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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세계의 공장’ 亞, 델타변이 급증…글로벌 경제회복 발목 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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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쇄·거리두기 재개했지만…“더이상 효과 없어”

경제 정상화 美·유럽과 대비…낮은 백신 접종률 탓

공급망 더욱 악화…통화정책 불확실성↑·자본유출 우려

“백신 접종률 높이는 방법 외 마땅한 대책 없어"

이데일리

지난달 30일 델타 변이 확산으로 2주간 락다운에 들어간 베트남 하노이의 모습(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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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김보겸 기자] ‘세계의 공장’ 아시아 경제가 델타 변이 급증으로 회복이 늦어지고 있다는 경고가 나오면서, 글로벌 경제회복에도 걸림돌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높은 백신 접종률에 힘입어 경제 회복에 박차를 가하는 서방 국가들과 달리, 아시아 국가들은 글로벌 생산 기지로서의 동력이 떨어지고 있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봉쇄·거리두기 재개했지만…“더이상 효과 없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아시아 국가들이 서방 국가들보다 백신 접종이 느린 탓에 델타 변이 감염세가 최고치에 도달하고 있다. 그간 아시아 경제 회복세를 주도해온 중국 수출이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 각국의 봉쇄 조치로 전 세계 생산기지 역할을 해왔던 아시아가 글로벌 경제회복의 ‘약한 고리’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조 강국으로 누려왔던 이점이 델타 변이발(發) 봉쇄 조치로 잠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델타 변이 피해가 커진 동남아시아에서는 봉쇄 조치 및 사회적 거리두기 탓에 제조업 생산 감소폭이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말레이시아는 지난 6월 초 비필수 업종 공장에 문을 닫으라고 명령해 의류업 등 비필수 업종 회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필수 부문도 평소 노동력의 60%로 제한하고 있다.

의류 공장을 계속 가동 중인 인도네시아도 상황은 좋지 않다. 베트남 등 주변 국가에서 봉쇄조치에 나선 탓에 원재료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선진국의 폭발적인 수요 증가 덕을 톡톡히 봐왔던 중국과 한국의 수출 엔진이 식어가고 있는 것도 아시아 경제회복이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중국은 민간과 정부에서 각각 발표하는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각각 모두 1년여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중국 7월 PMI의 하위지수인 신규수출주문지수는 47.7로 작년 6월 이후 가장 낮았다. 지수가 50 이하로 떨어지면 주문이 줄었다고 보고한 수출업자가 더 많다는 의미다. WSJ은 “중국의 국내외 수요가 냉각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도 델타 변이 여파를 피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지난 6월과 7월 각각 39.8%, 29.6% 수출이 늘었지만 향후 몇 달간은 공급망 불확실성을 포함해 비슷한 역풍 맞을 수 있다고 WSJ는 예상했다. 프레더릭 노이만 HSBC 아시아경제연구소 공동소장은 “바이러스의 즉각적인 위협은 여러 달 사이 가라앉겠지만, 경제적 영향은 한참 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경제 정상화 美·유럽과 대비…낮은 백신 접종률 탓

아시아 국가들의 상황은 같은 기간 백신 접종률이 높은 미국과 유럽에서 경제활동이 정상화 절차를 밟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아시아에서 델타 변이가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이유는 백신 접종률이 낮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선진국 인구의 거의 40%가 2차까지 백신 접종을 마쳤지만, 신흥국들의 접종률은 20% 미만에 그치고 있다. 특히 동남아 국가들의 접종률은 한자릿수까지 떨어진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은 인구의 약 8%가 2차 접종을 끝냈고, 태국은 6%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전체 인구의 49.6%가 백신을 맞은 미국은 2분기 경제생산이 대유행 이전 수준을 회복했으며, 유럽 기업들도 7월 들어 직원 고용 속도가 빨라졌다.

동남아 국가들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봉쇄 조치로 대응하고 있지만, 작년과 같은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평가다. 프랑스 금융회사 나티시스의 트린 응옌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2020년의 코로나19 억제 대책은 단순히 시간을 버는 것에 불과하다. 더이상 지속 불가능한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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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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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악화·자본유출 우려↑…“백신 접종률 높이는 방법뿐”

문제는 아시아 경제회복이 늦춰질 경우 이미 차질을 빚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실례로 도요타는 델타 변이의 급격한 확산으로 태국 내 공장 3곳의 가동을 지난달 말까지 중단했다. 태국은 중국, 미국에 이어 도요타의 세 번째로 큰 해외 생산 기지다. 도요타의 태국 공장 가동 중단은 운송비 급증과 일부 부품 부족으로 이미 긴장된 글로벌 공급망을 더욱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 IHS마킷의 판 징이 싱가포르 경제부소장도 “이러한 공급망 문제 악화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좋지 않은 징조”라고 평했다.

델타 변이 확산은 아시아 국가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정상화 계획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일부 국가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조금 더 오래 유지할 수 있겠지만,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조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자본 유출 위험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아시아 국가들도 백신 접종률을 최대한 끌어올려 봉쇄 조치를 조기에 종료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으로 꼽히고 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스티븐 코흐레인 아시아·태평양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경제회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각국 정부가 봉쇄 조치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얼마나 오래 지속할 것인지, 또 얼마나 엄격하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것”이라며 “백신 접종을 확대하는 방법 외엔 선택지가 많지 않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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