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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었다… 크래프톤 공모 청약 흥행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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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금 5조원으로 저조

높은 공모가, 외국인 매물 부담 등 원인

향후 공모주 시장에 부담

‘베틀그라운드’로 유명한 게임 업체 크래프톤의 공모주 일반 청약이 흥행에 참패했다.

일반 청약 마지막날인 3일 증거금은 최종적으로 5조358억원이 모였다. 이는 50~80조원씩 몰렸던 다른 대형 공모주와 비교해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그만큼 크래프톤에 일반 투자자들의 관심이 크지 않았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높은 공모가와 낮은 외국인 의무 보유 비중, 증시 고점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한다.

◇경쟁률 7.79 대 1, 올해 일반 기업 중 최저

크래프톤의 청약 증거금은 다른 대어급 공모주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여러 증권사를 통한 중복 청약이 가능했던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80조5000억원)나 SK바이오사이언스(63조6000억원)는 물론, 중복 청약이 불가능했던 카카오뱅크(58조3000억원)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총 259만6269주 모집에 청약 수량은 2022만3940주가 몰렸다. 이에 따라 증권 3개사 통합 경쟁률은 7.79 대 1을 기록했다. 이는 올 들어 세번째로 낮은 경쟁률이었다. 크래프톤보다 경쟁률이 낮았던 두개 종목 모두 인수·합병용 서류상 회사인 스팩(SPAC)이어서 일반 기업으로선 가장 낮았던 셈이다.

증권사 별 경쟁률은 배정 물량이 가장 많은 대표 주관사 미래에셋증권이 9.50대 1이었고, 삼성증권(6.88대 1), NH투자증권(6.71대 1) 순이었다. 3개 증권사에 들어온 청약 건수는 총 29만6539건이었다.

◇예상됐던 흥행 저조

크래프톤의 공모 청약 흥행 저조는 어느 정도 예견된 바였다. 증권사 중복 청약이 가능한 마지막 기회였지만 높은 최소 증거금은 장애물로 지적됐다. 크래프톤의 공모가는 49만8000원, 청약에 필요한 증거금은 최소 249만원이었다. 증권사 3곳에 모두 최소 청약 증거금을 넣으려면 총 747만원이 필요했다. 소액 투자자들에게는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카카오뱅크의 최소 청약 증거금은 19만5000원이었다.

지난달 14~27일 진행된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도 243.15대 1을 기록했다. 최근 인기 공모주의 수요예측 경쟁률이 기본 1000 대 1을 넘는 것에 비하면 낮았다.

상장 첫날 ‘따상’(공모가의 두배로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 기록)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분석이 많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들의 의무 보유 확약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상장 첫날 이 기관들이 대량 매도하면 주가가 떨어질 거라는 우려 때문이다. 크래프톤이 공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 투자자 중 의무 보유를 확약한 비율은 22.05%다. 지난해 상장해 따상에 성공한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의무 보유 확약 비율이 58.59%였다.

여기에 최근 우리나라 증시의 고점 우려가 나오면서 크래프톤 역시 상장 후 주가 상승세에 투자자들이 확신을 갖지 못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카카오페이, LG에너지솔루션 등 대어들이 줄줄이 상장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번 크래프톤의 흥행 부진이 영향을 끼칠 거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크래프톤의 코스피 시장 상장일은 10일이다.

[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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