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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한 자릿수 경쟁률 '크래프톤 참패', 공모주 불패론에 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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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투자 주춤...크래프톤 일반청약 7.79대1

지속되는 고평가 논란에 증거금도 5조 겨우 넘겨

박스권 증시 등 영향 '공모주=대박' 공식 깨질듯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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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대어로 꼽힌 크래프톤이 일반 공모주 청약에서 기대 이하인 한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하자 '공모주 불패론'이 한풀 꺾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자주 불거진 고평가 논란과 주춤하는 증시 오름세 등을 원인으로 짚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증시 활황과 함께 떠오른 공모주는 '청약만 하면 대박'으로 인식돼, 많은 투자자들이 이른바 '묻지마 투자'에 뛰어드는 경향이 있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일반 공모주 청약 광풍이 앞으로는 다소 사그라질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최대어 중 하나로 중복청약 마지막 종목인 크래프톤이 기대만큼 호응을 얻지 못하면서다.

크래프톤은 지난 2일부터 이날까지 이어진 일반 공모주 청약에서 7.79대1에 불과한 경쟁률을 기록, 체면을 구겼다. 증거금 총액도 5조358억원이다. 앞서 대어급 공모주로 관심을 모은 SK아이이테크놀로지(80조9000억원), 카카오뱅크(58조3000억원) 등의 성적에 크게 못 미친다.

크래프톤은 청약 마감을 두 시간 남긴 이날 오후 2시 기준으로 6.51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때까지 모인 증거금은 4조2109억원이다.

한 투자자문사 대표는 "크래프톤을 시작으로 공모주 시장 열기 자체가 한풀 꺾이지 않을까 싶다"면서 "카카오뱅크 일반청약 때까지는 이런 분위기를 그다지 체감하지 못했다. 중복청약이 불가능한 환경에서 58조원을 끌어모으며 역대 5위에 올랐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 증권사 기업공개(IPO)팀 관계자도 "카카오뱅크 때부터 일반청약 경쟁률이 많이 내려가지 않았느냐"며 "투자자들이 점차적으로 차분해지고 투자에 있어 보다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했다.

이제껏 공모주 투자자들은 기업가치를 따지기보다 분위기에 편승하는 경우가 잦았다.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등 대어급 공모주 상당수가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형성된 뒤 상한가 기록)'에 이르는 등 흥행을 거두면서 학습효과가 발생했다.

묻지마 투자 열기가 다소 주춤한 데는 △중복청약 금지 등 강해진 규제 △계속되는 공모가 고평가 논란 △박스권을 횡보하는 증시 등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크래프톤은 해당사항이 없지만 중복청약이 금지된 상황이라 심리적 허들이 생긴 것 같다"며 "고평가 논란도 영향을 줬을 것이다. 금융감독원도 공식적으로 말하진 않지만, 공모가를 내릴 것을 은근히 요구하지 않았나"라고 했다.

그는 "최근 증시가 좋지 않은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공모주 시장은 증시와 연동되는 측면이 있다"고도 했다.

다만 하반기 상장을 앞둔 일부 종목들이 업계 톱티어(Top-tier)로 알려져 있는 만큼, 하반기까지는 공모주 시장에 대한 관심도가 유지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최일구 에셋원자산운용 부사장은 "공모주 시장은 올 하반기까지 계속 좋을 것"이라며 "10월 공모를 앞둔 LG에너지솔루션은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는 2차전지 제조사로 흥행할 개연성이 크다. 카카오페이의 경우 국내 넘버원 핀테크사인 데다,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로 가격 하향 가능성이 커져 보다 더 주목받을 만하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공모주 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의 성격이 합리적이지 않은 측면이 있어 시장의 앞날을 내다보기에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공모주 시장에 유입되는 자금이 합리적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의심스러운 부분이 적지 않다. 투자 결정 때 밸류에이션 부담보다는 주당 가격 자체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크래프톤 이후 공모주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예상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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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은 기자 ginajana@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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