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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중국 배구여제 랑핑, 8강 실패 후 대표팀 감독 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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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중 여자 배구 황금 시대 주역, 애국주의 단골소재

도쿄올림픽서 8강 진출 실패 후 “다음 세대 젊은 감독 믿는다”

“괴롭고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그것도 삶의 한 부분, 경험이자 단련”

조선일보

중국 여자배구 대표팀 랑핑(가운데) 감독이 2일 도쿄올림픽 이탈리아 대표팀과의 경기가 끝난 후 선수들과 인사하고 있다./CC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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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중국 여자 배구 황금시대를 열었던 배구 여제 랑핑(郎平·61)이 중국 국가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난다.

도쿄올림픽에 참가하고 있는 랑 감독은 2일 현지에서 가진 중국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젊은 다음 세대 감독을 믿는다”며 “배구는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지며 앞으로 나갈 것”이라고 했다.

랑 감독은 1980년대 중국 여자 배구의 간판 공격수이자 1981년 세계선수권 우승과 1984년 LA올림픽 금메달의 주역이었다. 중국이 구기종목에서 처음으로 세계 정상에 오르면서 중국 여자배구팀은 중국 애국주의 영화의 단골 소재가 되고 있다.

미국으로 건너가 대학 배구팀 감독을 맡았던 그는 중국 여자 배구가 부진을 면치 못하자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을 1년 앞두고 중국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했다. 중국팀은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는 미국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을 이끌기도 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미국 감독으로 참가, 준결승에서 모국인 중국팀을 꺾고 은메달을 땄다.

랑 감독은 2013년 다시 중국 대표팀 감독으로 복귀했고, 중국팀은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이후 12년 만이다. 그만큼 이번 도쿄올림픽에 대한 중국 내 기대가 컸다. 하지만 중국팀은 첫 경기에서 터키에 3대 0으로 진 데 이어 미국, 러시아에서 연거푸 패배했다. 이후 이탈리아, 아르헨티나전에서 승리했지만 8강 진출이 좌절됐다. 1984년 올림픽 참가 이후 최악의 부진이라는 평가와 함께 랑 감독 교체설도 나왔다.

랑 감독은 2일 열린 아르헨티나전이 끝나고 선수 한명 한명과 일일이 포옹하며 마지막 인사를 했다. 선수들은 눈물을 흘리고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그는 경기 후 매체 인터뷰에서 기자가 “(선수와 감독으로서의) 자신의 생애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일에서 아주 만족했다. 즐거운 시간도 있었다. 이번(도쿄올림픽)도 그렇다. 비록 너무나 괴롭고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이 역시 삶의 한 부분이고 경험이자 단련이다. 그것들과 마주해야 한다.”

랑 감독은 앞으로 국내외 배구 보급을 위해 일하겠다고 했다.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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