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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경찰 '깜깜이 불송치 결정'에 변호사들 폭발…"졸속 수사권조정 여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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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못 받고, 받더라도 부실…경찰 "결정서 보내도록 지침"

결정불복 가능 기한 규정없어…"수사권조정 때 충분한 검토 없어"

뉴스1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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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이승환 기자 = 경찰에 대한 검찰의 지휘권한을 폐지하고 경찰이 자체적으로 수사를 종결할 수 있게 된 검경수사권 조정 시행 7개월을 맞은 가운데 일선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경찰의 불송치 결정을 향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라 경찰의 불송치 결정이 사실상 검사의 불기소 결정과 같은 효력을 갖게 됐는데도 경찰이 불송치 결정 후 제대로 된 이유를 고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울러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이의 신청할 수 있는 기간이 언제까지인지 제대로 규정돼 있지 않는 등 졸속으로 수사권조정이 되면서 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 "불송치 결정 이유 달라고 해도 받을 수 없어"

고소대리 사건을 맡았던 A 변호사는 최근 경찰로부터 문자 한 통을 받았다. 피고소인을 검찰에 송치하지 않는다는 불송치 결정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의 처분에 납득할 수 없었던 A 변호사는 수사기록 및 불송치 이유서를 달라고 경찰에 요구했으나 몇 주째 제대로 된 답이 없었다.

피의자를 변호하던 B 변호사도 최근 경찰로부터 불송치 결정을 받았는데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불송치 이유서를 달라고 요구했지만 "그런 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B 변호사는 재차 이유를 요구했으나 "검찰이 검토중이다"라는 말만 돌아왔다.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깜깜이 불송치 결정'에 변호사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 수사권조정 이전에는 경찰이 사건을 검찰에 모두 송치한 뒤 검찰의 불기소 결정이 있으면 당사자나 변호사들이 불기소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이 1차 수사종결권인 불송치 결정을 하면서 피고소인은 물론이고 고소인에게조차 제대로 된 불송치 이유가 통지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A 변호사는 "문자로 불송치됐다고만 달랑 왔다.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훨씬 더 불투명해지고 더 엉망이 됐다"며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당사자의 신청이 있어야 그제서야 이유서를 경찰이 쓰는 거라는 이야기도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B 변호사는 "이유를 알면 나중에 민사사건화했을 때 방어를 할 수 있고, 무고로 고소를 검토해볼 수 있는데 불송치됐다고 하면서 아무런 이유를 알려주지 않고 있다"며 "차라리 검찰이 불기소 결정을 하는 게 낫다"고 토로했다.

최근 경찰은 '임대차 3법' 시행 직전 아파트 전셋값을 대폭 인상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상대로 불송치 결정을 내리면서 불송치 이유를 쓰는 데 2페이지를 할애했다. 그러나 변호사들은 "김 전 실장의 경우가 매우 이례적 사례"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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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2021.3.29/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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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변호사는 "경찰이 이런 일을 안하다가 갑자기 쓰라고 하니까 이유서를 잘 못 쓰는 것 같다"며 "이유서가 상당히 부실한 건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D 변호사도 "결정 이유를 정확히 알지 못 하면 정확한 이의를 제기하기 무척 어려워진다"며 "형사소송법은 고소인의 불복절차를 보장해주는데, 이번 수사권 조정으로 고소인의 절차법상 권리가 굉장히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불송치 결정 이유가 통지서에 기재가 안된다는 지적이 있어 불송치 통지할 때 사유가 담긴 결정서를 보내는 것으로 지침을 마련해 시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 불송치 결정에 불복, 10년 후에도 가능?

또 다른 문제는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불복할 수 있는 기한이 법령에 정해진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항고는 불기소 결정을 통지받고 30일 이내, 재정신청은 항고기각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한다는 규정이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에 규정돼 있다.

그러나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불복할 수 있는 기간에 대해서는 법령이나 규칙에 아무런 규정이 없다. 이론적으로는 고소인이 불송치 결정을 받은 뒤 5년이나 10년 뒤에도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B 변호사는 "입법의 미비"라며 "불송치 결정을 받더라도 이의제기 기간이 없다보니 피고소인은 고소인이 언제 이의신청을 다시 할지 모른다는 불안한 상태로 계속 지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D 변호사는 "도대체 경찰의 불송치 결정의 법적 성격이 뭔지 모르겠다. 법적 흠결 상태"라며 "현 상태에서는 결국 실무지침을 통해 수정하는 수밖에 없어 보이는데, 이건 법령으로 정해야 할 사안이지 지침으로 만들어 해결할 사안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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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 수사권조정으로 혼란 초래" 비판

변호사들은 수사권조정 자체가 졸속으로 추진되면서 제도를 추진할 당시 논의됐어야 할 문제점들이 충분히 논의되지 못하고 제도가 도입되면서 이런 문제들이 생긴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A 변호사는 "제도를 만들고 법률을 새로 고치거나 할 때는 앞으로 예상되는 문제점을 충분히 검토한 뒤 법률과 시행령, 시행규칙으로 보완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검경수사권 조정이 검찰 힘빼기 목적으로 급히 시행돼 문제점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없었던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제도가 완비되지 않은 상태로 도입돼 불합리한 부분들이 너무 많이 보인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B 변호사는 "과거보다 나아진 게 하나도 없고 오히려 더 불편해지기만 했다"며 "현 정권이 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 정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D 변호사도 "검경수사권 자체가 너무 졸속으로 돼 문제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라며 "실무에서 혼란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동조했다.

이 같은 '깜깜이 불송치 결정'이 결국 부실수사로 이어질 거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D 변호사는 "수사를 해달라고 했는데 이유도 없이 불송치 결정을 하고, 그 불송치 결정을 검찰이 받아 본다고 해서 수사가 제대로 됐는지 안 됐는지 알 길이 없다"며 "수사 자체가 부실하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 자체"라고 꼬집었다.
ho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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