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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로펌 대표 성폭력 피해자 쪽 “피의자 숨져도 수사결과 공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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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불송치 결정문 공개

한겨레

로펌 미투 사건 피해자의 법률대리인인 이은의 변호사가 지난 5월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녹취록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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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임 변호사를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은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로펌 대표변호사 사건의 피해자 쪽이 경찰의 불송치 결정문을 공개하며 성폭력 피의자가 사망하더라도 피해자에게 수사결과를 알려줘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이 사건 피해자의 법률대리를 맡은 이은의 변호사는 3일 보도자료를 내어 “지난달 21일 서초경찰서에서 불송치(공소권 없음) 결정을 했다”며 “피해자의 진술과 피의자의 진술을 통해 최소한 피해자가 주장하는 피해 사실들이 모두 존재했음은 다툼 없는 사실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경찰의 불송치 결정문을 공개하며 “2차 피해가 심각했고 미래의 2차 피해가 충분히 예견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불송치 결정문 공개는) 이에 대한 대응”이라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가 이날 공개한 불송치 결정문에는 피해자와 비슷한 시기에 함께 근무했던 동료 변호사들이 피해자가 퇴사하기 전 피해자로부터 피해 사실을 전해 들었다는 진술이 담겨 있었다. 동료 변호사는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가 퇴사하며 ‘여성 변호사들이 대표변호사인 ㄱ씨와 단둘이 있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게 지켜봐 달라’고 부탁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수습 변호사들에 대한 ㄱ씨의 평판조회 등이 변호사 채용에 영향을 크게 미친다는 동료 변호사의 진술과 피해자가 친구와 남자친구에게 성폭력 피해 사실을 전달했던 경위도 담겨 있었다.

반면, ㄱ씨는 경찰 조사에서 “업무상 관리·감독 관계에 있었던 것은 맞지만 수직적인 업무환경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단순히 업무상 고용관계에 있었다는 이유로 업무상 위력에 의한 심리적 강제가 있었다고 추정할 수 없다”고 진술했다. 다만 경찰은 이 결정문에 기소 여부 의견이나 추가 피해자에 대한 조사 여부 등을 밝히지는 않았다.

이에 이 변호사는 수사결과에 대한 의견을 검찰에 구하는 이의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성폭력 사건에서 피의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 수사기관이 수사를 중단하지 말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수사하고 피해자에게 결과를 알려주는 게 어떤 의미인지 공유해 다른 피해 사건들에도 작은 영향이나마 미치길 바라는 미투 본연의 공감과 연대”라며 불송치 결정문을 공개한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당시 6개월 차 초임 변호사였던 피해자는 2019년 3∼6월까지 ㄱ씨가 대표로 있던 로펌 사무실과 법원을 오가는 ㄱ씨의 업무 차량 등에서 성폭력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12월 ㄱ씨를 고소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를 받은 ㄱ씨가 지난 5월 자신의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뒤 사실상 수사는 중단됐다. 이에 피해자는 이 변호사를 통해 성폭력 사건에서 피의자의 극단적 선택으로 수사가 종결되는 경우 수사를 중단하지 말고 결과를 피해자에게 알려주도록 관행을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 변호사는 “피의자 사망 시 고소사건이 종래에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되는 것을 모르지 않는데도 수사결과를 피해자에게 알려달라고 요청할 수밖에 없던 것은 피해자가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아주 기본적인 전제였다”고 밝혔다. 또한 “여전히 수사기관이 성범죄 피해가 존재했음을 확인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피해자들이 시간이 갈수록 일상의 2차 피해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함께 인식하고 개선해가야 하고 이 사건이 그런 논의의 발판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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