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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병원 100군데 거절, 8시간 헤맸다" 도쿄 의료체계 붕괴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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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검사 2명 확진.."역학적으로도 이상 상황"

델타 변이 70% 넘어..확진 70% 감염경로 불명

병상 압박 우려 日 정부, "중증자만 입원해라"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일본 도쿄(東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역학적으로도 설명이 어려운" 이상 사태로 치닫고 있다. 검사자 중 감염자 비율인 양성률이 역대 최고인 20% 가까이 치솟았고, 병원을 찾지 못해 거리를 헤매는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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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출근시간대 일본 도쿄 시나가와역을 지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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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이던 2일 도쿄에서는 2195명의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나와 닷새 만에 확진자 수가 3000명 이하로 떨어졌다. 하지만 주말 검사 건수 감소로 확진자가 줄어드는 월요일 기준으로는 역대 최다였다. 실제로 전날인 1일 도쿄 도내 코로나19 PCR 검사 건수는 2811건에 불과했다. 전날인 7월 31일 토요일 검사 건수도 8102건에 그쳤다.

검사 건수는 적은데 확진자는 폭발적으로 늘면서 1일 기준 도쿄의 코로나19 양성률은 19.5%에 달했다고 아사히 신문은 전했다. 10명이 검사를 받으면 2명이 확진 판정을 받는다는 의미다. 사실상 검사조차 받지 않은 몇 배의 잠재 확진자가 있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도쿄도 관계자도 "(이렇게 높은 양성률은) 역학적으로도 이상한 수치"라며 "도시 곳곳에 바이러스가 퍼져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감염력이 강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이미 7월 말 도쿄 신규 감염자의 70%를 넘었고, 신규 감염자의 약 70%는 감염 경로조차 파악되지 않는다. 델타 변이의 확산세가 예상보다 훨씬 강해 기존의 검사나 역학조사 체제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미 도달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감염 확산을 차단하려면 공격적인 검사가 필요하지만 의료인력 부족으로 이 역시 쉽지 않다. 올림픽 선수와 관계자 수만 명이 매일 코로나19 항원검사를 받고 있고, 급격히 늘고 있는 코로나19 환자 치료는 물론 백신 접종에도 의료진이 투입됐기 때문이다.



"병원 100군데 거절, 8시간 헤맸다"



일본 정부는 현재 일본의 코로나19가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어 중증화 비율이나 사망률이 높지 않다며 연일 심각성을 축소하는 분위기다. 아예 앞으로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도 중증화 위험성이 낮은 경우엔 입원 자체를 할 수 없도록 제도를 바꿔버렸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2일 의료제공 체제에 관한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입원 치료 대상 코로나19 환자를 '중증자'에 한정하는 새 기준을 결정했다. 델타 변이의 확산으로 신규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의료시스템 붕괴 우려가 커지자 코로나19 환자의 입원 기준을 대폭 강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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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도쿄올림픽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도쿄 시내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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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선 지금까지 코로나19 감염자 중 '인공호흡기 부착이나 집중치료가 필요'한 중증자뿐만 아니라 '호흡곤란 및 폐렴 소견'이 있는 중등증 1단계, '호흡부전 증세가 나타나 산소투여가 필요'한 중등증 2단계, 그리고 기침 정도만 하는 경증 환자도 입원이 가능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에크모(ECMO·체외막산소공급장치) 치료 등이 필요한 중환자나 중증화할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입원할 수 없다.

도쿄의 병상 부족 수준은 이미 심각하다. 3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현재 도쿄에서만 1만 2000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도 입원할 병원을 찾지 못해 집에서 요양 중이다. TBS 방송은 2일, 전날 밤 도쿄에서 집에서 요양 중이던 50대의 코로나 환자가 상태가 급격히 악화해 구급차를 불렀지만, 100여개 병원에서 수용을 거부하면서 8시간 만에 입원하는 상황도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중증 환자만 입원을 가능케 한 정부의 이번 방침이 위험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교도통신은 "중등증으로 진단된 환자라도 중증화 가능성이 작다고 의료진이 판단하면 입원할 수 없게 된다"며 "새 기준이 코로나19 환자들의 생명을 잃을 위험성을 높일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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