증거금 5조가량을 모으는 데 그쳤다. 평균 경쟁률은 7.79대 1로 집계됐다. 중복청약이 가능한 마지막 대어급 IPO였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IPO 열풍이 무색하게 시장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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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업체 크래프톤의 공모주 일반 청약 첫날인 2일 오후 서울의 한 증권사 창구에서 투자자가 상담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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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거금 5조원, 경쟁률 8대 1도 안 돼

3일 크래프톤 대표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공모주 청약을 받은 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 3개 증권사에 증거금 총 5조358억원이 모집됐다. 청약물량이 가장 많은 미래에셋증권에 2조2611억원이 들어왔다.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각각 1조4412억원, 1조335억원을 모았다.

크래프톤 청약에 모인 증거금은 지난해 SK바이오팜(30조9883억원)부터 이어진 카카오게임즈(58조5542억원)·하이브(58조4238억원)·SK바이오사이언스(63조6198억원)·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80조9017억원) IPO 대어 중 가장 저조한 수준이다.

지난달 27일 일반 공모 청약을 끝낸 카카오뱅크도 58조3020억원을 모으며 논란에도 불구하고 증거금 역대 5위로 흥행했다. 이에 비춰보면 이번 크래프톤 일반 공모 청약은 ‘참패’인 셈이다.

경쟁률도 현저히 낮았다. 3사 통합 경쟁률은 7.79대 1이었다. 8대 1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한자릿수에 그쳤다. 증권사별 청약 경쟁률은 미래에셋증권이 9.50대 1, 삼성증권이 6.88대 1, NH투자증권이 6.71대 1 순이었다. 중복청약이 가능했던 대어급 청약이었지만, 중복청약이 되지 않았던 카카오뱅크 때보다도 경쟁률이 떨어졌다. 앞서 카카오뱅크 통합 경쟁률은 182.7대 1을 기록했다.

합산 청약건수는 29만6539건이었다. 중복청약이 가능했지만, 청약 건수도 한참 부진했다. 카카오뱅크 일반 공모 청약에 190만명에 달하는 개인투자자가 몰린 것과도 비교됐다. 올해 중복청약이 가능했던 SKIET(474만4557건)와 SK바이오사이언스(239만8167건) 청약건수보다는 약 8~16배 낮았다.

이로 인해 이번 크래프톤 공모 청약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다른 공모 청약 때보다 수월하게 균등배정 물량을 가져갈 수 있을 전망이다. 크래프톤은 청약 물량 가운데 절반 정도를 모든 청약자를 대상으로 균등 배정한다. 합산해 단순 계산하면 청약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약 4~5주가량의 균등배정 물량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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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크래프톤의 배동근 CFO, 김창한 대표, 장병규 의장(왼쪽부터)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크래프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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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모가 너무 비싼 탓… 물량도 많아

크래프톤 흥행 참패를 두고 업계에서는 크래프톤 공모가가 너무 비쌌던 탓에 예상 가능했던 결과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크래프톤은 공모가를 49만8000원으로 확정했다. 최근 대어급 공모주 중 가장 높은 가격이다. 이 공모가대로라면 상장 첫날 크래프톤이 엔씨소프트·넷마블을 제치고 게임 업계 시가총액 1위 회사에 올라서게 된다. 최소 청약금액만 249만원(10주·증거금률 50%)에 달했다.

일반 청약을 진행하기 전부터 크래프톤은 고평가 논란에 시달렸다. 크래프톤은 지난 6월 금융감독원에 첫 증권신고서를 내고 희망 공모가 범위를 45만8000~55만7000원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금감원이 ‘비교그룹’을 문제 삼아 정정신고서를 요청하면서 크래프톤은 공모가를 한차례 낮췄다. 낮춘 희망 공모가 범위가 40만~49만8000원이었다. 크래프톤은 해외 기관 투자자의 성원에 힘입어 희망 범위 상단에서 공모가를 확정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모가가 비싼 것이 문제가 됐다”라면서 “엔씨소프트 등 기존 게임주 대비 크래프톤의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은 점이 투자자에게 의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준으로 이미 장외에서 크래프톤 주가는 공모가보다 낮아졌다. 장외주식 거래 사이트인 38커뮤니케이션에 따르면 크래프톤 주가는 전날 대비 4만원 내린 49만5000원이 됐다. 공모가 대비 3000원이나 장외에서 싸게 거래되는 것이다. 지난달 초 55만원선에서 거래됐던 크래프톤 장외주식이 청약 과정을 거치면서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불거지자 내려앉았다.

업계에서는 크래프톤 공모 규모가 큰 점도 흥행 부진에 영향을 줬다고 진단했다. 크래프톤은 259만6269주를 일반에 배정했다. 이는 금액 기준으로 약 1조2929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역대 가장 공모 규모가 컸던 삼성생명(9776억 원)보다 약 3100억원이 많다.

크래프톤은 오는 10일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할 예정이다. 다만 흥행 참패로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두 배로 결정된 후 상장 첫날 상한가)’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따상 기준으로 크래프톤 시총은 50조원에 달하게 되는데 이는 한 달 전 네이버 시총과 맞먹는 수준이다. 현실적으로 게임사가 상장 첫날 단번에 거대 인터넷 기업과 비슷한 수준으로는 올라서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다비 기자(dab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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