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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반토막 난 공수처 공채 경쟁률…“불안정한 계약직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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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6월 28일 정부과천청사 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사무실이 있는 5동 건물.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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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원서 접수를 마감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사·수사관 채용 경쟁률이 이전 전형 대비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고용 안정성 등이 다른 수사기관보다 열악한 데다 ‘황제 조사’와 같은 논란이 더해지며 공수처의 이미지가 나빠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가 지난달 22일까지 검사 채용을 위한 원서를 접수한 결과 10명 모집에 71명이 지원했다. 약 7대 1의 경쟁률이다. 세부적으로 2명을 뽑는 부장검사 자리에 5명, 8명을 선발하는 평검사 자리에 66명이 원서를 넣었다. 이달 2일까지 접수한 수사관 채용의 경우 15명 모집에 66명이 지원했다. 경쟁률은 약 4대 1이다. 앞으로 서류 전형과 면접 등을 거쳐 최종합격자가 선발될 예정이다.

경쟁률 자체만 보면 양호한 결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채용 때와 비교하면 경쟁률이 반 토막 수준으로 감소했다. 지난 상반기 땐 검사 23명 모집에 233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10대 1을 넘었다. 수사관의 경우 30명 모집에 293명이 몰려 경쟁률이 역시 약 10대 1에 달했다.



지원자 수 기준으로는 4분의 1 토막



경쟁률이 아닌 지원자 수 기준으로 보면 상황은 더 나빠졌다. 하반기 지원자 수는 상반기와 비교해 검사가 약 3분의 1토막, 수사관의 경우 약 4분의 1토막이 났다.

상반기 채용 당시 높은 지원 열기에도 불구하고 막상 뽑을 만한 인재가 드물어 계획보다 적은 인원이 최종 선발됐다. 공수처는 검사를 23명 모집하려 했지만 13명을 채용하는 데 그쳤다. 수사관의 경우 30명을 뽑으려다가 18명만 임명했다. 지원 열기가 식은 하반기 채용에서도 정원을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대한 빨리 공수처를 완전체로 만들려는 김진욱 공수처장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공수처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특혜채용 의혹과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 씨 면담보고서 허위 작성 및 유출’ 의혹,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옵티머스 사태’ 무마 의혹 등을 수사하면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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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일 김진욱 공수처장이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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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법 고쳐 검사·수사관 임기 늘려달라”



공수처가 처한 환경이 지원자 수를 크게 줄였다는 견해가 나온다. 하태영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무엇보다 고용 안정성이 다른 기관과 비교해 열악한 게 지원을 주저하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김진욱 처장도 지난 6월 17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지난번(상반기) 채용 때 임기와 연임 문제로 지원을 망설였던 분이 많다고 들었다”고 아쉬워했다. 현재 공수처 검사는 임기 3년에 최대 3차례 연임할 수 있고, 수사관은 임기 6년에 연임이 가능하게 돼 있다. 검사는 최악의 경우 3년만 근무하고 퇴직해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공수처 고위 관계자는 “검찰이나 경찰에서 경험을 쌓은 우수한 자원들이 굳이 안정된 현재 위치를 버리고 공수처 계약직으로 오고 싶어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소권 없는 사건 수사…자괴감 느낄 수도”



공수처 검사의 경우 지위가 불분명한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공수처는 판·검사와 경무관 이상 경찰관에 대해서만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지고 나머지 고위공직자 범죄에 대해선 수사권만 가진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검사의 핵심 권한은 기소권이므로, 수사권만 있는 사건을 수사할 때는 검사로 보기에 애매모호한 면이 있다”며 “검찰의 주장대로 공수처가 수사권만 있는 사건에 대해 불기소권도 없는 것으로 정리된다면, 공수처 검사는 불기소권이 있는 경찰보다 못한 존재가 된다”고 분석했다. 승 연구위원은 “공수처 검사들은 자괴감이 들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인책도 부족하다는 평가다. 현재 검찰 수사관으로 일정 기간을 근무하면 법무사 자격 취득시험의 일부를 면제받을 수 있지만, 공수처 수사관은 관련 혜택이 없다. 이와 관련 김 처장은 지난달 23일 이남철 대한법무사협회장을 만나 “공수처 수사관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협력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공수처가 이성윤 서울고검장에 대한 ‘황제 조사’ 논란과 취재기자 사찰 의혹 등에 잇따라 휩싸이며 이미지가 손상된 건 더욱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장(서경대 교수)은 “정권이 바뀌면 공수처가 없어질 가능성이 있는 점도 리스크다”라고 밝혔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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