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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국가대표 망명 논란 속 벨라루스 활동가 '의문사'…정치탄압 문제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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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하계 올림픽 참가 중 강제 귀국 위기에 처했던 벨라루스 육상선수 크리스치나 치마노우스카야(24·중앙)가 2일 일본 수도 도쿄에 있는 폴란드 대사관에 들어가고 있다. 도쿄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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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에 출전한 벨라루스 육상대표 크리스티나 치마누스카야(24)가 자국의 정치적 탄압 문제를 지적하며 망명을 진행 중인 가운데, 벨라루스인들을 돕는 비영리단체 활동가가 우크라이나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그가 소속된 단체는 “이번 사건의 배후에 벨라루스 정부가 있다”고 주장했다.

AFP통신은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경찰 당국의 말을 인용해 “키예프에서 실종됐던 활동가 비탈리 스히스호프가 한 공원에서 목을 매고 숨진채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스히스호프는 정치적으로 탄압받는 벨라루스인을 돕는 비영리단체 ‘벨라루시안 하우스’의 대표로, 지난해 8월 벨라루스 대선 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정부의 억압을 피해 망명하거나 이민을 하려는 이들을 돕는 활동을 해왔다.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리투아니아는 벨라루스인들이 선호하는 탈출지다.

하지만 스히스호프는 지난 2일 오전 조깅을 하러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고, 휴대전화로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경찰은 집 주변을 수색한 끝에 멀지 않은 공원에서 그가 목을 매 숨진 것을 발견했다. 경찰은 자살로 위장된 살인사건일 가능성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스히스호프의 지인들은 최근 그가 조깅을 할 때 낯선 사람들이 따라다니는 모습을 봤다는 증언을 내놓고 있다. 벨라루시안 하우스 측은 성명을 통해 “루카셴코 정권이 정권에 위험을 주는 벨라루스인을 제거하기 위해 계획한 작전”이라고 주장했다.

스히스호프의 죽음은 치마누스카야의 망명 사건과 이어지며 벨라루스의 인권 탄압 문제를 부각하고 있다. 앞서 치마누스카야는 지난달 30일 인스타그램에 자국 육상팀 코치진을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강제 귀국 명령을 받아 논란이 됐다. 그는 정권에 반대한 서명에도 참여한 이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치마누스카야는 일본에서 출국하기 직전에 망명 의사를 밝히며 귀국을 거부했으며, 2일에는 주일 폴란드 대사관을 방문해 망명을 위한 서류를 제출했다. 치마누스카야의 남편은 우크라이나로 탈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벨라루스의 정치 탄압 문제를 지적해온 유럽연합(EU) 집행위는 이민자를 ‘보복 행위’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벨라루스의 행태를 지난 2일 지적하기도 했다. 벨라루스는 정치 탄압 문제로 인접국인 리투아니아와 마찰을 빚고 EU로부터 제재까지 받자, 자국을 통한 불법 이민을 방관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이라크 등에서 이민자들을 비행기로 데려와 리투아니아 국경을 넘도록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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